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미술관에 들어서면 다양한 숫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0부터 9까지 숫자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전시장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같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개막한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 ‘수(數)의 시선’전이다.

유현미 작가는 숫자가 점점 인간의 삶을 장악하는 현대사회에서 숫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이번 작업을 했다.

유현미 작가는 “숫자는 문명에서 제일 먼저 생긴 문자라고 한다. 또 번역이 필요없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숫자다. 숫자에 관한 작업을 10년전부터 조금씩 해왔다. 최근에는 숫자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 속에서도 점점 커지는 주제”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숫자는 ‘1984’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모티브로 한 작업이다.

“‘1984’의 시대가 실제로 오는 것 같다. 조지 오웰이 소설을 썼지만 ‘1984’가 어떤 모양으로 올지까지는 상상하지 했을 거다. 그 때만 해도 디지털 시대가 아니었기에 숫자에 점령당할줄 몰랐을 듯하다. 현대는 숫자로 모든 게 판명난다. 컴퓨터도 숫자로 하고 이미지도 숫자, 카드 등 모든 게 숫자다. 수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숫자의 양면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수학자의 시선_퍼포먼스 (1)
유현미, 수학자의 시선.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숫자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만든 전시공간도 있다. 수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을 상상해 시각화한 ‘수학자의 시선’이다. 숫자로 이뤄진 커다란 전시장 내부에서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생각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관객들을 내 드로잉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나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지인들이 내 드로잉 안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희한한 각도로 찍어서 보내준다. 그 사진들을 보면 깜짝 놀란다. 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그 사진은 그 사람의 작품이다. 그런 사진을 보는 게 재미있다.”

공간에 테이프를 이용해 드로잉을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선보이는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도 보는 재미를 전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8을 좋아한다. 뫼비우스의 띠같은 느낌이다. 그 다음에 좋아하는 숫자는 5다. 가운데 있기 때문에 중용의 숫자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중용이라는 말을 싫어했는데 나이가 드니 좋아졌다.”

eggroll@sportsseoul.com

유현미, 1984,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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