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2
지난해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인간계 대표 이세돌(오른쪽)과 인공지능 대표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국 장면.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인간 기사는 결국 인공지능(AI)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일까. 새해부터 공포의 인공지능 ‘알파고’ 때문에 바둑계가 떠들썩하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작년 12월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인터넷바둑사이트 2곳에서 세계 최고수들과 총 60판의 바둑을 둬서 전승을 거둬 바둑계가 그야말로 ‘맨붕’ 상태에 빠졌다. 그중에는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도 있어 충격이 더욱 컷다.

알파고는 지난해 말 신분을 숨기고 인터넷바둑사이트에 등장했다. 12월 29~31일 한국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매지스터’(magister)라는 아이디로 30전 전승을 거둔 뒤 글로벌 바둑 사이트 한큐바둑으로 전장을 옮겨 ‘마스터’(Master)라는 아이디로 30전 전승을 추가했다. 대부분 30초 초읽기의 속기 바둑이었다. 급기야 지난 2~3일 ‘마스터’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는 사람에게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주겠다며 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아무도 ‘마스터’를 꺾지 못했다.

Master
인터넷바둑을 평정한 ‘신 알파고’ 마스터 9단.

이렇게 새해 벽두부터 세계바둑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주인공은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대로 ‘알파고’였다. 구글 딥마인드 CEO이자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연말연시 세계 톱 기사들을 잇달아 패배시킨 신비의 바둑계정 매지스터, 마스터는 알파고의 새로운 버전이다. 알파고의 새 시제품을 시험하기 위해 최근 온라인 바둑 경기를 했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비록 인터넷바둑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지난해 이세돌의 패배 이상으로 바둑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결과로 보면 인간은 더이상 인공지능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맞았던 면역주사는 더이상 소용이 없었다.

진화를 거듭한 신(新)알파고에 대해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는 알파고로 알고 있었지만 이세돌 9단과 뒀을 때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발전 돼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현욱 8단은 “이번엔 지난번과 또 다른 종류의 충격이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상용화 되는 시대에 바둑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두려움을 표했다. 중국 구리 9단은 아예 “사람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인공지능이 자주적인 의식을 가지면 인류는 멸망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을 정도다.

알파고의 인간계 공습은 이 정도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 허사비스는 “바둑협회들,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안에 공식 경기를 열고 바둑의 심오한 미스터리를 탐험하기를 기대한다. 곧 추가 발표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입장이 바뀌어 이제 인간이 알파고에 도전해야 한다는 뉘양스다.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커제 9단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알파고에 4대1로 패한 이세돌은 “작년과 똑같은 조건으로 지금의 알파고와 붙는다면 한 판도 못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핸디캡이 없는 상황에서 알파고를 이긴 사람은 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바둑계에서는 평범한 대국, 특히 1대1 대국과 속기로는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며 드림팀의 구성해 장고 바둑으로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ink@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