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거나, 때로는 '플랜 B'로 또 다른 꿈을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성공을 이루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드문데요. 그 중 '1인 미디어' 정광자는 개그맨을 꿈꾸며 부산에서 상경한 뒤 요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SNS 시장에서 '플랜 B'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플랜 A'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10~20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1인 미디어' 정광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광자 : 영상 찍는 크리에이터. 만 28세 정광자입니다. '정광자'라는 이름은 어릴 적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이제 활동명으로 자리 잡았어요. 친근하지 않나요? 또 정광자는 '절대광자'로도 풀 수 있어요.


Q. 먹방부터 유머, 여행, 실험 등 다양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만의 분야가 확실하던데.


정광자 : (영상을) 많이 시도하고 싶어요. 그중에 하나 '걸린' 게 지금의 '먹방'이에요. '먹방'에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요. 앞으로도 다양하게 도전하면서 사람들 입맛에 맞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Q.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SNS 크리에이터들의 장점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반응이 좋은가요?


정광자 : "너무 재밌다" 아니면 "'먹방' 영상 찍고 나서 음식점이 대박 났다"며 제가 촬영한 식당이 잘 됐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죠. 또 "우울했는데 행복해졌다"는 말도 좋아요.


Q. 영상 제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정광자 : 코미디를 하려고 부산에서 상경했는데요. 대학로 극단에서 연기하다 보니 생활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따르자'고 마음 먹고 영상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연찮게 처음 찍은 영상이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어요. 퍼프 대디나 타이레스 깁슨이 제 영상에 관심 갖고, '트루TV'나 '디스커버리'에서도 주목하면서 '지극히 작은 영상이지만 파급력이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상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Q. 개그맨을 꿈 꿀 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정광자 : 2010년 서울에 올라왔을 때부터 코미디를 하고 싶었어요. '스펀지' 실험맨도 해보고, 여기저기 보조 출연도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그냥 칠흑같이 어두웠어요. 오디션을 봐도 저를 찾는 곳이 없으니깐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도 '어쨌든 실력을 키워야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극단에 들어갔죠.


Q. 지금은 영상을 찍는 크리에이터잖아요. 코미디는 접은 건가요?


정광자 : 네, 영상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아예 접었어요. 지상파 코미디도 예전 같지 않잖아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제한될 수 밖에 없고. 막말로, 여기서도 이슈가 되면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 충분히 만족해요.


Q. 만족해서 그런지 재미있는 영상들이 많아요. 특히 개인적으로 '리얼 소개팅 애교남 실험카메라' 편을 재미있게 봤는데 영상 속 여성의 실제 반응은 어땠나요?


정광자 :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어 했어요. 전 그런 게 좋아요. 학교 다닐 때도 등교할 때 길에 돈 뿌려놓고 주워가는 사람들 관찰하기도 했죠.


Q. '리얼 소개팅 애교남 실험카메라' 편에서 모습이 정광자 씨의 실제 모습인가요?


정광자 : 제 캐릭터를 많이 넣었죠. 사실 연기는 대학로에서 연극 활동하면서 했던 것들을 응용하고 있어요. 그런 게 없었으면 한계가 있었을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극단 생활이 제게는 발판이 됐어요. 당시에는 원망스러웠는데, 그때 고생했던 것들을 지금 돌려받고 있어요. 당시 하루에 세 번씩 공연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게 됐고, 또 무대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검증받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Q. 지금의 밑바탕이 된 시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정광자 씨는 끼가 남다른 것 같아요.


정광자 : 노력으로 얻은 것 같아요. 개그 소재로 쓰려고 발레도 2년간 배웠어요. 판소리도 배웠고요. 그러한 바탕이 있어서 새로운 것을 해도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예전에 노력하고, 그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나고 나니까 다 필요하고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마도 지금은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시기인 것 같아요.


