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홍 단장
데스크가 만난 사람91년 선수로 입단해 27년간 잠실을 지키다 야구단 단장으로 지명된 LG트윈스 송구홍 단장‘ 2017.01.19.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 체육2부장]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마침내 완벽하게 채워진 느낌이다. 프로야구 LG가 새롭게 꿈틀거리는 시점에 허전하던 한 자리를 ‘신의 한 수’로 채웠다. 송구홍(49) 신임 단장이 바로 이가 빠진 LG라는 동그라미를 완벽하게 채워준 묘수다.

LG의 전성기와 암흑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 출신 단장. 그의 단장 선임을 왜 이 빠진 동그라미를 채워주는 인사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LG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야구 열정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모기업,우수 선수들이 풍부해 마르지 않는 샘에 비유되는 서울을 프랜차이즈로 삼고 있는 이점,그리고 그 누구보다 충성도 높은 팬 등 LG는 프로 스포츠의 삼박자를 두루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다. 1990년 창단이후 무려 28시즌 동안 우승은 1990,1994년 등 단 두차례에 그쳤다. 스포츠 친화적인 기업 문화에도 투자 대비 성과가 미약했던 이유는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기반한 철저한 분석보다 스포츠에 남다른 관심을 지닌 기업 상층부를 의식해 프런트가 늘 그들의 입맛에 맞춘 진단을 내려 결과적으로 헛바퀴만 돌게 했다. 실패 경험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팀이 개선되고 진보하지만 LG는 그렇지 못했다. 그룹 윗 사람의 눈치를 의식한 프런트의 보신주의(保身主義),그게 바로 LG 암흑기의 원흉이라는 지적은 짜장 틀린 말이 아니다.

야구를 아는 대쪽같은 성품의 단장.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설할 수 있는 곧은 사람이 필요했다. 눈치보지 않는 직언직설의 적임자가 바로 송구홍 신임 단장이다. 지난시즌 팀 리빌딩 문제로 팀이 흔들릴 때도 운영총괄인 그의 뚝심이 큰 힘이 됐다. 극성 팬의 비난여론에도 리빌딩의 의지를 굽히지 않던 양상문 감독을 든든하게 지켜내 결국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는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구단주에게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시라”는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게 바로 그다. 구단은 스포츠맨의 당당함으로 눈치보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진짜 사나이에게 매료됐다. 시즌을 마친 뒤 LG 최초의 선수 출신 단장이 탄생한 배경이다.

선수 출신 단장이 대세가 되어 버린 요즘,송 단장은 몸을 더욱 낮춘다. 몸을 낮춰야 뜻을 펼 수 있다는 진리를 땀의 현장에서 터득했기 때문이다. “선수출신 단장들이 더욱 잘해야지요. 그래야 후배 선수들에게도 길이 계속 열리니까요. 열정과 사명감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한번 열심히 해볼겁니다.”

눈빛은 빛나고 청산유수같은 카랑카랑한 말속엔 자신감이 잔뜩 배어났다. “사실 저는 수석 코치가 하고 싶었어요.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그런 역할이 저한테 꼭 맞거든요. 그 자세로 나아갈겁니다. 선수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신명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멋진 마당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구홍 단장
데스크가 만난 사람LG트윈스 송구홍 단장‘ 2017.01.19.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번 스토브리그의 가장 특징이라면 선수 출신 단장의 잇따른 배출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왜 단장에 선임됐으며 다른 선수 출신 단장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팀의 경우 구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수 운영 부문과 경영 일반 부문을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단장으로 선임된 건 구단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로 알고 있다. 사실 내가 경기인 출신이지 프런트로서 전문가가 아니라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선수-코치-프런트로 생활하며 얻은 경험이 있는 만큼 팀을 잘 이끌어보겠다. 특히 저의 부족한 부분은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잘 풀어나가겠다. 제가 다른 선수출신 단장보다 감히 낫다고 할 수 있는 부문은 열린 마음으로 남의 얘기를 잘 듣는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선수출신 단장님들 모두 능력이 뛰어나시고 훌륭한 분들이신 것 같다.

