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민
기능성 콤프레션 스포츠기어로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에너스킨의 고승민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다.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 체육2부장] 우연이 기회를 낳았고,기회는 열정을 자극해 도전에 나서게 했다.

적자생존의 정글법칙만이 존재하는 미국 월가에서 잘 나갔던 젊은 증권 트레이더가 스포츠기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찌보면 운명에 가까웠다. 오른쪽 하지의 감각을 못느낄 정도로 심해진 허리 디스크, 개인의 불행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너스킨의 고승민(42) 대표는 월가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밤낮없이 수십개의 대형 스크린을 지켜보며 생활하다 허리가 망가져 무던히도 고생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로 전전긍긍하던 그는 지난 2013년 잠시 귀국해 지인의 소개로 접한 기능성 콤프레션(compression) 스포츠기어를 입어보고 깜짝 놀랐다.

“허리가 아파 그 좋아하는 골프를 치지 못하다가 이 옷을 입고 난 뒤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허리가 아플 때면 압박 복대를 칭칭 동여매다시피하며 고통을 참아냈던 고 대표는 이 옷의 신비한 효과를 체험한 뒤 ‘신천지’를 발견한 듯 기뻐했다. 내친 김에 한국에서 만든 기능성 스포츠기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개발자인 양재형 대표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뉴욕 월가 출신의 젊은 금융 전문가는 치밀하고 정교한 밑그림을 통해 미비점을 차근차근 채워넣으며 세상에서 가장 진보한 스포츠기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내 몸에 또 다른 근육과 인대를 이식시킨다’는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새롭게 탄생한 스포츠기어가 바로 요즈음 입소문을 타고 세계 스포츠시장 중심부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에너스킨’이다. 전문 스포츠 분야에서 경기력 향상과 재활에 효과를 입증한 테이핑요법을 의류에 접목한 에너스킨의 효과는 놀랍다. 한 번 입어본 선수들은 한결같이 탁월한 효과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에너스킨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에너스킨을 착용했던 한국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이 기능성 스포츠기어에 푹 빠졌다.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NFL(미국 프로풋볼리그)에선 대박을 쳤다. 에너스킨을 후원받았던 애틀랜타 팰콘스가 지난 2월 열렸던 슈퍼볼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팰콘스는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던 에너스킨의 효과를 확실하게 홍보하는 큰 역할을 해냈다.

고 대표는 “스포츠강국인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만한 스포츠 브랜드 하나가 없어서야 되겠느냐”면서 “에너스킨을 반드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다”고 젊은 기업가다운 포부를 밝혔다.

진화하는 기능성 스포츠기어에 가치까지 담았다. 그는 “돈도 벌고는 싶지만 무엇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힘쓰고 싶다”고 했다. 전문 선수들에겐 경기력을 더해주고 아픈 사람들에겐 고통을 덜어주는 스포츠기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젊은 기업인의 당찬 각오가 대견스럽고 듬직했다.

다음은 고 대표와의 일문일답.

고승민
에너스킨 고승민 대표.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에너스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그 원리를 손쉽게 설명해달라.

에너스킨은 콤프레션 웨어와 테이핑요법을 하나로 결합한 신개념 제품이다. 기존 테이핑은 효과적이지만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일회성에 그치는 등 많은 단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들을 해소하고 기능성 스포츠 의류를 통해 한꺼번에 해결한 게 바로 에너스킨이다. 테이핑과 콤프레션 웨어의 장점만을 합쳐놓은 유일무이한 제품이다. 고탄력 원단 안쪽에 실리콘을 테이핑 방식으로 접착해 테이핑요법의 원리를 차용했다. 효과는 기존의 테이핑요법보다 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 허리가 아파 에너스킨을 착용한 뒤 효과를 체험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당시 몸상태는 어느 정도였나.

뉴욕 월가에서 10여년간 증권 트레이더로 활동해 몸이 많이 좋지 않았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가 생겨 약 6년간 치료를 받았다. 현존하는 모든 물리치료를 받아보고 좋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때 지인의 추천으로 개발자를 통해 에너스킨 5부 팬츠를 입었는데 잠깐의 착용만으로도 그 어떤 치료보다 효과적인 에너스킨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생활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 에너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신선하고 특이하다. 상품이 글로벌화되기 위해선 브랜드가 매우 중요한데 나름대로 꽤 신경을 쓴 듯 하다.

