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찬PD_1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문제적 남자’는 토크쇼라고 생각해요.”

어느새 100회를 맞이한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를 연출하는 이근찬 PD에게서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문제적 남자’는 방송인 전현무, 타일러 라쉬, 배우 김지석, 하석진, 페퍼톤스 이장원, 블락비 박경 등 연예계 ‘뇌섹남’ 6인과 게스트가 함께 문제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퀴즈쇼와 달리 정답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푸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접근법, 사고방식 그리고 인생 이야기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근찬 PD는 “게스트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까지 왔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말할 수 있지만 먹방이 음식을 먹으며 하듯이 우리는 문제를 풀면서 이야기 한다. 문제가 주어졌을때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각자의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문제가 토크쇼의 장치로 작용하기에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시작 당시 두달도 가지 못할 거라는 일부의 걱정과 달리 ‘문제적 남자’는 회를 거듭하며 오히려 탄탄한 시청층과 높아진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PD는 “나 역시 이렇게 길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는데 오히려 요즘 더 시청률이 오르는데 특이한 케이스다.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아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제적 남자’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PD는“다른 프로그램은 시청포인트가 도드라져야 사람들이 보는데 ‘문제적 남자’는 바라보는 포인트가 다양한 것 같다. 어떤 분은 문제를 푸는데 방점을 두고, 또 다른 분은 일반 예능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게스트를 통해 얻는 폭 넓은 정보와 현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 6명의 출연자들의 케미가 요즘 물이 올랐다. 실제로도 굉장히 친해서 촬영장에서 노는 것이 보이는데 이런 매력에 시청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전했다.

박경 합류 이후 단체사진-1

최근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는 출연진이지만 초기에는 전현무를 제외하곤 예능 경험이 적거나 전무해 우려의 대상이기도 했다. “웃음에 집중하기보다는 진지하고 진실하게 문제에 접근하면 시청자도 그 느낌을 같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이런 분들과 예능을 만드냐고 걱정도 했다. 물론 전현무라는 예능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 박혀 있어 믿고 가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다들 굉장히 똑똑하다. 예를 들면 전현무는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다소 멍청해 보일 수 있지만 ‘해피투게더’에 가서는 추앙받는다고 하더라. 다른 분들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각기 다른 분야에서는 더 뛰어난 사람을 보면서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하며 놀란다고 한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쌓이고 인정해 주면서 재미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 PD는 중간에 합류한 박경에 대해 “확실히 센스도 좋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은 외우고 쓰는 것에 익숙한데 비해 틀이 열려있다. 사고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면서 “방송에서 문제를 푸는 것만 아니라 방송 외적에서는 막내로서 역할을 잘한다. 박경 스타일이 사람을 잘 아우르고 형들한테 굉장히 잘하는데 프로그램에 잘 자리매김했고 우리도 덕분에 좋은 효과를 얻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배우에게 특정 이미지의 고착화는 좋지 않지만 하석진과 김지석 모두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녹화장에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쉬러 오는 느낌이다. 연기하는 머리랑 문제 푸는 머리가 다르다고 하더라. 왔다 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이 친구들과는 1000회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제적 남자 고화질 스틸 (4)

‘문제적 남자’의 또 다른 매력은 제목 그대로 ‘문제’다. 이 PD는 “문제 선정은 ‘며느리도 안가르쳐 준다’고 하지만 방법이 따로 있지 않다. 자문위원에게도 받고 만들어서 하고 책에서 참고도 한다. 속칭 노가다식으로 하는데 제작진 특히 작가진이 정말 고생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게스트에 관련된 분야와 흥미를 가지는 문제로 선정을 한다. 기본적으로 문제를 제작진이 다 같이 풀어보는데 우리가 느끼는 난이도와 자문위원의 난이도를 종합해서 선별을 한다. 나름대로 최적화된 문제를 낸다고 하는데 출연자 자체가 똑똑해서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 매번 새로운 문제로 흥미를 주어야 하는데 금방 알아차릴 때도 있다. 문제에 대한 중요도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문제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항상 고민을 하고 있다. 제작진이 힘들어야 시청자가 재밌다.(웃음)”

‘문제적 남자’는 출연진과 함께 게스트의 정체를 추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 PD는 “홍보자료에도 게스트를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 예능은 사전에 공지를 하고 게스트가 나오면 설명을 하는데 우리 출연진은 시청자와 같은 입장에서 처음부터 함께 풀어가는 느낌을 진정성있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출연진이 녹화전 게스트가 누군지 알고서 이야기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출연진이 게스트를 맞히려고 노력을 하는게 또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도 출연진에게 공개하지 않기 위해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초창기부터 공을 들였던 김정훈의 출연분은 역대 최고 시청률인 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PD는 “부담 때문에 고사하다 나왔는데 재밌어서 또 부르면 나오겠다고 했다. 시청자나 제작진의 기대치가 있어서 다른 게스트보다 문제 난이도를 조금 더 어렵게 냈다. 그런데 푸는 과정을 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해법이나 정답이 아닌 진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깜짝 놀랬다”고 전했다.

이근찬PD_3

‘문제적 남자’에는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프로바둑기사, 세계 대학생 토론대회 우승자, 드림웍스 촬영감독, 수능만점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게스트로 나와 프로그램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게스트를 섭외할 때 다각도로 생각하고 문제 해결과정을 즐겁게 공유하는 사람을 선정한다. 게스트마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과 과정이 각기 다르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예능에서 잘 볼 수 없는 분들을 어렵지만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흥미와 재미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프로그램이 가치있게 느껴지길 바란다.”

100회를 맞이한 ‘문제적 남자’는 2017년 조금 더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 PD는 “올해는 진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로 편성이 바뀔 때도 기존의 일요일 예능이 기진 틀을 한번 깨보고 싶어 과감하게 시도를 했다. 여러 장치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에도 힘을 실어 줄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게스트 역시 해외 스타나 다양한 분야의 재밌는 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으로 ‘고3인데도 이 프로그램을 챙겨봤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TV라는 열려 있는 매체 속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문제를 푸는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사고 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해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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