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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크게 폭락한 베네수엘라에서 12월 23일~24일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헐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베네수엘라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주 거하게 ‘쐈다’. 비싸게는 개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소프트웨어를 아주 헐값에 풀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의로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헐값에 판매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잘못 올린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인하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에 접속해 국가를 베네수엘라로 바꾸면 윈도 10 홈·프로 버전과 MS 오피스 2016 홈 & 스튜던트 에디션 등 대중적인 소프트웨어들의 가격이 베네수엘라 통화(Bs.F.,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로 명시돼 있다. 윈도 10 프로가 Bs.F. 2.299이고 윈도 10 홈은 Bs.F. 1.299다. 이를 카드로 결제하면 윈도 10 프로는 3.47달러(약 4180원), 윈도 10 홈은 1.96달러(약 2360원)로 결제된다. 국내에서 결제 시 윈도 10 프로는 31만원, 윈도 10 홈은 17만2000원이다.

윈도우10 프로 시리얼 넘버
윈도 10 프로를 5카피 구입해봤다. 결제 즉시 시리얼 넘버가 표기됐으며 가격은 5카피 총 17.35달러가 결제됐다.

MS 오피스 홈 & 스튜던트 2016(학생전용)의 경우 카피 당 Bs.F. 939.99, 달러로 1.42달러(약 1700원)에 불과하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한국 홈페이지에서는 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720%에 달해 이를 막고자 기존 최고액권 화폐인 100 볼리바르 지폐를 전면 폐지하고 신권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신권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100볼리바르 지폐만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사태는 더윽 악화됐다. 결국 베네수엘라 정부는 15일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던 100볼리바르 지폐를 내년 1월 2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연장했다.

결국 이런 혼란스러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해외 온라인 결제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 가격이 급변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더라도 패키지로 배송받는 것이 아니라 결제 즉시 시리얼 넘버가 화면에 나타나거나 이메일로 전송된다. 이 시리얼 넘버만 있으면 언제든지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 정품 등록 후 사용할 수 있다.

검색어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윈도 10 베네수엘라’, ‘윈도 10 대란’, ‘환율’ 등의 검색어가 올라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가 소프트웨어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오늘 하루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베네수엘라의 구입은 러시를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됐고,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들에 해당 소프트웨어 구입 방법이 공유됐다.

구글 크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하단 국가 설정을 베네수엘라로 변경하면 스페인어(에스파냐)로 된 마이크로소프트웨어베네수엘라 페이자 열리는데, 크롬에서 페이지 번역을 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시리얼 넘버만 받는 것인 만큼 주소도 대충 삽입하고 비자/마스터 신용카드 정보를 넣으면 즉시 구입할 수 있다.

덩달아 검색량이 는 것은 베네수엘라-한국 환율조회다. 국내에서는 낯선 나라인 만큼 베네수엘라 통화의 환율 검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MS 오피스 2016 홈 시리얼 넘버
MS 오피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스페인어 웹페이지도 페이지 전체번역이 가능해 구입에 어려움은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윈도우 10의 구매가 막혔지만 네티즌들이 구입할 수 있는 URL을 찾아 또 다시 공유했다. 너무 싼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결제 완료 즉시 시리얼 넘버를 받을 수 있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게 됐다. 실제 기자 역시 윈도 10 프로 5카피(17.35달러), MS오피스 홈 & 스튜던트 2016 3카피(4.26)를 구입했다.

이번 ‘베네수엘라 대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격 오류가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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