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선수 시절 김재박 전 감독을 기억하는 야구팬들도 많지만 그의 감독 시절 역시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김 전 감독의 감독 시절은 화려했고, 또 아쉬움도 많이 남는 기간이었다.


선수 은퇴 후 김 전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 수석코치를 거쳐 19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첫 감독직이었지만 김 전 감독이 '명장' 소리를 듣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창단 첫 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대는 당시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해태 타이거즈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현대의 저력은 이후에도 쭉 이어졌다. 김 전 감독이 2006년까지 팀을 이끄는 동안 현대는 총 네 차례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세 시즌을 제외하고 매년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김 전 감독은 당시 현대가 '잘 나갔던' 이유에 대해 "구단에서 지원도 잘 해줬고, 투타가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팀 밸런스가 잘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창단할 때부터 현대 선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시켰다. 스피드와 파워, 그리고 기본기를 중시했다. 선수시절 내가 약점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 가지를 중점으로 훈련했다. 이 때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전 감독은 미국에서 전지훈련 때 배운 것이 현대가 강팀이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특히 트레이너들이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인 트레이너를 초빙해 같이 훈련을 시켰다. 그때 그들에게 배운 현대 트레이너들이 지금 각 프로팀에 메인 트레이너로 활약 중이다(대표적으로 넥센히어로즈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이런 시스템으로 훈련받은 선수들(정성훈, 박경완, 박진만 등)이 모두 늦은 나이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의 수 많은 명경기 중 많은 야구팬들은 2004년 삼성 라이온즈와 펼쳤던 한국시리즈를 빠트리지 않는다. 당시 현대와 삼성은 무려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현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 전 감독은 "그때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인 김응용 감독을 드디어 이겼다는 기쁨이 가장 컸다"고 돌아봤다.


"1996년 감독 첫 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해태 김응용 감독에게 패했다. 언젠간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을 이겨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8년만에 2004년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붙게 된 거다. 9차전은 경기내용 자체가 현대가 크게 앞서 있었다. 삼성에게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워낙 큰 경기였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우승이 결정된 뒤 ‘우리 나라 최고의 감독인 김응용 감독을 드디어 이겼구나’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현대에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김 전 감독은 2007년 당시로서는 KBO 감독 사상 최고 대우인 총액 15억 5천만 원에 친정팀 LG 트윈스의 7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LG 감독 시절 김 전 감독의 성적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 전 감독은 "LG는 당시 하위권이었다. LG에서 선수생활도 했었기에 한 번 살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막상 가서 팀 상황을 보니 2~3년 가지고는 부족하겠다 싶었다. 4~5년 정도는 시간을 갖고 정비해야 팀이 제대로 완성되는 상황이었다. 부임 첫 해에 5위를 했다. 자연스레 구단이나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선수도 신인들을 써야할 정도로 부족했고, 부상자도 많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아쉬워했다.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지역 예선에서 대만과 일본에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며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또다시 대만과 일본에게 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을 맡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안게임 당시 베테랑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근우, 이대호 등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에 나갔다. 비록 일본, 대만에게 지고 3위를 했지만 그때 젊은 선수들이 대표선수로 국제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점에 대표팀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감독은 감독직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도 항상 준비하고 있다. 감독이란 자리는 나이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기다리고 있다. 내일이라도 불러준다면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그간 운영위원을 하면서 팀과 선수들의 장단점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감독 시절을 되돌아 본 김 전 감독은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게 격려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베스트 전력이 아니지만 단기전이고 변수가 많기에 팀워크를 잘 살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때도 한국이 약한 전력이라고 했는데 우승을 하지 않았나. 야구라는 것은 모르는 거다. 한국 대표팀이 역사적으로 역전승을 많이 했다. 그런 전통 역시 무시 못한다"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SS야구in ③] 김재박, 2016년 우천취소 논란에 답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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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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