에너스킨은 에너지(Energy)와 스킨(Skin)의 조합어로 또 하나의 피부와 근육, 인대로서 우리 몸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에너스킨의 가장 좋은 점은 운동을 할 때는 물론 운동 이후까지도 효과가 이어진다는 데 있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경우 처럼 아픈 사람들은 아프기 때문에 운동을 꺼려하지만 에너스킨을 입으면 통증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겨 또 다시 스포츠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에너스킨을 입고 난 뒤 삶의 패턴이 자유로워지는 이유다. 또 하나의 피부, 근육, 인대가 내 몸에 붙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에너스킨은 재활은 물론 그 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스포츠활동에 나설 수 있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건 기업으로선 큰 매력이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스킨이 가치를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인가?

에너스킨은 부상예방, 퍼포먼스 강화, 부상 회복에 도움을 줘 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상해를 입은 일반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게 바로 에너스킨 제품이 가진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에너스킨에 처음 참여할 때 세운 기업이념은 ‘나눔’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스킨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높은 가격 때문에 접할 수 없었던 에너스킨 제품을 지원하고 장애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친구들에게 무상으로 제품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단순한 기부 형태가 아니라 신발회사 ‘탐스(TOMS)’의 기부문화처럼 한 제품이 판매될 때 동일한 다른 제품이 기부되는 선순환 형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전문 선수들 뿐만 아니라 에너스킨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수한 계층도 많은 듯 한데.

장애우나 노약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가 만났던 소아마비 환자 중 한쪽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보고 불편한 한쪽 다리를 걱정하고 측은해 하지만 그에게 진짜 고통스러운 것은 불편한 다리가 아닌 불편한 다리 대신 몸의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다른 한쪽의 평범한 다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 에너스킨을 지원해 준 적이 있다. 큰 효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뿌듯했다. 앞으로 에너스킨은 그런 상처받고 아픈 이들의 이면에 좀 더 집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고승민
에너스킨 고승민 대표.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에너스킨은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스킨 제품을 처음 접한 뒤 당초에는 국내 판매를 확장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국내는 고가의 기능성 콤프레션 웨어를 소비하는 구매자 층이 얇아 자연스럽게 내가 잘 알고 있는 시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론칭을 하게 됐다. 같은 마케팅 비용을 들였을 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미국이 훨씬 높다는 데이터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 고가의 기능성 스포츠기어에 대한 미국의 시장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우선 미국에는 고가의 기능성 스포츠기어에 대한 판매처와 인프라가 풍부하다. 한국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것보다 미국을 우선시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의 특성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명품, 고가제품, 외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예로 에너스킨을 착용했던 외국 선수가 제품을 궁금해하던 국내 선수에게 한국 제품이라 소개했더니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에너스킨을 먼저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뒤 국내 론칭을 하는 방식을 전략적으로 택하게 됐다. 다만 미국시장에선 소비자들에게 늘상 “이건 한국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에너스킨 브랜드 운영에 있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지난해 미국 진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NFL선수들이 에너스킨을 사용하게 됐는데 그들로부터 에너스킨에 대한 효과와 호평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품에 대해 자신은 있었지만 동양적인 체형과 서구적인 체형이 달라 우려됐던 점들도 적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테이핑을 생활화하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이 알음알음 에너스킨을 스폰서 없이 직접 구매해서 착용하고 있는 추세다. 그들이 에너스킨을 착용한 뒤 성공적인 재활을 거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가슴이 뿌듯하다.

- 에너스킨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면 좋겠는지?

지금까지 에너스킨의 기업 이념과 방향성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않고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 ‘탐스’가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착한 회사’로 소비자에게 인식된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다. 에너스킨은 지속적인 나눔의 방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제품의 판매와 동시에 재활 혹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곧바로 기부되는 유기적인 기부 형태나 불우한 선수들을 직접 후원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어떤 선택이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에너스킨은 나눔을 실천하고 소비자들에게도 그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다. 에너스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그런 브랜드로 남고 싶다.

- 좋은 기업가치와 이념도 결국에는 많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아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에너스킨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제품이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 연착륙할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자본과 끈기만 있다면 좋은 제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게 기업가로서 확신이다. 에너스킨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스포츠기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능성 스포츠기어 브랜드로 키워나가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도 많고 뚫어내야할 벽도 많겠지만 자신이 있다. 에너스킨을 소개할 때 굳이 많은 것들을 붙여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나이키의 슬로건이 ‘Just do it’이라면 에너스킨은 ‘Just wear it’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입어보는 것만으로 직접 새로운 차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jhkoh@sportsseoul.com

◇ 에너스킨 고승민 대표

▲생년월일=1975년 6월 5일

▲출생지=서울

▲출신학교=경복고~미시간 주립대학 경영학과

▲가족관계=부인 이주연(42)씨와의 슬하에 1남1녀

▲경력=카이메라 증권(Chimera Securities) 수석트레이더(Senior Trader), 커피회사 COFFEED 공동 설립자, K&G 컨설팅 공동 창립자

▲취미=스포츠와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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