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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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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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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상상길.
[창원=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창원을 간다하니, 대뜸 “마산을 가냐?”고 묻는다. 아닌데…. 그럼 진해를 갈꺼냔다. 그도 아닌데…, 모두 다 갈껀데. 통합창원시 안에는 마산도 진해도, 창원도 있다. 그래서 볼 것이 아주 많다. 거 뭐 누구 결혼이나 돌 잔치에 간 뷔페를 연상하면 쉽다. 샐러드며 피자, 파스타, 미트볼 등 양식이 주욱 늘어서 있다가, 모퉁이를 돌면 깐풍기, 라조기 등 중식 코너가 나오는 것처럼 각각 색다른 ‘꺼리’가 기다린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공업도시 이미지 뿐 아니라 광활한 벌판과 저수지, 굵직한 산에다 콸콸 솟는 온천까지 품은 창원시. 천자봉을 등지고 옥색 바다 속 군항의 당당한 위용을 숨겨놓은 진해, 시끌벅적한 오동동과 어시장으로부터 진한 도시의 매력을 풍기는 마산 등 입맛대로 골고루 즐길 수 있다. 1박2일로는 택도 없다.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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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에 숨겨진 아름다운 못이 있다. 내수면환경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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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을 수면에 똑같이 찍어내 2개로 만들어버리는 내수면환경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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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산책코스로도 좋다.
◇가을을 투영해내는 비밀의 거울

환상적인 벚꽃으로 유명한 여좌천 인근에 위치한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근데 정말 어려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내수면환경생태공원’에서 우리 처음 데이트를 즐겼지”. 왠지 어렵다. “여보, 우리 주말에 ‘내수면환경생태공원’에 갈까?”. 역시 어색하다. 영어이름은 JINHAE NFRDI ENVIRONMENT ECO-PARK다. 읽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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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어렵지만 멋지다. 내수면환경생태공원.

아니다. NFRDI란 국립수산과학원(National Fisheries Research and Development Institute)의 약자다. 민물고기에 관한 연구를 하는 남부내수면연구소에 있는 공원이다. 자연 못이 아니고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내수면 양식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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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단풍이 들면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색색의 팔레트로 변한다.

이곳에 왜 갔냐고? 그 분위기가 굉장히 멋지기 때문이다. 꼭 ‘유한양행’ 마크를 닮은 왕버들을 비롯해 다양한 수종이 물가에 늘어서 있다. 잔잔한 물은 물들어가는 단풍을 그대로 비춰 반영을 낸다. 경산 반곡지를 빼닮았다. 나무데크길로 이어진 습지관찰길, 자연관찰길, 생태보전습지 등을 합치면 규모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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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내수면환경생태공원.

들어서자 마자 근사한 풍경에 넋을 잃고 달려들었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이 고요한 못과 어우러져 수채화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대로 한바퀴를 돌았다. 적지만 억새와 갈대, 수양버들도 있다. 단풍수종도 있지만 압권은 역시 왕버들이다. 거대한 돔처럼 푸른 잎을 진 그림같은 나무가 곳곳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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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까지 피어나 가을 운치를 더하고 있다.

물가로 늘어진 가지는 오후 빛을 받아 수려한 문양을 명경같은 수면 위에 찍어낸다. 덕분에 인공섬도 어색하지 않다. 자그마한 인공섬도 운치를 더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공호수. 북쪽으로부터 붉은 단풍물이 내려오면 이곳에서 곧 환상적인 가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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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창원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
◇요모조모 볼 것 많은 산업도시 창원

창원에는 ‘가로수길’이 있다. 키크고 멋진 가로수가 늘어선 가운데 근사한 카페와 분위기 좋은 갤러리, 옷가게 등이 있다.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을 흉내낸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사진을 보면 답이 될 듯하다.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가 신사동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우람하다. 게다가 한 획이 1㎞에 이르는 가로수길이 열십(十)자로 뻗어 있다. 가로수길이라 부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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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에 가을이 기웃거리고 있다.

