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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1일 KIA 팬들이 KIA와 LG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잠실 |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 마케팅팀과 응원단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시즌 개막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문제가 된 응원가 저작권 문제로 일부 응원가는 더 이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편곡했던 응원가를 원곡으로 돌려놓거나 새로운 응원가를 창작하는 작업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야구장 응원가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지방 A구단이 사용하는 응원가가 저작인격권에 위배됐고, 결국 A구단은 원작자와 합의를 통해 응원가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당시 KBO와 10개 구단 모두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다는 점이다. 이미 저작재산권을 지불하고 있었기 때문에 응원가가 또 다른 저작권에 위배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법률로써 보호 받는 권리’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을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의 세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데 응원가는 동일성유지권에 위배될 수 있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이 작성한 저작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더라도 처음에 작성한대로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풀면 저작권자의 창작물을 다른 의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응원가에 적용시키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 원곡자가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 곡을 만들었는데, 이 곡이 편곡과 개사를 통해 빠른 템포의 흥겨운 응원가로 바뀌면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게 된다.

KBO와 10개 구단 마케팅 팀은 지난해 12월 윈터미팅에서 이 부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저작인격권 문제를 각 구단에 일임했다. A구단 담당자는 16일 “지난해 말부터 응원가 합의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원작자를 찾아갔다. 그리고 편곡을 한 몇몇 곡은 원곡으로 돌려놓기로 했다. 팬들께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응원가를 유지하려고 원작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했다”며 “아쉽게도 모든 응원가를 합의 보지는 못했다. 외국곡의 경우 합의를 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비용도 크게 든다. 올 시즌 응원가 중 50% 정도는 바뀌게 됐다. 담당부서가 거의 밤을 새면서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구단과 다른 방향을 택한 구단도 있다. B구단의 경우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응원가는 전부 교체할 계획이다. B구단 담당자는 “내부적으로 우리 응원가는 우리가 소유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당장 팬들이 어색하게 느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응원가를 창작 중이다. 창작한 응원가는 우리가 소유할 수 있다. 사용료를 매년 지불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KBO 담당자도 “갈수록 저작권 관련 법률이 복잡해지고 사용료를 내야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각 구단에 응원가를 새롭게 창작하는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흥행에는 독특한 응원문화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선수마다 고유의 응원가가 있고 팬들은 한 마음이 되어 응원가를 부른다. 사직구장이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별명을 얻은 데에도 응원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2017시즌 몇몇 선수들의 응원가는 더 이상 울려 퍼지지 못하게 됐다. 어수선한 정국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으로 야구분위기가 처져 있는 가운데 응원가까지 흥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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