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성 - 섹스팅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에 크게 기여한 사건이 있다. 바로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섹스팅(sexting)’ 사건이다. 앤서니 위너가 온라인에서 15세 소녀에게 교복을 입히고 성폭행 판타지를 요구, 비디오 메시지 앱을 통해 본 사건이 발각되며 연방수사국(FBI)가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게 된 것이다.

섹스팅은 섹스(sex)와 메시지(texting)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 등 음란물을 주고 받는 행위를 뜻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며 이는 전세계적 문제로 떠올랐다. 섹스팅에 가담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 ‘NASUWT’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63%가 ‘14세 이상 학생들이 섹스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응답 교사 45%가 섹스팅에 가담하는 학생의 나이가 최소 11세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교사는 7~9세 어린이도 섹스팅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미성년자 30%가 섹스팅에 중독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 이에 워싱턴주 일부 지역에서는 섹스팅을 금지,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섹스팅 문제도 심각하다. 주요 수단은 트위터, 랜덤채팅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지난 18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박광선 경위가 경찰대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랜덤채팅 앱에서 지난해 5월 4일 하루 이용자들이 주고받은 사진 파일 1만9327건 중 약 10%에 해당하는 2000건을 표본으로 추출해 살펴본 결과, 전신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 등 음란물로 분류되는 사진이 1243건(62.1%)에 달했다. 특히 10대 여성과 성인 남성 간 사진전송이 이뤄지는 비율이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 앱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음란물을 게시하는 이용자들이 수두룩하다. 그중 자신을 여고생이라고 소개하며 신체 중요 부위나 자위하는 장면, 심지어 성관계하는 장면 등을 스스럼 없이 올리는 이들도 많다.

사회학자들은 성이 ‘부끄럽고 숨겨야 할 영역’으로 취급돼왔기에 이런 문제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섹스팅 역시 억압돼온 성적 욕구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과 미디어전공 금진희 석사의 ‘청소년의 ‘섹스팅(Sexting)’경험이 성 태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2015)에서는 ‘(사람들이) 사회의 규제와 억압으로부터 이동시킨 자신의 사적영역 안에서 기존에 존재했던 포르노그래피의 세계를 반영시키며 (스스로) 가상의 성적 관계를 맺는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이 됐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익명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노출 수위와 가학성이 끝도 없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SNS가 많기에 원치 않는 사람까지도 음란물에 노출되기 쉽다.

또 다른 문제는 섹스팅을 통해 여성이나 청소년이 음란행위나 성매매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또 섹스팅 경험은 왜곡된 성의식을 조장할 수 있다. 금 석사의 논문에 따르면 섹스팅 경험이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여성의 몸을 성적 욕망의 물리적 대상으로 인식했다. 표현의 자유, 개인 욕구의 해소만을 중시해 섹스팅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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