나무 뒷편 건물은 네모 반듯한 건물이 아니다. 모두 제각각으로 생겨 분위기가 좋다. 반지하부터 1층까지 가게가 있는데 세련됐다. (물론 개중에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지만) 개성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먹자골목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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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카페·레스토랑, 갤러리 등이 몰려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창원 가로수길.

창원엔 원래부터 유명한 상권이 있다. 이름하여 상남동. 명동과 종로2가를 합쳐놓은 것만큼 널찍한 이곳은 24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이는 물론, 출장 온 이들이 거하게 한잔 하고 가는 곳이다. 식당부터 술집, 나이트클럽, 바, 유흥업소 들이 빌딩마다 한가득 밀집했다. 심지어 윗층에는 모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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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은 십자로 뻗어있다.

사림동에 있는 ‘창원의 집’도 가볼만하다. 조선 후기 전통 양반가옥으로 순흥 안씨 가문이 세거하던 집이다. 퇴은(退隱) 안두철(1809~1877)의 5대 손 안택영의 집으로 창원시가 역사적 가치 보존을 위해 무료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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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은 순흥 안씨 가문의 고가였다. 지금은 우리 전통미가 살아있는 장소로 외국인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우뚝 솟은 솟을대문과 중문, 곁문, 사랑채, 안채, 민속관, 정자, 팔각정, 연자방아 등 14동의 고건물이 조선후기 정원을 가운데 두고 들어섰다. 건물 안에는 선조들이 사용하던 농기구나 생활용품 등을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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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고택과 어우러진 정원이 아름답다

뒤켠에는 창원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을 먼저 한번 둘러보고나면 단순히 공업도시로만 인식하고 있던 ‘창원’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을인지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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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하나도 운치있는 마산 창동 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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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상상길.
◇그윽한 옛도심의 향기, 마산

마산에는 국화향기가 그윽하다. 가고파국화축제는 끝났지만 그 고혹스러운 향기 만큼은 아직 채 빠지지 않은 덕이다. 부림시장을 주변으로 창동예술촌, 오동동까지 이어지는 근대문화거리는 여전하다. 상상길 주변 골목으로 아기자기한 숍과 레스토랑, 공방들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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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상상길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이름이 모여있다. 그들은 반드시 이름을 찾아 올 것이다.

몇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와 비교하면 도시(구도심)가 진화한 느낌이다. 한복을 차려입은 20대 여성 관광객들이 골목을 누비고 있다. 롯데리아에도 고운 한복 차림의 아가씨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다. 마산 창동예술촌에선 한복을 무료로 빌려준다. 덕분에 도심이 젊어졌고 또 예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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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부림시장 청년몰.

사는 이도 파는 이도 모두 지긋하던 부림시장에도 젊은 사업가들이 들어왔다. 시장 지하 먹거리촌(과거 간이횟집)도 젊은 레스토랑으로 싹 바뀌었다.

통닭도 팔고 대구찜, 아귀찜도 판다. 어묵과 막창을 먹고 ‘김박사폭탄아이스파르페’를 마실 수도 있다. 지상에는 625떡볶이 등 노점이 그대로 남아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희한한 것을 봤다. 동태전이다. 보통 살을 저며 만드는 동태전 만 봤는데, 아예 통째로 동태 한마리를 기름에 지진다. 계란옷은 위에만 입힌다. 1만원인데 푸짐하다. 요것조것 먹을게 많다. 시장구경이 한층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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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 예술촌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 관광객이 많다.

상상길은 마산 원도심의 자랑이다. 불종거리에서 부림시장까지 155m 길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2만3000명의 이름들을 새겼다. 일본의 유키 시카누마도 있고, 베네사 탄(싱가포르), 엔젤 헨리(미국), 호닉스 곤살레스(필리핀), 에린 서튼(호주)도 있다.

내 이름이 외국 어느 도시의 길에 있다니…, 한번 가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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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 예술촌.

