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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자의 요도와 항문에 삽입해 요실금 질환 여부를 측정하는 의료용품을 재사용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되며 산부인과의 비위생적인 환경 관련 지적이 일고 있다.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최근 환자의 요도와 항문에 삽입해 요실금 질환 여부를 측정하는 의료용품을 재사용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되며 산부인과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관련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발각된 사례처럼 일회용 검사기구를 재사용하거나 다회용 기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는 병원들이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개원 병원의 경우 위생을 자율점검하게 돼있어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 검사기구 1700여회 재사용 등 위생관리 ‘엉망’

지난 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산부인과 의사 송모(54)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안산시 자신의 병원에서 일회용 요실금 검사기구인 ‘카테터’를 1700여 차례에 걸쳐 재사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카테터는 요실금 질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환자의 요도와 항문에 삽입하는 일회용 검사기구로, 재사용 시 각종 질환 감염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의료법은 일회용 의료용품을 재사용한 의료인에 대해 1년의 범위 내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송 씨는 카테터를 사용하고, 소독을 거쳐 평균 6∼7회, 많게는 10회까지 재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에는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고압멸균기(오토클레이브)를 이용해 계란을 삶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산부인과에 근무 중인 직원이 수술용 소독포 위에 삶은 계란과 소금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 사진 옆에는 “오토클레이브에 삶아 먹는 계란 맛이란…”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오토클레이브는 고온·고압에서 화학 처리하는 멸균·살균용 의료 기기로 의료법상 소독용으로만 쓰게 돼 있다.

◇위생시트 대신 티슈·종이…의사회 “의료수가 먼저 조정하라”

논란이 확대되며 산부인과 위생상태를 지적하는 제보들도 잇따르고 있다. 진료 시 착용하는 치마를 세탁하지 않거나 진료 의자에 위생시트 대신 티슈, 종이 등을 대충 깔아놓는 등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진료기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중반의 여성은 “특히 동네에 있는 작은 산부인과의 경우 더욱 실태가 심각하다”며 “먼저 접수하던 환자가 간호사에게 곤지름 때문에 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내 차례가 와 진료를 보러 들어갔는데 앞의 환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삽입 기구를 간호사가 서둘러 알코올 솜으로 닦는 모습을 봤다. 기겁해서 다음에 온다고 하고 진료를 보지 않은 채 병원을 나와버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에 갔는데 세탁을 하지 않아 매우 더러워진 치마를 착용하게 하더니 진료 의자 위에 잡지를 주욱 찢어 올린 후 앉을 것을 권했다”며 “휴지통이 피와 이물질로 가득했지만 치울 생각도 없어보였다. 결국 다른 깨끗한 병원을 찾아 재진료받았다”고 털어놨다. “진료 의자에 키친타월을 깐 병원을 많이 봤다”는 여성도 있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했던 압구정 소재 A병원, 구로구 소재 B병원 등도 진료 의자에 티슈나 A4용지 등을 대충 깔아놓은 채 환자를 받고 있었다.

특히 자궁경부에 직접 닿는 검사기구 ‘질경’(자궁경부확장기)에 대한 문제는 반복적으로 도마에 올라왔다. 삽입 시 냉감, 멸균(살균)에 대한 우려 등으로 다회용 질경을 꺼려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일회용 질경을 사용할 경우 비급여 치료로 인정돼 환자가 1000~3000원의 비용을 별도로 지급해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자 지난해 11월 정부는 재사용보다 일회용 사용에 대한 요구가 높은 치료재료와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 일회용 치료재료 등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회용 질경을 포함한 치료재료는 올 상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급여화가 추진된다.

하지만 개원 산부인과의 위생은 자율점검하게 돼있어 상황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차원에서 관리감독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 묻자 김재현 법제이사는 “개인 의사들의 문제를 전체 문제로 확대하지 말라”며 “우리나라 의료수가가 미국의 1/10 수준으로 매우 낮은데 양질의 의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라고 되물었다. “위생시트지 한 장의 구매가가 420원에 달하는데, 2300원 수준의 진찰료로는 의사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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