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학창시절 반마다 웃기는 친구 한 명씩은 꼭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 중에는 개그맨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그러나 최근 들어 방송과 온라인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면서 개그맨이 아니라도 대중의 웃음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유머 크리에이터입니다.


개그맨을 꿈꿨던 유머 크리에이터 최홍철은 독특한 코드로 SNS 상에서 많은 팔로워와 구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돌+I'라고 불리는 최홍철은 이른바 '병맛코드'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달 24일 인천 만수동의 한 카페에서 그가 말하는 유머 크리에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SNS 상에서 유머 콘텐츠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데,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최홍철 : 영상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15년 5월부터 시작했어요. 원래 학교에서 재밌는 친구로 유명했는데요. SNS에 동영상 올려보라는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 하게 됐어요.


Q : 고등학교 때 시작한 거면, 주위의 반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최홍철 : '공부 안 하고 뭐하는 거냐'라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더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도 계셨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누가 욕해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게 됐어요.


Q : 처음 올린 영상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최홍철 : 아빠들이 샤워하는 모습을 따라 한 거였어요.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죠. 제가 평소 샤워할 때 멋있는 척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남자들도 나처럼 행동하면 공감하지 않을까'해서 만들게 됐죠. 그 영상에 여자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고 남자들은 공감하며 웃었어요.


Q : 수많은 장르 중 유머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최홍철 :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어요. SNS를 통해 인기를 얻으니까 '유머 강박증'이 생겼고 좀 더 웃겨보고 싶은 욕심에 이렇게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Q : 평소에도 '유머 강박증'이 있을 정도로 유머 감각이 남다른가요?


최홍철 : 학창시절에는 유행어를 만들고 다녔어요. 또, 가짜 중국어를 구사하는 저만의 개인기로 수업시간에 친구들을 웃겼죠.


Q :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최홍철 : 공부는 못 했지만 성실했어요. 특히 초중고 때 모두 친구들이나 선생님 앞에서는 개그맨이었어요. 주위에서 '개그맨 시험 봐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고요. SNS 활동을 한 이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열심히 해서 인기를 얻어 봐라'고 격려를 받기도 했어요.


Q : 보통 영상은 어떻게 제작하나요?


최홍철 : 처음에는 혼자 힘으로 만들었는데 4~5번 영상을 올리니까 친구들이 아이디어도 주고, 자기가 찍어주겠다는 친구도 생겼어요. 그래서 아이디어는 제가 내고, 촬영은 친구가 도와주고 있어요.


Q : 전문적인 게 아니네요. 영상 제작을 배워 볼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최홍철 : SNS에서는 영상 퀄리티가 좋다고 '핫'하지 않아요.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Q : 창작의 고통이 많을 것 같은데.


최홍철 : 저를 따라하는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있지만 저는 그분들을 따라하지 않아요. 제 아이템을 따라해도 그냥 쓰라고 하고 넘어가요. 그런데도 요즘 유머 콘텐츠를 올리는 건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 그 정도로 유머 콘텐츠에 자신이 있나요?


최홍철 : 남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독창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액션이나 제스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괜찮고요.


Q : 영상 제작에 대한 아이템은 어떻게 떠올리나요?


최홍철 : 머릿속에 그려져요. 그냥 자동으로 아이템이 떠올라요.


Q. 약간 재수 없는 것 같은데… 농담이고요. 최근 유머 영상 콘텐츠가 활발하지 않나 봐요?


최홍철 : 유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어요. SNS라서 그런지 요즘에는 연예 심리, '먹방' 등 본인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것들에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하는 유머 콘텐츠도 인기가 없는데 많이 관심 갖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 영상을 보면 'B급코드'에 맞춘 것 같은데.


최홍철 :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 사이에서 나오는 거예요. 제가 만드는 영상의 '병맛코드'는 구상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남들과 달리 이상하기 때문이에요. 일종의 '돌+I'죠.


Q : 유머 영상을 촬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겠어요.


최홍철 : 인터넷 방송을 하다가 후원도 받고 시청자들도 많아지니까 '웃겨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졌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폭죽 15발을 창문에 대고 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정확히 3분 뒤에 아래 층에서 형제 두 명이 올라왔어요. 경찰도 출동해 조사도 받았고요. 그 일 이후에도 아래 층 분들과 6번 정도의 갈등이 있었는데 항상 죄송해요. 기회가 있으면 사과드리고 싶어요.


Q : 직접 하는 게 좋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하시죠.