창원 안상수 시장은 타이베이 국제여전관광박람회 기간 중인 이달 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창원 상상길에 이름을 새긴 대만인을 대상으로 상상길 및 창원의 주요 관광자원의 매력들을 홍보하는 창원관광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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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 예술촌.

주로 20~30대의 여성 층이 많은 점을 감안, 이들이 선호하는 시내 대형 커피숍에서 설명회를 진행한다. 자유개별여행(FIT) 여행객을 위해 시내버스 등 대중 교통 이용방법부터 주요 관광지를 홍보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에게 상상길 기념품도 주고 타이베이~김해 왕복 항공권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도 진행한다.

내국인도 잘 모르는 상상길이 외국에서 먼저 유명해질 태세다. 유쾌한 상상은 이렇게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둘러볼만한 곳=

창원 천주산 자락 아래 마금산 온천이 있다.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창원도호부 편)에도 등장한 곳이다. 주남저수지와 달천계곡 오토캠핑장이 가깝다. 온천 단지에는 야생화 쉼터도 있고 무료 족욕탕도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마금산(279m)과 천마산(372m)에서 가벼운 단풍 산행을 즐긴 후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다.

약알칼리 저함량 식염천이라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피부 면역염증질환에 좋은 보양온천인데도 조용한 편이다. 비용도 다른 지역 온천보다 저렴하다. 대중탕같은 시설도 많다. 마금산 원탕은 수치료탕과 운동욕장, 치유풀장, 노천탕 등을 갖춰 가족 단위에 인기가 높다. 용출수온(57도)과 나트륨과 철, 칼슘 등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해 국내 9번째(경남 최초) 보양온천으로 지정됀 곳이다. 주변에는 탁 트인 풍광의 주남 저수지가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다. 겨울에는 천수만으로부터 가창오리 떼가 날아온다. 탐조전망대도 있다. 마산어시장은 필수코스다. 창동 예술촌과 오동동 통술거리는 서로 이어진다. 어시장도 코앞이다. 규모나 내용 면에서 국내 최대급이다.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과 젓갈 등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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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는 먹거리가 많다. 식사장소로 인기 좋은 영등포왕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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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부림시장에는 명태 한마리를 통째로 지져주는 동태전을 판다.
●먹거리=

물메기가 제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살집좋고 퉁퉁한 물메기는 국으로 끓이면 맛이 좋다. 통술도 필수코스. 오동동에는 통술 골목이 있다. 저렴하고 푸짐하고 맛깔난다. 통술이란 얼음을 채운 통에 술을 가득 담아 여러 맛있는 안주를 거나하게 차려오는 술상을 말한다. 유명한 마산 아귀찜 골목은 이번에 음식테마거리에 선정됐다. 복요리 역시 마산이 일품이다. 보통 서울에서 복집을 찾아보자면 ‘마산’이란 상호가 많다. 마산 복국거리 광포복국집은 밀복, 참복, 까치복, 은복 등 다양한 복어로 국과 매운탕을 끓여낸다. 보통 맑은탕(지리)으로 즐기지만 추울 때는 화끈한 매운탕도 괜찮다. (055)242-3308 마산합포구 오동동10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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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먹거리가 모여있는 창원 상남동. 만복횟집의 제철 생선회.

상남동 만복횟집은 제철 생선회와 다양한 음식을 한번에 즐기는 곳. 회는 물론, 맛좋은 반찬거리를 푸짐히 곁들여주니 안주로 썩 훌륭하다.(055)262-5454 창원시 성산구 단정로 62-1.

창원에는 맛좋은 갈비탕집이 있다. 용호동 영등포왕갈비탕은 창원시민들로부터 입소문이 난 곳. 상가 2층이라는 불리한(?) 위치임에도 점심마다 줄을 선다.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국물 맛도 좋고 김치와 반찬도 뜨끈한 국밥과 잘 어울린다. 갈비는 한입에 뜯기 좋게 잘라 푹 끓여내 술술 들어간다.(055)281-6191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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