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우람
한화 정우람(왼쪽)이 20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이재우와 짝을 이뤄 복근 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명예회복을 선언한 한화가 대규모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투수만 32명 가량이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등 선수들만 60명 정도 된다. 박종훈 단장은 “NC도 그랬고 과거 LG도 50~60명 정도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감독이 시즌을 운용하려면 주축 선수들뿐만 아니라 백업으로 활용할 자원들까지 캠프를 통해 직접 기량을 점검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올해를 끝으로 김성근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지만 한화는 내년에도 시즌을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이 ‘1군 감독 본연의 임무’만 하도록 방침을 정했는데도 박 단장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어떤 선수로 운영할 것인지는 오롯이 감독님의 영역이다.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더라도 1군 예비전력을 직접 관찰하시는 것 역시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밖에 알려진 것처럼 칼로 무 자르듯 1, 2군 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짓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시즌을 김 감독에게 맡긴 만큼 감독의 선수단 운용법에 힘을 실어준다는 게 박 단장의 생각이다. 그래야 내년 이후도 연속성을 갖고 팀을 꾸려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군이 스프링캠프를 차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이 생각보다 협소하다는 점이다. 30명이 넘는 투수들이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투수 32명은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후 최대 규모다. 지난 2년간 실패 원인이 마운드에 있다고 보고 주축선수들에게는 컨디션 조절 시간을 충분히 주고, 가능성 있는 기대주들에게는 실전을 통한 경험쌓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을 4개조로 나눠 따로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오는 12일부터 연습경기가 잡혀있고 재활선수들이 많다보니 역할에 맞게 훈련 프로그램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첫 날부터 전력투구가 가능한 선수들과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하는 선수로 각각 나누고 재활선수와 2월 중순 이후 2군이 캠프를 치르는 고치로 넘어가야 할 젊은 선수들도 따로 구분해야 한다. 김 감독은 “고친다구장 불펜은 한 번에 5명씩 투구할 수 있다. 메인구장에서는 타격훈련, 서브그라운드에서 수비훈련을 각각 진행하더라도 투수들이 캐치볼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권혁
한화 권혁이 20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밸런스 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한화 관계자는 “예년에도 고친다구장에서 대규모 선수단이 훈련을 했다. 구장 확보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그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구장을 확보해 훈련에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오키나와에 둥지를 트는 구단이 한화와 KIA 두 곳 뿐이다. 삼성(아카마) LG(이시카와) SK(구시카와) 등 기존 구단들은 2월 15일 이후에 오키나와로 입성하거나 아예 미국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노력여부에 따라 국내 구단이 사용하던 구장을 단기 임대로 사용할 수 있다. SK가 사용하던 구시카와구장은 WBC 대표팀이 이용할 계획이라 임대가 여의치 않다. 대신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가 오키나와스타디움 불펜을 빌려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구단 관계자는 “현장의 요청이 있어 이곳 저곳 알아봤다. 메인구장을 쓸 필요가 없어 불펜과 실내훈련장(웨이트트레이닝장) 등만 보름 가량 사용하면 된다. 고친다구장에 남는 터에 임시로 불펜을 증설하는 방법도 있다. 비용이 발생하고 이동거리 등을 고려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훈련하는데 불편함 없이 만반의 준비를 기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한 한화가 훈련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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