Q. 정광자 씨 영상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아이템을 구상할 때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


정광자 : 노하우가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거나 시대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를 건드려요. 예를 들어 현 시국을 다루면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것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파악하는 게 대중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숙명 같아요.


Q. 최근에는 '먹방'을 자주 제작하던데.


정광자 : '먹방'이 가장 반응이 좋아요. 주로 10~20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다뤄요.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 중인데. 아무래도 야식이 당기는 시간대라 치즈가 들어간 음식이라든지. 고기 육즙이 가득한 음식으로 방송하죠.


Q. '먹방'은 어느 정도의 반응을 보이나요?


샐러리 먹는 방송을 한 적 있어요. 외국 영상을 보고 샐러리를 먹고 싶어서 찍게 됐는데. 동시접속 최고 3만 6천 명이 방송을 봤어요. 그때 '킬러 콘텐츠를 찾았'는 생각이 들었죠.


Q. 대중문화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계시네요.


정광자 : 10~20대의 이슈 근원지는 SNS라고 생각해요. SNS에서 떠야 음반, 상품이 잘 되는 게 증거죠. 그래서 가장 먼저 어떤 게 이슈인지 어린 친구들에게 배우려고 해요. 또 꾸준히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SNS 특성상 원치 않는 비난도 많이 받았을텐데.


정광자 : 그렇죠. 악성 댓글을 수시로 확인해요. 지금까지 몇천 명 정도 확인했어요. 처음에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이젠 악성 댓글을 다는 분들 수준에 맞춰서 대응해요. '그게 네 수준이다. 네가 상처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받아치죠. 처음에 착한 척하다 보니깐 마음에 병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강하게 나가니까 (악성 댓글을 단 분들이) 오히려 죄송하다며 관심받고 싶어해요.


Q. 영상을 제작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많았겠어요.


정광자 : 영상을 제작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요. 그래서 틀에 맞추기보다 항상 열어두고 만들어요. 지난 번에 '박사모' 집회 현장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박사모' 분들이 제 등을 치더라고요. 아주머니들에게 많이 맞았어요. 한 종편 뉴스에서는 제 영상을 동의없이 방송하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불쾌하더라고요. 심지어 미국에서 조금만 써도 연락이 왔는데 말이죠.


Q. 웹드라마 '들리신나요' 연출에도 참여했던데.


정광자 : 새로운 시도였어요. 저는 1인 미디어니깐 혼자서 다 하는데, 협업하니까 정말 '팀'으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성취감과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Q. 강연도 다니던데요.


정광자 : 모교인 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니고요. 대학교에도 가 봤어요. 요즘에 신설된 콘텐츠미디어 학과가 있더라고요. 또 교회에도 가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어요.


Q. 지금은 여러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잖아요. 힘들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정광자 : 얼마 전에 어두침침한 지하 방에서 서울 시내가 보이는 고층으로 이사했어요. 그래서인지 고층에 사는 저 자신이 멋있더라고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화려한 도시 불빛을 내려다 보는 저 자신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Q. 고향의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정광자 : 당연히 좋아하시죠. 평범한 길이 아닌 예술인의 길이고. 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수입이 10명 중 8명은 월 100만 원 이하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부모님이 걱정 많이 하셨어요. 지금은 용돈도 드리고 하니깐 좋아하세요.


Q. 2017년에는 유튜브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됐어요.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정광자 : 변화가 두렵지는 않아요. 저한테는 유리한 부분이죠. 인터넷 방송에서 이미 많은 실패를 해봤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떤 콘텐츠가 먹힐지 알기 때문에 다시 목숨 걸고 시도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Q.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는데 10~20대 청춘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면.


정광자 : 좋아하는 콘텐츠로 진정성 있게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 터지는 날이 온다'고 말하고 싶어요. 실제로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Q.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세요?


정광자 : 이제는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웃음만 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콘텐츠 하나에도 진정성을 담아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겁니다. 그러니 페이스북에서 '정광자'를 많이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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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국 purin@sportsseoul.com


사진 | 정광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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