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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가 ‘메탄올 물티슈’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유한킴벌리의 사과문. 사진 |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대기업에서 만든 물티슈라 믿고 썼는데, 이제는 어느 제품을 믿고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영·유아용 물티슈 제품에서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유해물질 성분 검출 소식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후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무지 개선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유한킴벌리가 이른바 ‘메탄올 물티슈’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하기스’·‘그린핑거’ 아기 물티슈 일부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0.002%)를 초과(0.003∼0.004%)하는 메탄올이 검출됐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최근 원료 공급사에서 납품받은 원료 중 일부에서 미량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체에 위해를 일으키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한 후, 즉각 회수 및 환불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후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영·유아용 제품조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유한킴벌리의 경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사회책임 경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컸던 만큼, 배신감마저 느낀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실제, 두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김영란(34·여)씨는 “물티슈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불안하다. 이전에 쓰던 물티슈가 문제가 돼 대기업 제품으로 바꿨는데,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되니깐 이제는 어떤 제품을 믿고 써야할 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영·유아용 물티슈 안전성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일부 영·유아용 물티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살균물질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지난해 9월 ㈜태광유통(제조사 ㈜태광)의 ‘맑은느낌’ 물티슈에서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0.0006%,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0.007%가 검출됐다. 현행 ‘화장품법’상 CMIT/MIT 혼합물은 고농도로 사용시 알레르기 반응 등의 우려가 있어,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에 0.0015% 이하로 사용하는 것 외에는 쓸 수 없다. 더욱이, CMIT/MIT 혼합물은 일부 가습기 살균제에도 사용돼 문제가 됐던 물질이라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 ㈜몽드드(제조사 태남메디코스㈜)의 ‘몽드드 오리지널 아기물티슈’에서는 기준치(100CFU/g이하)를 4000배나 초과한 40만CFU/g의 일반 세균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유해성 논란은 매년 반복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부재중’ 이라는 점이다. 최근 문제가 된 제품의 사례를 보면, 식약처에서 기준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리면, 해당 업체는 사과 후 제품 회수 및 환불 조치를 취하는 게 전부다. 영·유아용 물티슈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돼, ‘화장품법’ 적용을 받으면서 안전기준이 강화됐지만, 관계 당국의 사후 관리감독 외에는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업체에 대한 특별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악순환은 반복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한 물티슈 업체 관계자는 “영·유아용 물티슈 제품의 유해성 논란이 반복되다 보니,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어 우려된다”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안전성과 품질 강화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업계 스스로 반성하고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결국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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