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전북 김보경이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전훈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두바이=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미드필더 김보경(28)은 2015년 말 축구 인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프로 데뷔했던 일본 J리그의 명문 감바 오사카였고 다른 하나는 K리그 최강 전북이었다. 일본행을 선택하려는 순간, 최강희 전북 감독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보경은 전북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기로 했다.

2일 전북 전훈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만난 김보경은 “얼마 전 에이전트와도 얘기를 했지만 그 때의 선택이 정말 괜찮았던 것 같다. 내가 잘 되려는 운명이었나 보다”며 웃었다. 잉글랜드에서 3년간 뛰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전북은 또 다른 성취의 무대였다. 입단 첫 해인 2016년 그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국가대표로 다시 뽑혔다. 이재성과 아시아 무대를 주름 잡는 ‘미드필더 콤비’가 됐고 데뷔전부터 ‘마르세유 턴’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지난해 말 클럽 월드컵에서의 연속골 등 맹활약은 “김보경이 죽지 않았다”는 호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두 달 전 결혼도 했다. 김보경은 “결과 자체로 놓고 보면 90점이다. 다만 개인적인 것까지 합치면 55점인데 결과를 냈으니 50점 먼저 주고, K리그 데뷔를 무난하게 했으니 5점 더 준다. 나머지 45점을 올해부터 천천히 채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2017년은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중요한 기회다. 김보경은 “외국에선 나이를 따지지 않으니까 몰랐는데 한국엔 선·후배 개념이 있어 ‘나이를 먹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며 웃은 뒤 “축구로 비유하자면 (한국나이)29살에 결혼도 했으니 후반 15분에 1-1로 비기는 중이다. 공격적으로 나갈 지, 운영에 중점을 둘 지 올해 고민하는 것들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전북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대표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씩 꼽았다. 그는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29경기 4골 7도움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론 작년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이적하거나 부상으로 없으니 나와 이재성이 더 해야 한다”는 그는 “팀으로 봤을 땐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하고 싶다. 국내리그 우승을 맛보고 싶다”고 전했다. ‘슈틸리케호’ 주전 경쟁 의지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해엔 대표팀 재승선을 이뤘으나 올해는 임팩트를 선보여 중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이미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나도 경쟁해서 대표팀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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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보경이 1일 두바이 세븐스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다. “신혼여행을 3박5일로 다녀왔는데 다시 두바이 와서 3주간 떨어져 훈련하고 있다. 너무 미안하더라. 결혼한 것 같지가 않다”며 웃은 그는 “선배들이 ‘결혼하면 책임감 생긴다’고 해서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가장’의 이름으로 더 다부지게 뛸 것을 약속했다. 그는 올해 전북이 추구하는 스리백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중요한 열쇠로 꼽았다. “개인적으로 스리백은 오랜 준비를 해야 좋은 전술이라고 본다. 나도 스리백 경험이 적다”면서도 “경기를 할수록 좋은 장면이 나오고 있다. 윙어가 없는 전술인 만큼 나와 재성이가 보다 공격적으로 싸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북에서의 경험, 대표팀에서의 오랜 활약은 보다 먼 곳을 바라보는 에너지다. 김보경은 “작년 프레시즌 때 많이 져서 걱정했는데 막상 ACL 우승을 하고 K리그 클래식 33경기 무패를 했다. 그 땐 전북을 몰랐다”며 “그래서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스리백에서의 공격 방법 고민 정도가 있을 뿐이다”고 털어놓았다. ‘슈틸리케호’도 달라질 것을 자신했다. “언론이나 팬들이 우려하는 것 같은데 올해는 대표팀 선수들끼리도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세유 턴’은 김보경이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줄 수 있는 보너스다. “어릴 때부터 지네딘 지단의 플레이를 보곤 연습했다”는 그는 “하다가 볼 빼앗기면 질책 받을 수도 있지만 상황 등을 보고 해야겠다는 필요성이 들면 할 것이다. 작년엔 한 번 실패했던 것 같은데…”라며 즐거운 플레이도 약속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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