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감독님 인터뷰 7
황선홍 감독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 FC서울에 부임한 뒤 6개월여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FC서울

[스포츠서울 위원석 체육1부장]이 인터뷰에 대한 요청은 지난 3일 열렸던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2016 FA컵 결승 2차전이 열리기 이전에 이뤄졌다. FA컵 결과에 상관없이 인터뷰를 하자는 기자의 부탁을 황선홍(48) 서울 감독은 흔쾌히 수용했다. 다 알다시피 FA컵 결승 2차전은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에서 10명씩의 키커가 나서는 대접전끝에 수원 삼성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7일 저녁 예정된 약속 시간에 마주앉은 황선홍 감독의 얼굴은 매우 편안해 보였고 동시에 많은 고민을 가진 듯 했다. 지난 경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다가오는 새 시즌에 대한 구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황선홍’이란 이름 석자는 한국 축구에서 매우 특별한 또는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선수로서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한국축구사에서 이회택 차범근 같은 전설의 이름들과 함께 놓인다. 지도자로서의 ‘감독 황선홍’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부산 포항 서울 등 국내를 대표하는 구단에서 9시즌을 치르는 동안 K리그와 FA컵을 각각 두번씩 우승했다. 아직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나이 50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이르기도 전에 명장에 준하는 대열에 올라섰지만 지도자 황선홍에게는 지난 업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휠씬 많다. 그건 아마도 황선홍이라면 언젠가는 국가대표팀을 맡을 것이고, 그가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이 한국축구사에 보기 드믄 흔적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응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선홍에게 축구계와 팬들의 이런 기대는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엄청난 압박감’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런 기대와 압박감속에서도 그는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시즌의 황선홍이 더욱 궁금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그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다.

-‘더블(K리그와 FA컵의 2관왕)’을 놓쳐서 서운하겠다.

파이널은 무조건 이겨야 되는 거다. 프로는 대충대충하는 것이 없다.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이런 것을 뛰어넘으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나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승자에게는 축하를 보내는 것 아닌가.

-이번처럼 승부차기를 열명씩 할 정도로 치열한 경기를 펼치다가 결과가 나오면 기분이 어떤가. 더 쓰라린가 아니면 할 만큼 했다는 후련함이 남는가.

이 정도의 경기라면 아쉬움보다는 후회없다는 생각이 더 크다. 쏟아낼 것은 다 쏟아냈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만 아쉬울뿐이지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승부차기 결과가 나온뒤 수원 서정원 감독이 와락 눈물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2012년 황 감독이 포항에서 첫 FA컵 우승을 차지할 때 흘렸던 ‘황새의 눈물’이 생각났다.

2012년의 나처럼 서정원 감독도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비슷한 맥락이었다. 같은 지도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순간에는 정말 주마등처럼 지난 일년동안 어려웠던 순간이 쭉 지나간다. 서 감독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을 한 뒤 내년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을 것 같다.

시즌 중반까지 최용수 감독이 (서울은)잘 만들어놓았고, 전북도 승점 감점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전술과 플레이를 보여줬다. (내 개인적으로는)100% 완벽한 우승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만족보다는 목표의식이 더 강해졌다. 내년에도 전북이 전력상 ‘1강’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을 넘어서야만 한다.

[SS포토] 서울 우승, 공중부양 황선홍 감독
지난달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6 최종전에서 전북현대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의 행가레를 받는 황선홍 서울 감독. 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SS포토]결전 앞두고 악수 나누는 황선홍 감독과 최강희 감독
내년에도 전북 최강희(오른쪽) 감독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인가. 전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아직 내년에 대비한 선수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북과의 진검승부는 자신있는가.

그냥 추상적으로 보면 내년에도 우리와 전북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즌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팀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전력 누수가 많아서 공백을 메우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결국 두 팀의 싸움이 될 것이다. K리그 흥행을 위해서도 경쟁구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수원을 비롯해 3~4위권팀들이 분발해서 전북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리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포항 사령탑 시절부터 유독 전북에 강했는데 올해 서울을 맡은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서 1-4로 완패해 충격이 컸을 것같다.

쇼크가 있었다. ACL은 큰 목표였는데 1차전에서 너무 무기력하게 져서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충격이 있었다. 2차전 승리로 그런 기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2차전때 결승에 못가는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K리그나 FA컵도 있어서)혹자는 2차전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달랐다. 결과적으로 2차전 승리가 K리그 클래식 전북과 최종전에서 결과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ACL 2차전 승리로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내성도 키우는 효과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항을 떠날 때는 어떤 구상이 있었나. 현장 복귀는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봤나.

