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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안방극장에서 역대급 악역인 ‘연쇄 살인마’가 인기몰이하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급 살인마들이 숨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범죄 스릴러물이나 법정 드라마 등 장르물 전성시대를 맞아 잔혹하고 서늘한 악역이 극의 중심에 섰다.

SBS 월화극 ‘피고인’의 엄기준,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미씽나인’의 최태준, OCN 주말극 ‘보이스’의 김재욱이 주인공을 위협하는 ‘악의 축’을 맡아 섬뜩한 악역 카리스마로 눈길을 끌었다. 선한 이미지에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들이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서 이들을 시련에 빠트리는 경쟁자이자 ‘분노유발자’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재벌 2세와 연예계 스타로,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에도 살인을 서슴치 않았다.

열혈 검사 박정우(지성 분)를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 누명을 씌운 엄기준은 극중 쌍둥이 형제 차선호와 차민호로 열연 중이다. 형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있던 차민호가 초반 형 차선호를 죽인 뒤 형 행세를 하고 박정우 검사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자 그의 아내를 죽였나 하면, 형의 내연녀 제니퍼 리(오연아 분)까지 살해했다. 박정우를 직접 죽이기 위해 아내(엄현경 분)의 교통사고를 뒤집어쓰고 일부러 교도소행을 자처해 같은 감방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우가 기억을 되찾은 데다 탈옥에도 성공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차분하고 냉정한 말투, 비열한 웃음 등이 악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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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씽나인’의 최태준.사진|MBC

지난 9일 종영한 ‘미씽나인’의 최태준은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르며 살인마가 된 밴드 출신의 성공한 배우 최태호 역으로 광기어린 열연을 펼쳤다.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이기적인 인물로, 차가한 눈빛과 서늘한 말투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소화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된 데다 남에게 자신의 죄를 덮어씌우는 뻔뻔함, 눈물의 회개 장면 등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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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보이스’의 배우 김재욱.사진|OCN

‘보이스’의 김재욱은 정신분열증 성격장애를 가진 성운통운 사장 모태구 역으로 살인을 게임처럼 즐기는 잔혹한 인물로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11일 방송에서 극중 잠시 해외로 가있으라는 아버지(이도경 분)의 권유에 “난 아주 특별한 존재니까 모욕하고 기만하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말라고 아버지가 가르쳐줬잖아요. 더 이상 간섭하면 아버지라도 나는 못참아요”라고 폭주하는 살인마의 포스로 아버지 마저 공포에 떨게 했다. 중반부터 등장해 단정한 수트차림에 평온한 태도로 섬뜩하고 차가운 공기를 온몸으로 내뿜는 ‘미친 악역’으로 존재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한껏 높였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장르물이 등장하면서 극중 캐릭터도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며 “선한 이미지의 훈남 배우들이 연기하는 살인마 등 잔인한 악역은 반전의 묘미를 주면서도 현실과 많이 닮아있어 씁쓸하면서도 더욱 실감나고 설득력 있다”고 분석했다.

hjcho@sportsseoul.com

SBS ‘피고인’의 배우 엄기준.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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