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햄전에서 역전골을 견인하는 PK를 유도하는 손흥민의 모습. 해당 캡쳐이미지는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관람한 한국인 팬의 영상을 갈무리한 것으로 전체 영상은 기사의 하단을 참조)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 돋아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선수가 저런 행동을 하는걸 눈앞에서 본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스웨덴 1부 리그 유르고르덴 소속 윤수용 선수)


EPL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할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합니다. TV로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는 만큼, 축구팬들이 TV로는 다 볼 수 없는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일들을 팬들께 알려드리자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역전승에 아주 큰 기여를 했던 지난 웨스트햄 전에서 바로 그런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실, 이날 토트넘 기자석에서 경기를 보면서 저는 이날 손흥민 활약의 '백미'는 팀의 두 골에 직접적인 관여를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장면'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장면은 손흥민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해리 케인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 스코어가 1-2에서 2-2가 됐던 동점의 순간에 나왔습니다. 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동점을 만들어낸 토트넘 선수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손흥민은 기자석의 반대편 스탠드의 팬들에게 다가가(아래 사진에 보이는 스탠드) 더 크게 환호를 해달라는 손짓(혹은 이길 수 있으니 화이팅 하자는 제스처)을 보냈습니다.



그 순간, 방금 팀의 동점골을 도운 손흥민의 손짓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뜨거운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에는 그 옆의 스탠드에 있는 관중들까지 동참하면서 경기장은 흡사 손흥민의 손짓에 토트넘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이 춤을 추는 듯한 분위기. 그의 그런 모습은 지난 시즌, 토트넘 홈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서 뛰던 그의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 그가 이제 토트넘이라는 팀에서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장면을 어떻게든 축구팬들께 소개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이가 대단히 낮은 토트넘 기자석의 특성상 기자석에서는 반대편 스탠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촬영하기가 힘들기에 이날 관중석에서 그 장면을 본 축구팬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장면을 눈앞에서 본 팬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장면을 직접 촬영한 영상은 없었으나(대부분의 팬들이 PK상황에서 나온 3번째 골 장면의 영상은 있으나 이 동점골의 영상을 갖고 있는 팬은 없었습니다) 이날 관중석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한국인 축구 선수(스웨덴 1부 리그 유르고르덴 소속 윤수용 선수)의 소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말 아쉽게 그 장면을 못 찍었습니다. 그 장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저도 경기장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동영상을 찍을 생각도 못할 정도로 감격적이었어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이 돋아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런 장면은 팀에서도 몇 번 보고, TV에서도 보긴 했지만 한국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까 믿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순간 팬들의 분위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어요. 조용히 경기를 보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니까 저도 정말 흥분이 되더라고요."


이날 현장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코칭스태프와, 또 팀원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만한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동점골이 터진 직후, 하프라인으로 내려온 손흥민에게 최후방에서 뛰고 있는 중앙수비수 베르통언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와서 잘했다고 격려해주며 돌아가는 모습이 있었고, 지난 시즌 자주 보였던 벤치에서 손흥민에게(손흥민의 이름을 연거푸 부르며) 같은 지시를 수차례 내리는 장면도 더는 볼 수 없었습니다. 벤치에서 손흥민의 이름을 부르며 사인을 보내자 손흥민은 바로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벤치에 응답했고 그 직후부터 바로 벤치의 지시를 이행했습니다.



(기사에 소개한 장면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손흥민의 PK 유도 장면. 이날 경기 홈팬들의 분위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느낄 수 있다.)


동점골 상황에서 손흥민이 관중들에게 환호를 유도하는 장면은 입수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날 손흥민의 PK 유도 장면을 바로 눈 앞에서 본 팬이 촬영한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후반전 화이트하트레인 현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영상을 통해 팬들께서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축구팬들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그 장면'을 못 보여드려 죄송한 마음, 이 영상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날 양팀의 경기가 끝나고 토트넘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 많은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며 잘했다고 칭찬을 보냈습니다.(한 예로, "Sonny boy, Well done!") 이날 현장에서 제가 보고 듣고 느끼고, 이 기사를 통해 소개해드린 모든 장면들을 통해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손흥민이 이제 토트넘이라는 팀과 화이트하트레인의 홈팬들에게 전보다 '아주 많이' 녹아들었다는 것입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영상=박진선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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