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가장 이요원스러운 모습은 언제였을까.

배우 이요원은 그동안 출연작은 많았어도 인간 이요원의 모습은 대중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이요원은 “가장 이요원스러웠던 모습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지난 15일 개봉한 자신의 영화 ‘그래, 가족’(마대윤 감독)을 꼽았다. 영화 홍보를 위해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지만, 귀기울여 들어보면 수긍이 안될 것도 없었다.

이요원

◇이번에 실제 나처럼. 전작들 비현실적이었다

‘그래, 가족’은 남보다 못한 3남매에게 갑자기 막내동생이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가족이야기. 이요원은 극중 인생의 짐짝 같은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뉴욕특파원을 꿈꾸며 방송사 기자로 휴가도 없이 살던 오수경 역을 맡아 때론 가족들에게 폭발하고, 때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인간미를 보여줬다.

이요원은 “어른이 된 형제자매의 이야기가 현실적이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안 보고 사는 가족이나 형제들도 많고, 집에 부담이 되는 가족이 생기면 아무도 안 맡으려 한다는 이야기들도 한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릴 때 많이 싸우기도 했고, 지금은 좀 잘 지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주지만 그래도 영화에서처럼 ‘가족이 아니라 웬수다’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며 배역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오수경이 까칠하고 시크한 앤데, 내가 JTBC ‘욱씨남정기’ 때도 그런 캐릭터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어떻게 다르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이 영화에서는 정말 제가 실제로 짜증이 난듯 연기했다. 생각 안하고 했다. 그런데 영화를 실제로 보니까 너무 짜증을 내는 거 같았다. ‘내가 너무 짜증 내는 거 아닌가. 내가 생각을 해서 템포를 맞추고 했어야 했나.’ 그런 부분이 좀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수경이 가장 이요원스러운 캐릭터였다”면서 “대본에 나온대로 표현한게 아니었다. 욱하는 여자의 모습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내 성격이 많이 반영됐다. ‘욱씨남정기’에서는 좀더 캐릭터적이고 판타지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실제 내모습 같았다. 오수경은 전화만 와도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실제로 내가 오수경 입장이면 그럴 것 같았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그전에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요원

◇‘빽’없이 내힘으로 여기까지. 누구한테건 당당해

오수경은 뉴욕특파원 발령을 기대하다가 금수저 후배에게 밀려 10년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런 흙수저의 모습도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 수 있지 않을까 물었더니 이요원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빽’ 써서 성공하는 사람을 나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 것들이 어렸을 때는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항상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데, 나는 한번도 ‘빽’ 써서 뭘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대학교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다 내 힘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걸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한테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나 스스로 뿌듯하다.”

그런 이요원은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당당하다. 1남2녀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여배우로서의 모습으로만 이미지를 잘 단장한 이요원은 최근 MBC ‘불야성’까지 걸크러시 캐릭터를 연달아 선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똑부러지게 말했다.

“일부러 고른 건 아니다.‘그래, 가족’은 ‘욱씨남정기’ 끝날 때쯤 받은건데, 너무 반가워서 ‘너무 이상하지 않으면 하자’ 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욱씨남정기’랑 되게 비슷해서 ‘또해?’ 했지만 가족이 주된 내용이고, 본질이 다른 얘기니까. 또 내가 할 수 있는 영화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영화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요즘 너무 없다. 그래서 ‘불야성’도 한다고 했다. 여자 둘이 메인인 드라마가 거의 없다. 시청률도 걱정을 했지만, 그래도 잘한 거라 생각했다. 얻은 게 많다. 새로운 팬들도 얻었고, 나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말투나 톤을 발견했다.”

또, “어릴 때는 여리여리 청순가련이 내 꼬리표였다. 그런 내가 걸크러시라는 닉네임을 가질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내가 마흔이 넘어서는 어떤 걸 또 할지는 모르지만, 가장 멋있는 나이에 가장 멋있는 걸 하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하면서 “지난해에 드라마 두 편, 올해 영화 한 편. 내가 정말 십수년만에 처음으로 만 일년사이에 3작품을 했다. 그렇게 하려고 한게 아니지만,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려 한다. 이제 30대도 얼마 안남았다”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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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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