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활짝 웃는 안방마님 양의지, \'나만 믿어!\'
1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경기장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훈련이 진행됐다. 안방마님 양의지가 불펜피칭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오키나와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오키나와=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믿어야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안방마님 양의지(30·두산)가 신뢰를 바탕으로 투수진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015년 한국시리즈부터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자신이 출전한 모든 대회를 우승으로 이끈 ‘우승 청부사’가 WBC 필승 전략으로 ‘신뢰’를 선택했다. 양의지는 2015 한국시리즈부터 프리미어12, 2016 한국시리즈까지 세 차례 단기전을 모두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있는 것 같다. 현역시절 박경완을 보는 듯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에 위치한 구시카와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양의지는 매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전에 진행하는 수비 포메이션훈련과 불펜피칭은 주축 포수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대표팀은 10개구단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자리라 전술이나 볼배합 등 모든 것이 새롭다.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타격과 블로킹훈련 등도 빼놓지 않고 해야 한다. 특히 투·포수는 호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구위를 점검한다. 양의지는 “다른 팀에서 타자로만 상대하던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보니 ‘이래서 대표팀에 뽑힐 수 있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밖에서는 우리들을 약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공을 받아보면 당장 시즌을 치러도 될 만큼 좋다. 투수들이 정말 몸을 잘 만들어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항상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내 이름도 덩달아 빛이 난 것 같다. 이번에도 투수들에게 묻혀갈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양의지
13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경기장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훈련이 진행됐다. 양의지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소속팀 투수들보다는 낯선 대표팀 투수들을 이끌고 중요한 대회를 치러야 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항상 “(강)민호형 따라다녀야 하는데 (김)태군이 끌고 다니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다”며 여유있는 미소를 짓는다. 그는 “국제대회는 우리나 상대나 서로를 모르고 치르는 경기다. 전력분석을 하겠지만 실제 포수석에 앉아 마주하는 타자들은 또 다른 느낌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볼배합을 하기보다 투수를 믿고 단순하게 가는 게 좋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호흡을 맞춘 장원준은 두산에서도 2년간 배터리를 이뤄 잘 아는 사이다. 양의지는 “(장)원준이 형이 WBC 공인구로 던지는 바깥쪽은 제구나 각이 상당히 좋다. 몸쪽은 아직 타깃이 명확히 잡히지 않아서인지 끝에서 살짝 (가운데로)말려 들어온다. 지금 공이라면 바깥쪽을 볼배합의 중심에 놓고 타자를 상대하는 게 맞다. 되는 공, 경기 당일 가장 좋은 공을 믿고 과감하게 승부해야 투구수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를 의식하는 것보다 서로를 믿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양의지의 설명이다.

[SS포토]매너남 양의지, \'심판원님들 고마워요~\'
1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경기장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훈련이 진행됐다. 양의지가 불펜 피칭을 도와준 심판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오키나와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투수들의 신뢰도 정점에 달해있다. 양의지와 함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순간을 함께 한 이현승은 “큰 경기에서는 (양)의지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둥글둥글한 외모에 기상천외한 농담으로 투수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데 달인이 됐다. 이현승은 “농담을 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는데 큰 경기에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는 큰 무기”라고 말했다.

양의지의 가장 큰 장점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이다. 타자들의 스탠스 변화나 노림수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빠른 공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면 빠른 공을 치라고 준다. 투수가 확신을 갖고 던질 수 있도록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는 “아직 초보 국가대표”라며 자세를 낮추지만, 투수전으로 펼쳐지는 국제대회 특성을 고려하면 양의지의 ‘계산’에 이번 WBC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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