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미국 애틀랜타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과정을 밟던 데이브는 우연한 계기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으로 함께 여행을 가자는 한인 교포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죠. 3개월간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7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14년 MBC '헬로! 이방인'과 '세바퀴'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개그맨의 꿈을 키웠지만, 외국인은 공채에 응시할 수 없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지 않은 그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 15일 기준 페이스북 팔로워 140만명, 유튜브 구독자 80만명을 보유한 스타 크리에이터로 성장했습니다. 영상 촬영과 편집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라는 데이브를 지난 6일 스포츠서울 사옥 인근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3년 전만 해도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지 않았습니다.


데이브 : 영국 남자 조쉬와 '쿠쿠크루' 정도였죠. 당시 동영상 공유 앱 '바인(Vine)'이 큰 인기를 끈 것에 착안해 한국어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 계정에 올렸어요. 단순히 친구들에게 보여줄 목적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확인해보니 3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더라고요. 그 후 사람들로부터 관심받는 것을 즐기게 됐죠.


Q : 콘텐츠 업로드가 잦은 편이라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것 같은데요.


데이브 : 제가요? 오히려 더 자주 올려야 하는 걸요. 몇몇 크리에이터는 하루에 네 개씩 올리기도 합니다. 매일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 아침 7시쯤 되는데, 그 후 다섯 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중간중간 책상에 엎드려 잘 때도 잦고요. 나중에 생을 마감하면 많이 잘 테니 아쉬운 건 없어요(웃음).


Q : 그렇군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병맛 양키'를 자처했습니다.


데이브 : 네티즌으로부터 빠르고 쉽게 인정받고 싶어서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줄임말)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과거 조회수와 '좋아요'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젠 영상이 완성도를 갖춰야 공개해요. 단순하게 관심받는 것을 넘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Q : 좋은 콘텐츠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데이브 : 실험적이면서 다른 크리에이터가 시도하지 않는 것을 다루는 거죠. 되도록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해요. 언어가 다르지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 영상 소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데이브 : 아이디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아직 제작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재밌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가는데, 아이오아이 노래 패러디도 과거 '쇼 미 더 머니' 방송에서 본 래퍼 씨잼의 '랩이나 잘하라고'의 라임이 떠올라 제작한 거죠. (메모장을 보여주면서)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이 돈을 세는 방법 등 생각나는 건 모두 적어놔요. 모임에서도 항상 영상 생각뿐이라 친구들이 말린 적도 많죠.


Q : 수많은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을 꼽는다면요.


데이브 :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굳이 꼽자면 '발음 차이 1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크리에이터 안재억과 에리나가 출연해 일어와 한국어, 그리고 영어 발음을 보여줬죠. 해외 네티즌도 많이 봐서 제가 제작한 영상 콘텐츠 중 조회 수가 가장 높아요. 반응도 좋지만, 재밌으면서 정보도 전달하는 교육적인 콘텐츠죠. 배우 마동석 인터뷰는 그 자체로 환상적이었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분인데 제 영상에 출연하다니 영광이죠.


Q : 말이 나온 김에 마동석-예정화 커플이 공개 열애 중이잖아요. 여자친구는 없나요?


데이브 : 좋은 사람을 아직 못 만났어요. 시간 내기도 힘들 것 같고.


Q : 다수의 구독자가 에리나와 사귀는 게 아니냐고 하던데요.


데이브 : 시청자들이 에리나와 사귀는 걸 원하지만 우리는 가족이에요. 서로 통하는 게 많지만, 이성으로서 아무런 감정이 없죠(웃음). 팬들이 원한다고 해서 사귀는 연기를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고. 가끔 농담으로 서로 좋아했다면 '소근커플' 못지않은 엄청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얘기를 하곤 해요.


Q : 할리우드 배우 이기홍부터 방송인 파비앙까지…영상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어마어마합니다.


