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밝은 표정의 넥센 염경엽 감독
넥센 염경엽 감독이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6. 10. 13.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또 한 명의 선수, 감독 출신 프로야구단 단장이 탄생했다. SK가 염경엽(49) 넥센 전 감독을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SK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가 염경엽 전 감독에게 단장직을 맡겼다. 미국에 나가 있는 염 전 감독은 최근 미국에서 SK 야구단 사장과 함께 SK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과도 만났다. SK가 염 신임단장 선임을 곧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선수 출신인 민경삼 전 단장의 후임으로 역시 선수 출신이자 감독까지 지낸 염 신임 단장을 택했다.

염 신임 단장은 광주제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1년 태평양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선수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통산 타율도 0.19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은퇴 후 프런트와 지도자로서 분주한 삶을 살았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운영팀을 거쳐 수비코치로도 일했고, 2008년에는 LG 스카우트로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 이후 LG에서도 운영팀과 수비코치를 거친 뒤 2011년 넥센의 작전, 주루코치로 일하다 2012년 넥센 감독으로 깜짝 발탁됐다. 초보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주위 평가를 뒤집으며 넥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넥센을 맡자마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4년 연속 가을잔치에 진출하며 넥센을 강팀으로 조련했다. 전술과 지략에 뛰어나다며 팬들은 삼국지 제갈량에 비유한 ‘염갈량’이란 별명도 붙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마지막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SK는 이전부터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염 신임 단장이 넥센 사령탑 시절 육성시스템을 구축해 젊은 선수들을 즉시 전력감으로 키운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염 신임단장은 넥센에서 어린 유망주들의 등급을 나눠 관리하며 맞춤형 육성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다음 시즌에 활용할 A급 유망주들은 1군 선수단과 동행시키고 경기수를 조절해 상황에 따라 1군 경기에도 투입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썼다. 그 결과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유한준(kt), 손승락(롯데) 등의 잇따른 이탈에도 투수 한현희, 조상우, 신재영, 내야수 김하성, 외야수 고종욱, 임병욱 등 매년 새 얼굴들을 발굴해내 객관적인 전력 평가를 뒤집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와 LG에서 운영팀, 스카우트팀으로 일한 프런트 경험까지 갖춰 프로야구단의 전반적인 업무를 꿰뚫고 있다는 점도 염 신임 단장 선임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염 신임 단장은 SK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지난 시즌 도중 갑작스런 SK 감독 내정설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SK 감독직을 제의받아 넥센 감독을 시즌 종료 후 그만두려 한다는 게 당시 소문의 골자였다. 염 신임 단장은 당시 공식석 상에서 SK 감독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해야 했고, 민경삼 전 SK 단장까지 진화에 나선 뒤에야 소문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염 신임 단장은 넥센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감독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 단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염 신임 단장은 미국에서 시카고 컵스 등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지켜보고 일본으로 이동해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등 우승팀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돌아오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SK 신임 단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당초 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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