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조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 2017. 2. 21. 야구회관.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p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 체육2부장]묵직한 돌덩이 하나가 어깨에 턱 내려 앉은 느낌이랄까, 인터뷰 내내 심리적 중압감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800만 관중 돌파로 국민 스포츠로 완전히 자리잡은 프로야구라지만 사활이 걸린 문제 하나가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승부조작 문제,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판판정에 대한 엄격해진 팬들의 눈높이는 국민 스포츠의 위상마저도 뒤흔들 수도 있는 새로운 장애물들이다. 프로야구가 공정성 확보라는 새로운 어젠다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귀기울여 올해부터 클린베이스볼센터를 출범시켰다. 그 막중한 책임감을 떠맡은 이가 정금조(51)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이다. 정 센터장은 KBO의 경기운영 파트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 프로야구가 다른 프로종목에 견줘 한결 정교하고 치밀한 제도와 규약으로 무장한 데는 정 센터장의 탁월한 능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허술하기 짝이 없던 제도적 틀을 시대의 상황에 맞게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각종 편법과 탈법을 미연에 방지한 그의 능력은 프로야구를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 종목의 반열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 됐다. 그랬던 그에게 ‘클린 베이스볼’이라는 특명까지 떨어졌다. KBO내 태스크포스팀으로 운영하다 클린베이스볼센터로 독립한 뒤 첫 수장으로 부임한 그는 “어쩌면 프로야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며 짐짓 비장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KBO 운영부의 터줏대감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제도적 틀을 정비한 그이지만 클린베이스볼의 중차대한 업무는 미래의 새로운 뼈대를 만드는 업무인 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에 걱정부터 앞선다. 정 센터장은 “공정성 확보는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의 성패를 결정짓는 열쇠”라면서 “근절되지 않고 잇따르고 있는 승부조작과 관련한 교육, 홍보, 예방과 함께 비디오판독센터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상시적인 감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클린베이스볼센터 업무의 양대 축”이라고 설명했다.

정금조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 2017. 2. 21. 야구회관.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peoul.com
-KBO가 클린베이스볼 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스포츠의 시대적 과제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공정성 문제가 시대적 화두다. 그래야만 팬들이 해당 종목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며 스포츠의 매력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KBO는 스포츠의 공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해 유난히 불미스런 일이 많이 터졌다. 아무래도 체계적이고 효율적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태스크포스팀(TF)으로 운영되던 클린베이스볼팀을 지난 1월1일부터 클린베이스볼센터로 독립하게 됐다.

-클린베이스볼 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

경기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모든 일을 담당하는데 크게 세 가지 업무를 주로 맡게 된다. 첫번째로 승부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교육, 홍보, 예방 업무를 하게 된다. 스포츠의 핵심인 경기의 공정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기의 공정성을 상실하면 결국 팬도 외면할 수밖에 없어 그 파장은 너무나도 커진다. 프로야구 산업의 존폐 위기로까지 확전될 수 있는 문제다. 두번째는 심판의 오심을 막기 위한 비디오판독센터 업무다. 그동안의 판독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 판독시스템을 스포츠의 공정성 회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부정행위를 감시 감독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경기영상을 저장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면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행되는 또 다른 불법행위인 도핑과 관련한 업무도 클린베이스볼센터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클린베이스볼센터의 업무는 KBO 혼자의 힘으로는 벅찰 수밖에 없다. 업무의 특성상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가 무엇보다 중요할 듯 싶은데.

핵심 포인트다.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제 주체들의 유기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물론 체육정책을 결정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스포츠 공정성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경찰과 검찰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이루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그 어느 하나가 삐끗하게 되면 업무의 효율성을 꾀할 수 없는 게 이 일의 특수성이다.

정금조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 2017. 2. 21. 야구회관.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peoul.com
-비디오판독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바뀐 시스템을 쉽게 설명한다면.

심판판정 역시 경기의 공정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비디오판독시스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난해 시범테스트를 약 2~3개월간 실시한 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채택하게 됐다. 지난 시스템과 비교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지난해 판독시스템은 현장에 있는 방송중계팀의 카메라 7대에 의존했다. 비디오판독 요청이 들어오면 현장에서 이를 되돌려 판독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현장 카메라 7대 외에 각 메인구장에 3대의 고정 카메라까지 설치해 정확도를 높이고 사각지대를 없앴다. 그리고 판독 장소를 현장이 아니라 외부에 만들었다. 서울 상암동에 판독센터를 두고 여기서 판독관이 상황을 진두지휘함으로써 정확성과 효율성이 동반된 판정을 꾀할 수 있게 했다.

-현대야구의 또 다른 화두는 스피드업이다. 바뀐 판독시스템이 스피드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현장이 아니라 판독센터에서 모든 걸 미리 준비하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스피드업에 큰 도움이 된다. 고정카메라 3대까지 설치해 사각지대가 별로 없어 판독도 훨씬 빨라졌다.약 30초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종전 판독 시스템이 대략 2분 정도 걸렸다면 바뀐 시스템은 1분 30초대로 시간을 줄여 스피드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정 카메라 3대는 어디에 설치하는가.

비디오 판독 요청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1, 2루에 배치하게 된다. 1루에 2대, 2루에 1대를 각각 배치하는 가운데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오는 3월 14일 첫 경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고정 카메라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은 물론 화면도 흔들림이 없이 깨끗해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비디오판독시스템이 승부조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그동안 실제 경기에서 의심나는 행위를 한 선수의 모니터링이 쉽지 않았다. 화면을 방송 중계팀에서 빌려 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뀐 시스템에선 달라졌다. 판독센터에서 모든 걸 컨트롤하게 되면서 판정 뿐만 아니라 승부조작을 염두에 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첫 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던지는 선수의 투구를 화면으로 저장해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면 승부조작 여부를 제대로 감별할 수 있다. 앞으로 1회 첫 타자를 상대로한 투수의 볼넷,1회 초구에 헛스윙하는 타자 등을 예의주시해 모니터링할 생각이다.

정금조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 2017. 2. 21. 야구회관.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p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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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KBO의 상황인식이다.KBO는 승부조작과 관련해 어떤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승부조작이 뿌리가 꽤 깊고 만연돼 있다고 보고 있는데.

KBO도 지난해 승부조작과 관련한 선수가 적발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단호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KBO도 승부조작 행위가 몇몇의 일탈행위에 기인하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승부조작 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도록 하겠다.

-승부조작 근절의 정책적 지향점은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

사고가 터지고 관련된 선수를 적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책은 아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선제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본다. 많은 비용을 들여 비디오판독센터를 만든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장에서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는 판독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경기 다음날 이를 모니터링해 부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범죄는 늘 그렇듯 진화하게 마련이다. 승부조작 역시 그렇다. 승부조작의 새로운 유형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이를 적발해내는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게 KBO의 기본 자세다. 출범 36년째를 맞는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스포츠의 공정성이라는 엄정한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jhkoh@sportsseoul.com

◇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생년월일=1966년 9월 3일▲출생지=전남 나주▲출신학교=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일본어교육학과▲KBO 입사=1992년 3월 ▲경력=운영부장(2011~2016년)-클린베이스볼센터장(2017년 1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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