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2017년 강원FC 코치로 변신한 박용호. 사진은 지난달 24일 울산방어진체육공원에서 열린 강원FC와 서남대학교의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는 박 코치.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최윤겸 감독에게서 지도자 영감을 얻는다.”

정든 유니폼을 벗고 강원FC 막내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용호(36) 코치는 2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아직도 (선수 은퇴한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앞서 먼저 그라운드를 떠난 최태욱 서울이랜드 U-15 감독, 이천수 JTBC 축구해설위원과 함께 1999년 부평고 시절 전국대회 3관왕을 이끌며 고교 축구를 평정했다. 당시 공수의 핵심 요원으로 뛰며 ‘부평고 3총사’로 불렸다. 프로에서도 나란히 톱클래스 선수로 활약했는데 최 감독은 2014년, 이 위원은 2015년에 선수 생활을 마쳤다. 박 코치 역시 2015년 강원에서 10경기를 뛴 뒤 지난 시즌 플레잉코치 구실을 하며 팀의 클래식 승격에 이바지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특급스타를 줄지어 영입하며 화제몰이를 한 강원은 기존 선수와 이적생의 가교 구실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줄 코치로 박용호를 점찍었다. “기분이 묘하다. 태욱이, 천수와 어린 시절부터 축구선수로 함께했는데 이제 모두 가장으로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둘이 먼저 좋은 길을 걷고 있어서 본보기가 된다. 은퇴 결심을 앞두고 친구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지난 2000년 FC서울 전신인 안양LG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상무에서 군복무(2005~2006)를 제외하면 2011년까지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2012~2013년 부산을 거쳐 2015년 강원에 입성, 지도자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K리그 통산 298경기 17골 4도움을 기록했다. ‘300경기를 채우지 못한 게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당연하다. 나 뿐 아니라 최 감독께서도 미안해했는데, 팀이 리빌딩하는 시점에서 나만 생각할 수 없었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내가 맞춰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강원 내에도 ‘부평고 3총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적생’ 이근호 김승용과 주장 백종환은 2003년 부평고 핵심 멤버로 뛰며 백운기 대통령배 전국체전 등 3관왕을 달성했다. “학연·지연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친구들이 팀을 이끌어가야 하므로 잔소리를 더 하는 편이다. 부평고 출신 스타일을 보면 개인 기술이 좋거나 많이 뛰면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선수가 많다. 이 친구들도 우리 때처럼 3관왕을 했기에 축구와 관련해 공감하는 게 많은데 팀에 유익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다.”

최윤겸 감독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최 감독께서 내게 큰 영감을 주는 분인 건 확실하다”며 “선수 시절부터 꿈꾸던 지도자상을 지녔다. 남을 배려하고, 매 순간 감정 제어를 잘하시더라.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선수 탓을 절대 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서’ 더 잘하자는 동기부여가 심어지더라. 이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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