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데얀 \'아쉬운 경기였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1차전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경기가 열렸다. FC서울 데얀이 경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7.2.21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준비과정이 충실했던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축구는 결국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한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 결정력에서 뒤진 FC서울이 시즌 첫 공식경기에서 패배를 맛봤다. 상대 수비수의 퇴장으로 얻은 숫적 우세도 살리지 못했고, 페널티킥 기회도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의 패배는 ACL 무대에서 중국 슈퍼리그 팀들을 상대해야하는 K리그 팀들에게 중요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1차전 상하이 상강과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요주의 인물로 꼽혔던 상대 공격수 헐크에게 일격을 당해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서울은 역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총 33번의 ACL 경기에서 19승을 거두고 4패밖에 당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5승1무로 안방불패였다. 이날 패배는 그래서 더욱 쓰라렸다.

◇준비한대로 나선 서울, 기죽지 않았다.

서울은 이날 데얀을 최전방 원톱으로 세우고 윤일록과 이상호를 날개공격수에 배치했다. 주세종과 고요한 오스마르로 구성한 역삼각형 중원, 김치우 김동우 곽태휘 신광훈으로 이어지는 포백 모두 일본 가고시마 전훈을 통해 손발을 맞춰 온 그대로의 멤버였다. 수비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조직력 강화에 힘써왔던 황선홍 감독이 상하이 상강전을 준비하며 상대에 대한 대비보다 그동안 준비해온 전술 수행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양 측면 윙어들이 공간을 넓게 벌리며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하면 고요한 주세종 두 미드필더가 빈틈을 파고 들며 공을 연결하고 골문을 노렸다. 정교한 패스가 이뤄지면서 수비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울이 경기를 주도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전반 1분만에 신광훈의 크로스에 이은 데얀의 헤딩슛으로 유효슛을 기록한 서울은 수차례 상대가 흠칫할 만큼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수비에서의 협력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오스마르가 빈공간을 적절히 커버해 포백 수비수들과 함께 상대 공격속도를 늦추면 주세종 고요한이 가세해 공을 탈취해냈다. 조직력에서는 확실히 서울이 앞섰다.

[SS포토] FC서, 후반 헐크에 실점
후반전 상하이 상강 헐크(오른쪽 두번째)의 선제골이 터지자 서울 선수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2017.2.21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결국은 골, 한 방 싸움에서 밀렸다.

상하이 상강은 최전방에 엘케손을 세우고 좌우에 우레이와 헐크를 배치했다. 중원에서는 차이후이캉을 중심으로 아흐메도프와 오스카가 포진했다. 공격진의 무게감이 무거운 탓이었는지 상하이 상강은 외국인 선수 4명을 포함 우레이까지 5명의 선수들과 차이후이캉을 필두로 한 수비 5명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이 주도권을 잡도고 골을 넣지 못한 것과 달리 상하이 상강은 흔치 않은 슛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을 보였다. 후반 8분 아흐메도프의 패스를 우레이가 제대로 잡지 못하고 놓친 것이 하필 헐크에게 연결됐다. 헐크의 강력한 왼발 슛은 유현이 손을 쓸 수 없는 골문 왼쪽 상단에 꽂혔다.

이후 반격에 나선 서울은 데얀이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면서 후반 14분 상대 중앙수비수 허관의 퇴장과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낮게 깔아찬 데얀의 페널티킥은 상대 골키퍼 양준링에게 막혔다. 수비수가 줄어든 상하이 상강이 엘케손을 패고 수비수 장웨이를 투입하면서 수비적으로 돌아선 사이 서울은 수비수 김동우 대신 박주영을 투입해 투톱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숫적 우위와 공격적인 전술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마우링요와 이석현 등 공격성향의 선수들을 투입했음에도 승부를 결정지을 골 결정력에서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SS포토] 고요한 \'몇명이 온거야?\'
서울 고요한이 상대의 협력수비에 막혀 볼을 빼앗기고 있다. 2017.2.21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중국 슈퍼리그의 역습, 서울의 패배가 던진 경고의 메시지

이번 시즌 ACL무대에서 K리그 팀들은 중국 슈퍼리그 팀들과 힘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울산이 속한 E조를 제외하면 3개조에 중국팀이 포함돼있다. 수원삼성은 G조에서 중국 최강이자 ACL 2회 우승팀인 광저우 헝다와 경쟁해야 한다. 제주가 속한 H조에는 지난 4시즌동안 ACL 준결승행만 3번을 이끈 최용수 감독이 장쑤 쑤닝과 함께 나섰다. 상하이 상강이 지난 시즌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ACL 본선에 출전한 것을 고려하면 광저우와 장쑤의 전력을 상하이보다 낮게 평가할 수 없다. 상하이 상강은 지난 시즌에는 5번의 원정경기를 치러 4패(1승)를 당하며 약한 모습이었지만 올시즌은 시작부터 서울을 잡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영입한 헐크로 공격력을 보강한데 더해 자금력을 바탕으로 브라질 대표 오스카와 우즈베키스탄 대표 아흐메도프를 영입해 중원을 강화한 효과를 본 셈이다. 지난 시즌 ACL 무대에 데뷔했지만 8강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ACL 출전이 불발된 상황에서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인 서울이 K리그의 저력을 보여줘야하는 상황이다. 아시아축구연맹조차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적시한 서울이 무너진 것은 슈퍼리그 팀들을 더이상 한 수 아래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상하이 상강의 승리, 서울의 패배는 중국 슈퍼리그와 경쟁해야하는 K리그 팀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조직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몸값 비싼 선수들의 개인능력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 자금력으로 사들인 ‘한 방’ 해결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조직력은 시즌을 지나며 실전을 치르는 횟수가 쌓일수록 다듬어지기 마련이다. 앞으로 점점 더 중국팀들을 상대하기 까다로워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동아시아 라이벌인 일본 J리그와 경쟁하면서 중국 슈퍼리그의 강한 도전에도 직면하게 된 K리그 팀들은 대응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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