-단장 취임 후 첫마디가 선수 출신 단장인 만큼 선수들과의 원활한 소통하겠다고 했다. 어떤 소통방식을 지향하나?.

일단은 많이 들어 보겠다. 선수들이 진정으로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그리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항상 대화하며 들어보겠다. 내가 선수들에게 말을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주력하겠다.

-FA시장에서 우규민을 보내고 차우찬을 영입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달라.

강력한 구위를 가진 좌완 선발투수를 원했다. 그리고 차우찬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투수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추세에 있는 투수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에 강한 멘털과 승부기질,그리고 노력하는 투수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현재 KBO 선수 상황을 볼 때 향후 몇 년간 이런 투수가 시장에 나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영입했다. 차우찬 영입을 통한 투수력 강화가 현재 팀 육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우규민의 삼성 이적은 아쉽지만 본인의 결정을 존중한다. 삼성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차우찬의 영입으로 안정적인 4선발진을 구축했다. 두산의 판타스틱4에 견줄 수 있는 어메이징4가 구축됐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두산의 선발진에 필적할 만한 LG의 어메이징4의 강점은 무엇인가?

선발투수 강화를 통해 불펜진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는 장담하기 힘들고 늘 변수가 많지만 선발진은 어느 정도 구성이 된 것 같다. 차우찬을 영입하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일단 선발진에서 좌우 균형이 맞춰진 게 제일 큰 강점이다. 그리고 선발진 면면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좌완(허프), 우완 이닝이터(소사), 강력한 구위의 좌완(차우찬), 경험이 풍부한 우완(류제국)이 포진해 이상적인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이제는 5선발의 의미가 중요해졌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임찬규, 이준형과 군 전역한 신정락,그리고 신인급 유망주들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냉정하다. 취임 일성으로 3년 후 정상을 노리겠다고 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탄탄한 선발진은 구축됐지만 아직 야수진 구성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마운드를 발판삼아 야수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 2~3년 후를 내다 보고 있다. 아직은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은 우승전력이라 보고 있지는 않다. 일단은 팀 내 유망주들도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다. 유망주들이 계획대로 잘 성장하는 시점이 3년 뒤라고 보고 그 때가 바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LG는 스포츠 친화적 기업이다. 그런데 투입 대비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팀의 ‘암흑기’ 시절 코치로 있었다. 암흑기 시절 솔직히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적에 대한 ‘조급함’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장기적으로 선수 육성을 하며 필요한 부분을 투자 해야 하는데 암흑기 시절 FA 사례를 보면 실패도 많았다. 그 당시에 선수 한 명을 잡으려고 30억, 40억을 썼는데 그건 육성과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망주는 다른 팀에 가서 잘하고, FA 영입으로 팀은 리빌딩은 안되고, 선수는 못 키우고 그렇다고 성적도 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자율야구의 바람이 한때 거셌다. 그러나 자율이 잘못 뿌리내리면 방종이 될 수도 있다. 그 부정적 여파를 인정하는가?

1994년 우승 당시 ‘자율야구’가 많이 부각되었지만 사실은 ‘시스템 야구’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당시 다른 구단들도 모두 LG 시스템 야구를 벤치마킹했다. 나는 이후 현역을 마친 뒤 코치로 변신해 잘나가던 LG가 암흑기로 추락하는 것도 경험했다. LG의 추락은 자율의 폐해라기 보다는 잘 돌아갔던 시스템의 붕괴에서 찾아야 한다.

송구홍 단장
데스크가 만난 사람LG트윈스 송구홍 단장‘ 2017.01.19.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좋은 자원이 널려 있는 서울 연고지역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좋은 선수를 길러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단기 성과에 너무 급급했던 것 같다.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바로 1군에서 활약하기는 힘들다. 1군에서 활약하려면 최소 4~5년은 담금질을 해야 한다. 신인 선수 육성에서는 우선적으로 멘털을 교육시키고 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 후 기술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당시는 조급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신인선수가 합류하면 우선 멘탈 교육부터 하고 있다.

-음주운전 등 예전부터 선수 사생활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은?

