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준PO 4차전 앞둔 LG 양상문 감독
LG 양상문 감독.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LG 양상문 감독은 대표팀과 관련된 일이라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차우찬과 임정우 등 두 명의 기둥 투수를 선뜻 내줬다.

감독으로서 불안한 마음은 당연히 있다. 차우찬은 거액을 투자해 손에 넣은 프리에이전트 투수다. 아직 팀을 위해 단 한 개의 공을 던지지도 않은 투수를 내주는 위험부담을 감수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신제품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임정우는 지난 해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를 경험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과정이라 행여 탈이 날 가능성은 없는지 훈련 과정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조심스럽게 두 투수의 모습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둘은 아예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한다. 대표팀은 시차를 고려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4개팀의 투수 5명을 먼저 차출해 괌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하기로 했다.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LG의 두 투수는 처음부터 소속 팀 훈련에서 배제된다. 차우찬은 괌에서 개인훈련을 한 뒤 그대로 대표팀이 미니캠프에 합류할 예정이고 임정우 역시 몇몇 팀 동료들과 함께 일본 미야자키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대표팀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결승라운드까지 진출하게 될 경우에는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 동료들과 한 번도 호흡을 맞추지 못한 채 곧바로 시즌에 돌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최근 가족과 함께 휴가를 다녀온 양 감독은 “휴가를 가지 말고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한 번 보고 올 걸 그랬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차우찬과 임정우가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감독은 ‘대의’를 생각했다. 괌 미니캠프에 대한 아이디어를 대표팀에 제공한 것도 양 감독이었다.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하려면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며 대표팀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선동열 전 KIA 감독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양 감독이 대표팀과 관련된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 감독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투수 조련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네 차례나 대표팀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그 중 투수코치를 맡았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고 수석코치로 합류했던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맛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의 성적이 향후 KBO리그의 흥행과 새로운 스타플레이어의 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각 구단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절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은 양 감독은 이후 대표팀의 가장 열성적인 후원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한 믿음도 한 몫 거들었다. 김인식 감독은 물론 선 코치도 내로라는 투수 조련사들이다. 팀내에서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임정우는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였던 선 코치의 조언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표팀에서 큰 경기 경험을 하면서 쌓은 자신감은 리그에서도 고스란히 발현된다. 어차피 대회기간인 3월초에 맞춰 투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시즌 개막 이후 활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된다. 마침 LG 김동수 2군 감독도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터라 차우찬과 임정우에 대한 보고는 수시로 받을 수도 있다. 선발과 마무리의 두 기둥을 대표팀에 내주고도 느긋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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