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1
포항 GK 노동건이 전지훈련지인 서귀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 | 도영인기자

[서귀포=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지난 해에는 내 바닥을 본 것 같다. 이제 반등할 시간만 남았다.”

노동건(26·포항)의 2016 시즌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프로 3년차에 주전 GK를 상징하는 수원 삼성의 등번호 1번을 배정받은 그는 꿈꾸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축구 선수를 시작한 후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넘버원 GK의 부담감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지난해 주전 GK로의 도약을 노렸던 그의 목표는 결국 실패로 이어졌고 올시즌에는 포항으로 임대돼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그는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아쉬움과 팬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솔직하게 전했다. 노동건은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했지만 팀의 결과가 좋지 않았고 내가 실수를 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다보니 부담감이 커지면서 피해망상과 자괴감이 들었다. 모든 것이 내 탓인 것 같았고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혼자 이겨내보려고 노력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수원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성룡이 일본 무대로 진출한 뒤 그는 지난 시즌 개막전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자신의 부진과 팀의 추락이 맞물리면서 6월 이후에는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심리적인 불안과 압박감이 커졌고 결국 안정을 찾기 위해 스포츠 심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지난 시즌 아픔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시점에 또 다른 변수로 흔들렸다. 베테랑 GK 신화용이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반대 급부로 노동건이 포항으로 임대 이적을 하게 됐다. 노동건은 새로운 골키퍼 영입을 예상했지만 자신이 다른 팀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의 계약은 임대 제의부터 사인하기까지는 몇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진행됐다. 그는 “수원 삼성 이외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임대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게 프로구나하는 생각을 한 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포항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제 지난 시간들을 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모습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동건은 “수원 삼성전에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이게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경기 출전에 대한 소중함을 더 많이 깨닫게 됐다. 올해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속이 시원하고, 밝게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