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겸
2017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강원FC 도약을 다짐하는 최윤겸 감독.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성공하면 유능한 감독, 실패하면 무능한 감독 소리 듣겠죠?”

울산에서 1차 동계전지훈련에 열을 올리는 최윤겸 강원FC 감독은 숙소인 현대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내부 카페에서 기자와 마주 앉았다. 창단 이후 이토록 주목받은 적이 없었던 강원인만큼 수장인 그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한 운명으로 여긴다. “이럴 때일수록 많은 생각보다 서로 격려하면서 즐기자는 게 내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호 오범석 황진성 정조국 등 K리그 톱클래스 선수뿐 아니라 베트남 K리거 1호로 화제를 뿌리는 쯔엉마저 품에 안은 그는 승격 직후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떠안았다. 조태룡 대표를 중심으로 ‘입도선매’에 가까운 투자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진출을 목표로 내건 팀의 꿈은 물론 투자가 위축된 K리그판에 희망을 안겨다 줘야한다는 마음이다. 최 감독은 “진심으로 하나가 되는 게 우선이다. 그 이면엔 희생”이라며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영상을 편집해서 보여줄 때가 있다. 골을 넣는 장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팀에 희생하는 모습을 편집한 영상이다. 다 아시겠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토트넘에서 뛰던)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팀 득점에 도움을 준 장면 등”이라고 했다. 스타가 즐비해도 ‘원 팀’으로 가지 않으면 실패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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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정조국(왼쪽)이 11일 울산 미포구장에서 진행된 팀 동계전지훈련 미니게임 중 베트남 출신 쯔엉과 대화하고 있다. 제공 | 강원FC

그래서 더 솔직한 마음이 궁금했다. 3년차 주장 백종환이 기존 선수와 이적생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으나 팀 성적에 직결될 수밖에 없는 건 정조국 이근호 등 베테랑 공격수다. 지난해 리그 20골을 넣은 ‘K리그 MVP’ 정조국과 제주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ACL행을 이끈 이근호가 강원에서 얼마나 해줄지가 관심사다. 구단 입장에서야 이들을 영입한 건 지난해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쳐주기를 바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서른을 넘긴 베테랑들은 쉽게 다음 시즌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 광주의 정조국과 제주의 이근호는 분명 강원에서 다른 형태로 살아남아야 한다. 일부에선 혹시나 이들이 부진할 경우를 대비해서 강원의 남은 외국인 쿼터 2명을 공격수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조국이나 근호가 설령 조금 부진해도 벤치에 앉는 모습을 못 볼 것 같다”며 “작년 여름 전북에서 루이스가 넘어왔을 때 초반 적응을 못해서 벤치에 앉은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벤치에서 휴대폰 만지면서 마음고생하는 게 눈에 보였고 ‘이 정도급’ 선수를 과연 잘 다루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결국 나중에 잘 적응해서 승격에 큰 보탬이 됐다”며 “조국이와 근호는 국내 선수여서 내 마음을 잘 알고 책임감이 더 있으리라고 본다. 외국인 공격수를 많이 영입해서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우리 사정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100% 신뢰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키울만한 어린 외국인 공격수 1명 정도는 고려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2011~2014년 베트남 호앙 안 지아 라이(HAGL) 감독 시절 U-18 유스 팀에 있었던 쯔엉도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훈련해보면서 쯔엉의 부족한 점이 보인다. 베트남처럼 더운 지역에서 뛰는 선수들은 게으른 면이 있어서 수비 가담을 잘 하지 않는다. 몸싸움도 기피한다”며 “쯔엉도 스스로 (수비에 대해)단점을 알고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을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쯔엉은 과거 최 감독이 유스 팀과 성인 팀과 연습 경기를 자주 주선해 최 감독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최 감독은 축구뿐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도 쯔엉을 만나 자세 교정을 해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린 쯔엉에겐 우상과 같은 한국 출신 감독이 자신에게 관심을 둔 것에 감사해했다. 최 감독은 “쯔엉을 ‘얼마나 뛰게 하겠다’는 말은 섣부르다. 단지 일부러 더 다그칠 생각이다.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로 만들고 싶다. 베트남 꿈나무를 위해 K리그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이 있는데 최대한 가깝게 해주는 게 내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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