복귀 시점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최소 1년은 쉬면서 재충전하고 싶었다. 감독은 8년했고 코치까지 합치면 10년 정도 승부에만 몰두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많이 소진됐다. 휴식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달 정도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이후 유럽선수권대회 등을 보기 위해 두달 정도 유럽에 있을 계획이었다. 하반기에도 두달 정도 가장 역할에 충실하고, 유럽 시즌 개막에 맞춰 두달 정도 나가있을 생각이었다.

-유로를 보는 와중에 서울에서 연락이 온 것인데.

처음에는 김현태 팀장이 연락을 했는데 생각도 못한 제안이기에 안한다고 했다. 상상이 안됐다. 최용수 감독이 시즌 중반까지 워낙 잘했고,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다시 연락이 와서 시간을 달라고 했고, 주변의 조언도 구하면서 결심을 하게 됐다. 어차피 지도자에게 안전한 길은 없다. 내 능력을 시험해 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에는 개성 강하고 리그내 톱 레벨의 외국인 선수들도 있지 않은가. 언론과의 관계(미디어의 압박같은 것을 의미함)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지금까지 내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7시즌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계속 도전의 맥락속에 있다고 본다.

-마침 오늘(인터뷰 당일) 박주영이 자유계약선수(FA)로 발표됐는데 내년에도 함께 하는가.

당연히 데리고 가야지. 일단 올 시즌 전력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보강을 해야 한다. 주영이는 동기부여만 되면 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전에 비해 무릎 상태가 안좋았기 때문에 (박주영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올해보다 내년에 이뤄질 것이다. 올해는 (팀 사정으로)측면에 많이 선 부분도 있다.

-만일 내년 시즌을 위해서 무조건 한명을 데리고 올 수 있다면 K리거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이재성이다.

-2008년 부산에서 첫 사령탑을 맡은 이후 감독으로서 얼마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아직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경험이 쌓이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내 스스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지도자도 완성이 없는 것이고, 축구도 완성이 없는 것 아닌가. 매 시즌이 새로운 시작이다. 다만 ACL이나 FA컵 결승처럼 중요한 승부처에서 승부사 기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최강희 감독은 그런 중요한 순간을 잡아내는 힘이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스스로에게도)그런 점이 나온 것 같고, ACL에서는 실패했으니 조금 더 보강해야 한다.

-그런 중요한 승부처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요인 중에 감독의 전술적 대응과 선수들을 응집시키는 능력 가운데 무엇이 더 큰가.

팀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첫째고 전술적 대응은 그 다음이다. 선수들이 안 움직인다면 아무리 내가 좋은 생각과 구상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솔직히 그래서 부산에서 실패를 했다고 본다. 선수들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선수단의 응집력을 만드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가.

그 부분은 지도자 유형에 따라 다르다. 어떤 감독은 사안에 따라 이렇게 하기도 하고 저렇게 하기도 하는데 나는 똑같은 스타일로 가는 것 같다.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를 설득하고 또 설득한다. 물론 이런 스타일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부족한 것은 강철 코치처럼 밑에 있는 사람이 보완해 준다.

-강철 코치하고는 벌써 세번째나 팀을 같이 하고 있다. 매우 보기 드믄 사례인데.

강 코치가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준다. 나는 코칭스태프 사이에 역할 분담이 뚜렷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 코치는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고 방향성도 뚜렷하다. 우리는 서로 선을 넘지 않는다. 우리 사이라고 왜 사소한 문제가 없었겠는가. 하지만 큰 신뢰가 있다면 큰 문제도 없다.

-강 코치가 보완해 주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종의 ‘군기반장’인가.

(웃으면서 군기반장)등등이다. 선수관리 이런 부분….

[SS포토] 황선홍 감독 \'빈 곳으로 들어가\'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 2016 최종전이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서울 황선홍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내년 ACL에서 조별리그부터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와 만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현실화된다면 쉬운 경기는 아닐 것이다. 그 친구나 나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장쑤는 엄청나게 돈을 쓰는 구단인데 내가 도전자의 입장에서 나서면 재미있을 것 같다. (포항 시절에)최 감독과 서로 이기기 위해서 몇배의 노력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기고 싶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며칠동안 잠을 못잘 때도 있었다. 이기고 싶어서 그런 고민을 하는 동안 벌써 (지도자로)발전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 정말 이기고 싶은 상대가 ‘최용수의 서울’이었다는 말인가.