데이브 : 지인을 통해 마련된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후 친해진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 인사하거나 SNS 계정을 통해 연락하죠. 단순히 인맥을 형성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을 아티스트로서 존경하기 때문에 자존심 같은 건 신경 안 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상에 출연해달라고 강요하지도 않아요. 귀찮게 하고 싶지도 않고, 계속 조르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Q :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데이브 : 그룹 인피니트 멤버 동우요.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실제로도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친구죠.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스케줄 조절 등이 힘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에 조만간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힙합을 좋아해서 넉살, 던밀스 같은 래퍼와도 작업하고 싶고요.


Q :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데이브 : 창작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조회수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물론 그분들의 콘텐츠를 존중하지만,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점점 유튜버에 가까워지는 현실이 안타깝죠.


Q : 내가 이러려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나 싶은 건가요.


데이브 :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요(웃음). 유튜브를 보면 실험과 먹방(먹는 방송) 등 비슷한 채널이 많습니다. 최근엔 'PPAP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패러디물을 제작했죠.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단지,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따라 하는 건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 수많은 사람이 왜 데이브의 콘텐츠에 열광할까요?


데이브 : 세계 각국의 문화 등 다른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통한 것 같아요. 과거엔 제가 주인공이었는데, 이젠 데이브가 아닌 데이브의 영상을 재밌게 보는 거죠. 개인적으로도 네티즌이 제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 언제부터인가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데이브 : 방송에 욕심이 있었지만, 이젠 섭외가 들어와도 95% 이상은 정중하게 거절해요. 우선 아티스트인데 예능감이 없어요. 말도 잘 못 하는데 재미도 없고, 다른 사람이 제 영상을 편집하니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데이브가 아닌 외국인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게 안타까워요. 간혹 "김치는 안 매워요?", "한국 생활 중 어떤 게 힘들어요?" 식의 질문을 많이 해요. 어떤 게 힘들긴요. 돈 버는 게 힘들지(웃음). 저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젠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신기한 시대가 아니에요.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을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죠.


Q : 그럼 앞으로도 방송 활동 계획은 없는 건가요?


데이브 : 저와 콘셉트가 잘 맞는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출연할 생각입니다. tvN 'SNL코리아'처럼 여러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하고 사회 이슈 등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Q : 3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면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데이브 : 인터넷으로 테스트한 적이 있는데 IQ 90 나왔어요(웃음).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인터넷으로 했으니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멘사 테스트요? 그때도 낮게 나오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Q : SNS 계정에 공개된 봉사 활동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데이브 : 평소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에 관심이 많아요. 틈틈이 유기견 보호센터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에리나와 의기투합해 만든 의류 브랜드가 곧 출시되는데 수익금은 전액 보육원 등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만약 제가 서른세 살쯤 됐을 때 미혼이라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입양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Q : 악성 댓글 탓에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 같아요.


데이브 : 인종차별과 관련된 악플을 다는 네티즌이 많은데, 계속 한국에 머무르니 그들 중 일부는 포기한 것 같아요. 최근엔 '포켓몬' 영상을 올렸는데 일본 콘텐츠를 작작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콘텐츠인데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가 싶었죠. 악플러의 SNS 계정을 보면 당당하게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사람이 없어요. 그만큼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지 않다는 걸 아는 거죠.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들어서 이젠 그러려니 해요.


Q :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것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데이브 : 단순히 트럼프 당선이 놀라울 뿐 큰 걱정은 안 해요. 불안하지만 이미 결정된 거고, 당선됐으니 국가를 잘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일부 미국 시민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자동차를 파손하고 성조기를 불태우는데 보기 안 좋죠. 귀화요? 한국 생활이 즐겁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능성은 있지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아요.


Q :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데이브 : 항상 똑같은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하진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으면서 규모도 큰 콘텐츠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커서 음악 프로듀싱도 준비 중이고요. 또한, 크리에이터의 마인드를 갖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대로 단편 영화 촬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르면 내년 안에 보실 수 있을 텐데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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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판타지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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