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인터뷰2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도전하고 탐구한다. 지칠 법도 한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또 다시 신이 난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배우 이병헌의 이야기다. 그의 연기는 소름끼치도록 리얼했고, 신선했다. 관객들 역시 매번 새로운 모습에 감탄한다.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지난 7년 간 꾸준히 할리우드 진출을 해온 이병헌은 2017년에도 어김없이 차기작을 놓고 고심 중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어느덧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지?” 혹은 여러 안을 놓고 “와우! 정말 신이 나겠다!”는 에너지가 넘치는 생각들로 바뀌었다.

실력 하나로 톱스타, 그리고 한류스타 자리에 오른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 2016년 영화시상식을 휩쓸었다. 대종상 참석 까지 이병헌 없는 시상식은 없었다

올 한 해는 시상식을 엄청 많이 다녔어요. 해외 까지 두 번이 있었으니까, 시상식으로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낸적도 있고요. 상을 받으러 가기 미안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감사했던 한해였죠.

- 배우 이병헌에게 한계는 없어보인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지칠법도 한데…

체력적인 차원 뿐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너무 많이 소진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뭔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체력적인 것 보다 더 큰 이유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내가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된 것 같아요.

- ‘마스터’ 속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은, 어쩌면 ‘배우 이병헌에게 대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어떤 각오로 연기했나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 부터 제안이 들어왔어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고, 아주 우울하고 음침하며 쎈 얘기가 나오겠구나. 사실적이고, 다큐성이 짙은 영화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이게 조의석 감독의 연출이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템포가 빠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죠. 완성된 시나리오가 기다려졌죠. 역시나! 처음의 생각과 달랐죠. 완전 오락영화였으니까요. “픽션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굉장히 상업적인 작품으로 변했죠. 만족했죠.

- ‘내부자들’의 안상구를 오래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마스터’의 진현필이 너무 밋밋해 보일 수 있었다

간혹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정작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이 끝났을 때도 안상구와 겹친다거나, 변화를 줘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물론 중간 중간 연기를 하다 감독이 “아, 지금 안상구 처럼 사투리가 나왔어요!”라고 한 적은 있거든요. 듣는 사람에게도 선입견이 있었는지… “어? 진짜? 난 전혀 그러지 않았어”라고 넘어갔지만, ‘내부자들’에 대한 기대감에 더 경쾌한 다른 톤의 영화를 기대하셨을지도 모르죠. 분명 달라요. ‘내부자들’을 불편해 했던 관객도 의외로 많았거든요. 그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형식의 비리영화임은 분명해요.

[SS포토]\'믿기 힘든 조합\'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영화 \'마스터\'
‘마스터’의 주역. 왼쪽부터 김우빈, 이병헌, 강동원.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그렇다면 ‘마스터’의 매력적인 지점은 무엇이었나

이 시나리오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조희팔이라는 희대의 사기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흥미로왔죠. 배우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 변화하고 싶어하는 야망과 욕심이 있잖아요. 그 자체로도 너무 좋았죠.

- 막내 김우빈과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정말 순발력이 대단해요. 영화를 본 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채로 잘 놀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간혹 현장에서 상황이 안 맞는 것 같아서 바꿔 대사를 하면, 그것을 잘 받아쳤죠. 여기에 현장에서도 남달랐어요. 모든 사람들을 세심하게 다 챙기더라고요. 대게 배우들은 자기것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을 챙기지 못해 오해를 많이 사거든요. 그런데 우빈이는 달랐어요. 매니저 처럼 모든 사람을 다 배려했죠. 결국에는 “내가 너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니가 나한테 엉기기도 하고”라고 말을 했을 정도니까요. 처음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우빈이는 한결 같더라고요. 행동은 늘 같았어요. 온전히 몸에 배어있었죠.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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