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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가 포르투갈 트로이아에 위치한 U-20 대표팀 숙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트로이아 | 도영인기자

[트로이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한국에 백승호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 몸담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도 월드컵 출전을 위한 의지를 불태우면서 신태용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백승호(20·바르셀로나)의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유럽무대에 뛰어들어 바르셀로나 B팀의 일원이 됐지만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은 여전히 많다. 오는 5월 한국에서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하고 싶은 것이 그 중 하나다. 백승호는 31일(한국시간) U-20 대표팀의 전지훈련지인 포르투갈 트로이아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과 미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월드컵은 인생이 바뀔 수 있는 무대”

백승호는 신태용 감독과의 첫 만남인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득점포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에도 한발짝 더 다가갔다. 백승호는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열린 3차례 평가전 중에 2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첫 경기인 에스토릴 U-20팀과의 맞대결에서는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가장 최근 열린 히우아베 U-20팀과의 경기에서는 2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는 전지훈련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경기력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 백승호는 “골은 기록했지만 만족할만한 경기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히우아베전의 경우 페널티킥 골과 동료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살린 것뿐이라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대표팀에서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백승호는 U-20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월드컵은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무대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백승호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백승호는 생애 첫 월드컵이 한국 축구와 자신의 축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인생이 바뀔 수 있는 무대다. 할 수만 있다면 우승을 해보고 싶다. 최소한 4강 이상 목표다. 준비한대로 잘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동료들과 월드컵을 상상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대회에서 골을 넣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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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가 31일(한국시간) 조제 무리뉴 트레이닝 센터에서 진행된 U-20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트로이아 | 도영인기자

◇조급함 버린 백승호 “B팀 경기시간 늘리는 것이 우선”

2010년 2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백승호는 7년이라는 시간동안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 그는 “바르셀로나에 와서 처음 3년간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어디든 초반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미숙해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았다”면서 “팀 동료들이 처음엔 아시아에서 온 선수라고 무시를 하기도 했다. 일부러 패스를 주지 않는 동료들도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한결같이 자신이 가야할 길만 바라보면서 시련을 이겨낸 그는 이제 마지막 목표까지 단 한 계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난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바르셀로나에 몸담고 있기에 1군 무대를 밟는 것이 당연한 목표다. 부담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호가 가는 길은 역사가 돼왔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했고 현재 바르셀로나 1~2군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로 인해 백승호의 1군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백승호는 지난달 초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를 대비한 1군 최종훈련에 참가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백승호는 1군 진입에 대한 조급함을 갖지 않고 있다. 그는 “시점을 정해서 언제까지 1군에 가야한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몇년 안에는 이뤄야한다. 나름대로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요즘 들어 프로 세계가 냉정하고 얼마나 힘든 무대인지 더 느끼고 있다. 지금은 B팀에서 경기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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