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호준 \'감독님, 우리가 이겼어요\'
21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2016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이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NC 이호준이 경기 후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6.10.21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NC 최선참 이호준(40)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24년차 이호준은 16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선수단 신년회에서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생활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이호준이 은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회와 욕심, 두 가지다. 우선 그는 자신이 물러나며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분명 기회가 있어야 하고 기회가 온다면 나 못지 않게 할 것이다. 그 부분이 은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은퇴를 예고한 두번째 이유는 욕심이다. 정확하게는 욕심 버리기다. 그는 “매년 은퇴를 언제할지 생각했고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라며 “은퇴를 생각하더라도 어느 순간 욕심이 자꾸 생겼다. 그런 욕심으로 야구를 하면 마지막이 안좋을 것 같았다. 좋을 때 떠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호준은 통산 1831안타를 기록 중이다. 선수생활을 연장하면 어렵지 않게 2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다. 이호준은 바로 그 부분이 욕심이라고 했다. “2000안타를 치려면 내년시즌에도 뛰어야 한다. 그런 욕심이 생길까 두렵다. 되지도 않을 것 을 기어이 계약할까 걱정된다. 그렇게 야구를 하면 보기 좋지 않을 것 같다”라고 결심을 밝혔다.

이호준은 은퇴를 선언하기 전에 1년 후배 이승엽과 만나 조언 받은 이야기도 전했다. 이승엽 역시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한 상태다. 이호준은 “하와이 개인훈련을 갔는데 우연히 (이)승엽이를 만났다.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라며 “(이)승엽이한테 ‘너는 충분히 몇 년을 더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어보니 승엽이도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하더라.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가 그렇게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면 은퇴 후에 뿌듯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의 진로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늘 여유 넘치는 이호준이지만, 은퇴를 굳힌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 하면서는 후련하기 보다는 계속 떨린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은퇴식에서 절대 울지 않겠다고 말한 선배들이 우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었는데, 나도 벌써부터 저릿저릿하다. 걱정된다”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을 바라보는 각오는 그 어느때보다 야무지다. 이호준은 “이제부터는 한 타석, 매 구마다 진실한 마음이다. 은퇴를 번복할 정도로 좋은 성적이 나와 팬분들이 ‘조금 더 하지’라는 말이 나올만큼 하고 싶다. 처음 NC에 왔을때 우승을 하고 싶고 그 멤버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정말 그 꿈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실현 가능한 목표로 우타자 최다홈런을 겨냥했다. 이호준은 통산 330홈런으로 장종훈이 보유한 340홈런을 10개 차이로 따라잡았다. 올시즌 11홈런을 추가하면 역대 우타자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된다. 이호준은 그 외에도 지금까지 8명만 도달한 2000경기에 불과 24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NC에서의 4년, 그리고 이제 남은 1년. 돌아보면 이호준은 선산을 지킨 굽은 소나무처럼 NC의 맏형 역할을 해냈다. 더그아웃에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 라커룸에서는 유머 넘치는 큰 형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NC는 이호준이 가세하면서 신생팀의 한계를 빠르게 극복해 리그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생활 말년에 다다른 그는 되레 후배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처음 NC에 오니 나머지 구단이 우리를 얕잡아 봤고 나는 그런 생각을 깨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포지션 경쟁을 하며 밤에 하루도 안쉬고 나와서 훈련 하는 모습을 봤다. 그걸 보면서 내가 FA를 두 번이나 했다고 대충하면 안되겠다는걸 느끼고 배웠다.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동생들 때문에 공을 많이 얻었다”라고 했다.

차분하면서도 떨림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이호준은 “은퇴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소중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 선수가 훨씬 많다. 나한테는 고맙고 정말 영광이다”라고 마지막 마음을 표현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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