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최민정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왼쪽)와 최민정이 22일 3000m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삿포로 | 김용일기자 kyi0468@sportsseoul.com

[삿포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중국의 나쁜 손 논란이요? 앞으로 여지를 주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쇼트트랙 코리아’의 위상을 알린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 심석희(20·한국체대) 최민정(19·서현고)은 당차게 말했다. 태극낭자가 뭉치자 ‘중국의 나쁜 손’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둘은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링크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이끌었다. 절치부심한 심석희가 포문을 열었다. 주종목인 1500m에서 후배 최민정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전날 500m 결승에서 봉변을 당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중국의 판커신과 사투를 벌였는데 판커신이 왼손으로 심석희의 오른 다리를 건드렸다. 그 사이 장이쩌(중국)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판커신 심석희 순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둘 다 실격 처리, 국내에서 ‘중국의 나쁜 손’으로 불리며 떠들썩했다. 심석희로서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마지막 날 심적으로 편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주장답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준결승에서 판커신을 제압한 뒤 결승에서 1분30초376을 기록하며 100m 금메달을 따냈다.

[SS포토] 심석희-최민정, 든든한 계주 상두마차
심석희(오른쪽)와 최민정이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여자 3000m 계주 예선경기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6.12.16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1000m 금,은을 가져간 심석희 최민정의 오름세는 3000m 계주로 이어졌다. 쇼트트랙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날 심석희와 판커신으로 불붙은 한국과 중국의 라이벌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1~4차 대회 금메달을 휩쓸었고 1차 대회에선 4분05초350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한국은 드라마틱하게 중국을 제압했다. 초반 선두를 유지하다가 5바퀴를 남겨두고 중국에 선두자리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심석희의 역주와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이 아웃코스에서 궈이안에게 역전을 해내면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그야말로 통쾌한 설욕이었다. 최민정은 “계주하기 전 중국 선수와 경쟁을 예상했다. 훈련 때부터 (마지막 주자로 나설 때)앞설 수도, 중국 선수가 앞설 수도 있다고 여기고 대비해왔다. 연습한대로 움직인 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심석희가 판커신에게 당한 것과 관련해선 “중국 선수들은 이전부터 비슷한 행동을 해왔다”며 “체력과 스피드를 끌어올려 확실하게 (레이스에서)앞서간다면 나쁜 손 여지를 두지 않고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석희 역시 “(평창)올림픽에선 더 중국 선수들이 거칠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와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은 계주 우승으로 나란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쇼트트랙 서이라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서이라가 22일 열린 남자 1000m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삿포로 | 김용일기자

남자 쇼트트랙 역시 1000m에서 서이라(23·화성시청)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날 5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그는 신다운(24·서울시청) 이정수(28·고양시청) 등과 결승에서 경쟁했다. 1분24초097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빛레이스를 펼쳤다. 1분24초119를 기록한 신다운도 서이라에 이어 들어오면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표팀 맏형 이정수(1분24초169)는 3위를 차지했으나 한 나라가 1~3위를 싹쓸이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동메달을 놓쳤다. 가장 늦게 들어온 일본의 와타나베 게이타(1분24초395)가 행운의 동메달을 따냈다. 서이라는 “결승선 통과할 때 1등인지 2등인지 긴가민가했다. 애초 경기 전 누가 금메달 따도 서로 축하해주자고 서로 얘기했는데, 내가 (1등한 것을)보고 기뻤지만 옆에 다른 (동료)선수가 있었기에 너무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받은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더 집중할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선 아쉽게 중국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 걸린 8개의 금메달 중 5개를 쓸어담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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