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우즈벡전 앞두고 마지막 훈련 진행하는 슈틸리케 감독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11월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진행하면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난 13일 열린 축구대표팀 기자회견은 선수 선발에 관한 의문점을 푸는 청문회 같았다. 24명의 엔트리 가운데 골키퍼 3명과 유럽에서 활약 중인 구자철 정도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좋은 이유든 부정적인 이유든 도마 위에 올랐다. 조목조목 답변하던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도 막판엔 “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엔트리는 없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맞지만 그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표팀은 이달 23일과 28일 각각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원정)과 시리아전(홈)을 앞두고 지난 2014년 9월 슈틸리케 감독 취임 이후 아주 독특한 위기를 맞았다. ‘독특함’이란 것은 바로 태극전사들의 소속팀에서의 집단 벤치행을 말한다. 공격과 미드필드에 집중된 유럽파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수비의 중심을 이루는 중국파는 중국 슈퍼리그의 아시아쿼터제 폐지로 인해 갑작스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팀의 해외파 양대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이재성 등 부상자도 나왔고 손흥민처럼 경고누적으로 23일 중국 원정에서 못 뛰는 선수도 있다. 사실 대표팀은 한 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되는 팀이기 때문에 뭔가 100%의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그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100%의 선수들로 대체하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멤버들을 재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슈틸리케 감독도 소속팀에서 ‘잘 하는’ 선수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선수를 골라 지금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한 것이다. 전남의 허용준을 전격 발탁했으나 그의 선발 역시 누구도 예상 못했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부터 지켜봤다는 점에서 ‘잘 아는’ 선수의 범주에 가깝다.

중국전 엔트리 발표 뒤 대표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거나 맺었던 축구인들의 견해를 물었다. 상당수가 “슈틸리케 감독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대표팀 선수 개개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 변수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수 차례 밝혔듯이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큰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고, 또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 대표팀을 꾸려나가길 원한다. 이번 엔트리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그런 생각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대표팀도 팀이다. 지도자가 갖춰놓은 화학적 조직력이 있는데 소집 기간도 짧은 상황에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8월 국내파 위주로 팀을 꾸려 중국 1진을 2-0으로 완파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다시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를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온 이유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 3명의 국내 감독에 나눠 대표팀을 맡겼다. 그러다보니 지도자마다 짧은 준비 기간 속에서 ‘아는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매 순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곤 ‘의리 축구 논란’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긴 호흡으로 제대로 된 대표팀을 만들어보자며 외국인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다. 지금 뭐가 달라졌는 지를 떠올려보면 쉽게 답을 하기가 어렵다. 당장의 결과에 급급한 대표팀이 된 셈이다. 부디 중국과 시리아를 무난히 이겨 한 숨 돌리길 바랄 뿐이다. 결과마저 나쁘면 타격이 너무 크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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