최성수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앨범이 나온다는 게 감개무량하다.”

‘풀잎사랑’, ‘해후’로 유명한 가수 최성수(57)가 1983년 데뷔 후 처음으로 디지털 싱글 ‘봄, 시가미다방’(詩歌美茶房)을 냈다. 디지털 싱글도 새로운 시도지만 최성수는 시인의 작품을 멜로디에 붙여 노래로 탄생시켰다. 이번 싱글에는 시인 도종환의 ‘다시 오는 밤’과 시인 권재효의 ‘술 먹게 하는 봄’을 노래로 옮겼다.

“고은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고 젊은 세대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좋아 그것을 곡으로 만들어 봤는데 괜찮았다. 가요사에 가장 명곡이고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향수’인데 20여년전에 해금이 될 때 곡 의뢰를 받기도 했는데 그때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는 타입이라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곡이 나온 것을 보고 굉장히 놀라고 그때부터 조금씩 작업을 했다. 지난해 도종환 선생님의 ‘다시 오는 봄’에 곡을 붙여보면서 본격적으로 하게됐다. 원래는 시인분들에게 정규앨범을 이야기 했는데 좋은 곡이 묻힐 것 같았다. 계절이나 시즌에 따라 2곡 정도씩 싱글로 내고 나중에 정규앨범으로 낼 예정이다.”

싱어송라이터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작업을 수십년간 해온 그지만 시에 걸맞은 멜로디를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시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 없이 고민했다. 최성수는 “기존 작업보다 몇배는 힘들다. 작가 의도대로 작품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곡을 붙이는 것이 정말 힘들지만 시인 분들도 좋아하신다. ‘서른 잔치를 끝났다’ 곡을 만들고 나선 혼자 뿌듯하기도 했는데 최영미 선생님은 ‘시가 멜로디가 되는 게 신기하다. 새로운 경험’이라고 하시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곡을 쓰고는 내 자신이 스스로도 잘했다 싶었다. 박종인 선생님 역시 시가 굉장히 긴데 그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놀라셨다”고 미소지었다.

최성수

1983년 데뷔한 그는 어느덧 30여년을 넘게 노래와 함께 해왔다. 함께 노래를 불렀던 많은 동료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흔치 않다. “아티스트를 생각하면 전인권 형이 떠오른다. ‘걱정말아요 그대’를 듣고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 같았고 가슴이 뛰면서 축하드리고 싶었다. 나는 2002년에 곡이 나오고 꽤 오래 지났는데 직무유기인 것 같기도 하다. 곡을 만들고 부르는 게 살아가는 힘인데 이걸 안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힘들 때 노래를 만들면 잠시 잊혀진다.”

여전히 그의 대표곡은 ‘풀잎사랑’으로 많은 후배들이 재해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그는 가장 부르기 싫은 곡으로 풀잎사랑을 꼽기도 했다. 그는 “‘남남’이라는 노래로 데뷔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어른들이 좋아하셨다. 그에 비해 ‘풀잎사랑’은 조금 가볍다고 할까. ‘사랑해’ 부분은 잘 안 올라가기도 하고 음이탈도 몇번 해서 몸이 안 좋을 때는 안불렀는데 요즘에도 알아주시니 너무 고맙다. 1988년 ‘해후’, ‘동행’, ‘기쁜우리 사랑’, ‘풀잎사랑’이 모두 한 앨범에서 인기를 얻었는데 사실 나에게는 인생의 커다란 곡”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최성수는 김용택, 최영미, 도종환, 김현, 안도현, 박종인, 마종기, 이해인의 시를 작업한 40여곡을 계절별로 순차적으로 공개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가미다방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그는 “‘최성수 콘서트’라는 타이틀보다는 시인과 함께 ‘동행시가’ 혹은 ‘시가미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시인의 철학이나 마음을 알고 노래를 하고 그분들이 직접 와서 시 세계를 이야기하는 공연을 전국에 다니면서 싶다”고 기대했다.

(인터뷰②로 계속)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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