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야구대표팀의 차우찬이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5.11.16. 타이중(대만)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취 재 일 : 2015-11-16취재기자 : 김도훈출 처 :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LG의 품에 안긴 프리에이전트(FA) 차우찬이 삼성과의 어색한 동거에 들어간다. 새 소속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삼성의 옛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해야하는 애매한 상황이다.

차우찬은 3월 벌어지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최종엔트리에 선발됐다. LG는 2월1일부터 3월초까지 미국 애리조나의 글렌데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데 WBC대표팀은 2월12일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집된다.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려면 열흘 남짓만에 귀국했다가 다시 오키나와로 떠나야 한다. 비행기 안에서만 꼬박 이틀 이상을 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차에 적응하는데 낭비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WBC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4개 팀에 협조를 요청해 소속 투수들만이라도 별도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괌에 미니캠프를 마련했다. 차우찬을 포함해 임정우(LG), 박희수(SK), 원종현(NC), 장시환(kt) 등 5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대표팀의 선동열, 송진우, 김동수 코치와 함께 2월1일부터 괌에서 훈련을 시작해 대표팀 소집일에 맞춰 오키나와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괌은 차우찬의 전 소속팀인 삼성의 스프링캠프 전초기지다. 삼성은 늘 따뜻한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오키나와로 건너가 실전 훈련으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했다. 대표팀 메인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선동열 전 감독부터 류중일 전 감독에 이어 김한수 감독 체제까지도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는 스케줄이다. 일정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훈련 환경이 훌륭하고 성과도 좋았다는 얘기다. 따뜻한 날씨,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야구장, 완벽한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여유있는 휴식 공간 등 갖출 수 있는 것은 다 갖췄다. 대표팀이 굳이 괌에 미니캠프를 차리게 된 이유다.

그러나 괌에는 한 팀 이상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훈련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 쓰게 될 숙소 역시 삼성 선수들이 묵는 곳이다. 사실상 한 팀 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서는 먼저 터를 잡은 삼성 측에 “가능한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훈련 스케줄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삼성 선수들이 야구장을 사용할 때는 대표팀 투수들이 실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삼성 투수들이 그라운드 훈련을 할 때 불펜 시설을 이용하는 식이다. 삼성은 대표팀 훈련에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표팀 훈련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 합동훈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활동기간 동안 단체훈련을 하지 못하는 탓에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볼 겨를이 없었던 차우찬은 지난해까지와 다름 없이 옛 동료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게 된다. 게다가 차우찬은 개인훈련도 익숙한 괌에서 실시한다. 차우찬은 대표팀 미니캠프가 열리기도 전인 13일 일찌감치 괌으로 날아가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차우찬은 최근 꾸준히 괌에서 겨울을 나며 몸을 만든 뒤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괌을 거쳐 오키나와로 날아가는 일정만 놓고 보면 전혀 변화를 느낄 수가 없다. 하루 빨리 새 팀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익숙한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LG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 과정에서 삼성과의 불화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차우찬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뿐 삼성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수 차례나 해명을 해야 했다. 오해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겪은 직후에 옛 동료들과 어색한 동거에 들어가지만 차우찬과 삼성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 대신 훈풍이 감도는 분위기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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