선수들의 인성교육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개개인의 가치관이 이미 형성된 성인 선수들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성교육을 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멘털 측면에서는 전문가인 한덕현 박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 단장과 감독의 역할을 두고 몇몇 팀이 혼란스럽다. 본인이 생각하는 단장과 감독의 임무는 무엇인가?

단장과 감독의 역할은 엄연히 구분돼 있다. 단장은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지원해야 하며 감독은 지원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단장과 감독의 역할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LG의 색깔을 되찾고 싶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색깔과 그림은 무엇인가?

선수와 프런트 생활을 거치면서 가졌던 가장 큰 목표는 ‘모든 일에 죽기 살기로 하자’였다. 암흑기 시절에 코치생활을 했는데 ‘도련님 야구’ ‘개인플레이만 하는 팀’이라는 평가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런 편견을 없애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 중반에는 악착같은 플레이와 끈끈함이 우리 팀의 색깔이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근성 있는 선수들로 팀 구성을 새로 짜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감독님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교감을 나눴다. 단장이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한 ‘신바람 LG’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

-현장출신 단장 러시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경은?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능력이 훌륭하신 분들이다. 물론 선수 출신 단장이 모두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단장이 필요 이상으로 나선다고 느끼는 순간, 소통이 어려워지고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 서로의 영역을 넘어섰다가는 프런트가 간섭한다는 식으로 현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나부터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선수출신 단장들은 트레이드 등 막혀있던 선수 순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야구를 해 온 야구인 들이니 현장의 문제를 잘 파악하는 장점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꼭 현장 출신 단장이 잘 할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만은 없다. 다만 선수 출신인만큼 자기 팀 뿐만 아니라 전체 리그의 발전과 상생을 도모하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육성기조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LG의 육성방향과 그 시기는?

팀의 전통과 색깔을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 없이 팀을 리빌딩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베테랑 선수들이 배테랑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젊은 선수들의 선배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신구조화’가 육성의 이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퓨처스리그 활성화 외에도 선수 특성별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LG가 지향하는 시스템은?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 세 단계에 걸친 육성 시스템을 정교하게 짰다. 대규모 투자한 이천 챔피언스파크 시설을 활용해 멘털 강화에 힘쓰는 게 첫번째 단계다. 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가 그 다음 단계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기술교육으로 이러한 순차적인 단계를 철저하게 밟아가는 장기적 신인 육성시스템을 구축했다.

-LG에게 두산은 어떤 존재인가?

프로스포츠에서 라이벌은 큰 축복이다. 우리와 두산이 경기를 하면 양 팀 팬들이 즐거워한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두 팀이 맞붙으면 잠실야구장은 축제가 될 것이다. 현재는 두산이 리그 최강팀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진정한 라이벌이 되기 위해 우리 팀 전력을 끌어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필요하다면 두산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겠다. 두 팀이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펼치는 것이 꿈이다.

-당신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나는 어려서부터 야구를 해왔고 지금까지 야구계 일만 했다. 나에게 있어 야구란 ‘죽기 살기’로 뛰는 것이다. 프로선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한 팬들도 그러한 근성 있는 야구를 원하신다. 나에게 있어 야구는 내 삶의 즐거움이며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도구이며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송구홍 단장 프로필

▲생년월일=1968년 6월 23일

▲출생지=서울

▲출신학교=사당초~성남중~선린인터넷고교~건국대학교

▲국가대표=1988서울올림픽 4위,1989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프로입단=1991 신인드래프트 LG 1차지명선수(계약금 5000만원 연봉 1200만원)

▲프로선수 경력=LG(1991~1997년)-해태(1998년)-쌍방울(1999년)-LG(2000~2001년) 통산 9시즌 712경기 타율0.272(2287타수 622안타) 홈런42 득점314 타점235 도루97,3루수부문 골든글러브,LG 최초로 20-20클럽 가입(이상 1992년)

▲은퇴 후 경력=LG 코치(2003~2012년)

LG 운영팀장(2013~2014년)

LG 운영총괄(2015~2016년)

LG 단장(2016년 12월~ )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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