첫번째가 서울이었다. 그래서 내가 서울의 감독이 된다는 것이 상상이 안됐던 거다. 너무 이기고 싶은 팀이었으니까. 반면 그랬던 팀이기에 내가 오히려 그 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도 판단했다. (웃으면서)서울 선수들을 워낙 많이 분석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막상 와서 직접 보고 지휘해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이)다가 아니었다.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혹시 최용수 감독처럼 기회가 된다면 중국 슈퍼리그 진출에도 관심이 있는가.

물론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지도자로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6개월여 동안 경험한 서울의 구단 문화는 어땠는가.

합리적인 분위기가 많다. 나는 구단이나 감독, 양자 모두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구단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비싼 선수를 영입해서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터무니 없는 조건이면 안되는 것 아니냐. 구단의 방침과 감독의 생각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단에서 감독을 선택할 때도 그런 고려가 필요하다. K리그에서 요즘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번 써보고 아니면 버리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구단이 가진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그에 맞는 감독을 써야 한다.

-황 감독은 밖에서 보면 신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합리적이고 냉철하다고 할까. 반면 불같은 열정이나 무리해서 욕심을 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인데…. 나도 승부에 대해서는 욕심이 참 큰 사람이다. 하지만 승부를 제외하면 합리적인 것을 많이 추구하는 편이다. 사람이 많이 가지려고 하면 욕심이 될 수도 있다. 가능하면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고 인내하려고 한다.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아니라고 판단될 때는 단호해지지만 그 이전까지는 최대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성향은 빨리 변하는 것은 아니더라.

모두 알고 있듯이 나는 선수때 엄청나게 욕을 많이 먹었다(기자는 황 감독이 전남 코치 시절 인터뷰를 할 때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들은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하고 나”라고 했던 ‘농반진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 시절의 경험을 통해 근성이 많이 생겼다. 지금도 지도자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선수 시절의 (욕 먹었던)경험이 많이 도움이 된다. 나는 중간쯤 있으면 두렵다. 지는 것도 겁난다. 하지만 욕을 많이 먹어서 바닥을 치면 딛고 올라가야지 하는 힘이 생긴다. 지도자로서도 몇번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언젠가는 국가대표팀을 맡을 텐데, 일각에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면 ‘황선홍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웃으면서)정말 위험한 이야기이고 발상이다. 나는 세간의 그런 이야기를 단 1%도 믿지 않는다. 앞으로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고. 지금 내 머리속에는 2017년의 FC서울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대표팀 감독 때문에)걱정하고 미리 생각하고 하는 것은 전혀 없다.

-항상 국가대표팀 감독이 꿈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분명하게 말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내 꿈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팀을 만들고,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할 일을 그냥 할 뿐이다. ‘대표팀 감독을 해야지’라고 먼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서 어떻게 살겠는가. 당연히 꿈을 버리는 일은 없다. 대신 내가 무엇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하는 것도 역시 없다.

-그래서 지금은 ‘2017년의 FC서울’만 있다는 것인데.

올해 우승을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항상 긴장을 하고 주도면밀하게 다음을 준비해야만 한다. 내가 처음 서울을 선택할 때도 그랬다. 어차피 안전한 길은 없다. 감독은 계약직이다. 언제 옷을 벗을지 모른다. 최강희 감독이 양복 안에 사표를 넣고 다닌다는 말을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데 충분히 공감이 됐다. 그런 리스크를 극복해 내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다. 서울은 지금 내가 원하는 완성된 팀은 아니다.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을 내년에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

-국내외 지도자 가운데 감독으로서의 롤 모델이 있는가.

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현역에서 은퇴할 무렵 모든 것이 막연했는데 지도자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계기를 히딩크 감독이 만들어줬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서 히딩크 감독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을 보고 “나도 감독으로서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 마지막 질문이다. 먼 훗날 ‘황선홍’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홍명보 감독이 예전에 ‘한국형 축구’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참 공감이 가는 표현이었다. 우리 세대의 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나는 전술적으로 한국형 축구의 어떤 틀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웃으면서)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도자가 되고 나서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한국축구가 어떻게 하면 세계무대에 나가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속도있는 축구에 어느 정도 답이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서 ‘점유율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만의 독특한 축구방식이 있어야 하는데 속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좋은 축구에는 패스, 밸런스, 속도 이 세가지가 중요하다. 이 중에 한국형은 속도에 있는 것 같다. 패스는 일본같은 팀이 추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공수전환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을 분명히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프로팀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느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물론 대표팀은 훈련시간이 적기 때문에 (완성형을 만들기까지)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런 방향성을 충분히 지향해야만 한다. 세밀하면서 빠르면 가장 좋겠지만 조금 투박하더라도 빠른 축구를 추구하고 싶다.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내가 지도자에서 은퇴할 때까지 완성 못할 수도 있다(웃음).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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