최홍철 :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소리 지르고, 폭죽 터트리고 민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뵙게 되면 약소하지만, 치킨이라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Q :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


최홍철 : 친숙한 이미지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장난을 많이 쳐요. 저를 감시하기도 하고요. 한 번은 새벽 3시 30분경에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도망가더라고요. 범인은 7명 정도로 짐작되는데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여요. 하지만 부모님에게 피해가 되니까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그만두기 힘들다면, 한가한 시간대는 괜찮은데 새벽 시간대는 피해줬으면 합니다.


Q : 마음이 너그럽네요. 이제 영상은 취미가 아닌 본업인거죠?


최홍철 : 고등학교 때는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고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이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수익도 발생하니까 직업에 가까운 것 같아요.



Q : 최홍철 씨는 '웃긴' 사람이잖아요. 개그맨 시험 준비해 본 적 없어요?


최홍철 : 개그맨 시험 준비는 중학교 때부터 계속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그맨의 자리가 좁아지고, 어려운 것 같아서 다른 직업을 생각했어요. 지금은 개그맨의 꿈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Q : 영상 크리에이터로서 전망이 좋다고 보는 건가요?


최홍철 : 성공은 할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걱정도 없진 않지만 좋은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 최홍철 씨 하면 엠넷 '쇼 미 더 머니'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는데요. 올해도 참가할 계획이 있나요?


최홍철 : 재작년에, 그리고 지난해에 보니까 사람들이 '쟤 또 나와서 이상한 짓 하겠지'라고 예상하는 그림이 나와서 이제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 또 나가면 방송국 분들도 싫어하지 않을까요? '쇼 미 더 머니'가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진지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또 나가면 민폐죠. 나가지 않을겁니다.


Q : '쇼 미 더 머니' 참가했을 때 에피소드가 있나요?


최홍철 : 2015년에는 진짜 자다가 나가서 2분 찍고 집으로 돌아와서 큰 에피소드가 없고요. 지난해에는 줄을 서 있는데 어떤 분이 제 관심을 끌더라고요. 저와 같은 길을 걷는 분인 것 같았었는데 어쩌다 그분과 말다툼을 하게 됐어요. 그게 제 방송에서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았죠. 그분을 또 만나게 되면 재미있게 프리스타일 랩 배틀도 하고 유머 콘텐츠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러브콜입니다.


Q : 지난해에는 방송화면에도 나오고 주목받았는데.


최홍철 : 많이 떨었어요. 그 때 '다른 사람들은 멋있게 나와서 하는데 난 왜 이불을 두르고 목에 체인을 걸고 있지'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소품 때문에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웃기려고 나간거니까 웃기기 시작하면서 보람은 느꼈어요. 


Q : 지난해 '쇼 미 더 머니'에서 프로듀서 쿠시 앞에서 오디션을 본 장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최홍철 : 그 때 민망해 한 건 콘셉트였어요. 원래 시나리오가 랩 하다 일부러 실수하는 거였어요. 이어서 엄마에게 전화해 개그를 하는 거였고요. 하지만 분량이 길어서 편집됐죠. 처음에는 방송에 나올 거라고 기대 안했는데 조금이라도 나와서 좋았어요.



Q : 다시 최홍철 씨 영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방송을 보면 버릇처럼 '삭발하겠다'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최홍철 : 제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많이 해요. 실제로 허언증도 있고요.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말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한 적도 많아요. 항상 말조심해야겠다고 느낍니다.


Q : 또 방송에서 조심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최홍철 : 생긴 것과 달리 술, 담배를 하지 않아요. 욕도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해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면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데 예전에 '왜 욕을 하느냐'라며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상한 짓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까 조심하게 돼요.


Q : 가족들 반응이 처음에는 안 좋았나 봐요?


최홍철 : 처음에는 '왜 욕 먹을 짓을 하냐? 공부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개그맨 시험도 보고 해야지'라고 하셨는데요. 이제는 영상 찍는 것도 도와주고 응원해 주세요.


Q : 올해 계획한 목표가 있을까요?


최홍철 : SBS '정글의 법칙'처럼 집을 지어보고 싶어요. 아직 계획 중이지만, 팀을 꾸려 해외에 나가서 인터넷판 '정글의 법칙'을 찍고 싶어요. 


Q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건 뭔가요?


최홍철 : 많은 구독자와 팔로워를 얻어서 원하는만큼 수익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사업 구상을 많이 했는데요. 실제로 실행에 옮겨 수익을 올린 적도 있어요. 그래서 팔로워가 많이 생기면 사업을 크게 한번 해보고 싶어요. 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큰 그림으로 보면 예능인이 되는 게 목표예요.


Q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홍철 : 제 방송 시청자나 팔로워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요. 2~3분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콘텐츠예요. 노력한 만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초심 그대로이니까 초심 잃었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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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국 purin@sportsseoul.com


사진 | 최홍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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