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너들
두산, 효성, 한화, 한진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보유주식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두산의 박정원 회장, 효성 조현준 사장, 한진 조양호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두산, 효성, 한화, 한진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보유주식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30대 그룹 오너일가 363명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두산, 효성, 한화, 한진 오너일가 순으로 주식 담보 비율이 높았으며 이들은 모두 50% 이상의 담보비율을 보였다. 두산은 92.9%, 효성은 76.1%, 한화는 63.4%, 한진은 54.0% 등의 담보비율을 기록했다.

지난 9월 30일을 기준으로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금융권에 담보로 맡긴 주식 가치는 총 8677억원이었다.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전체 보유주식가치 9340억원이었으며 이는 담보비율이 92.9%에 달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두산 박정원 회장의 경우 보유주식 가치는 1375억원이었으며 담보 주식가치가 1362억원으로 99.2%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효성그룹으로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 형제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보유주식비중은 80%대였다. 효성그룹의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형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 총액 1조2945억원 가운데 81.51%(1조552억원)를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형제의 총 주식가치 1조1038억원으로 이 가운데 71.88%인 7934억원이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1년여 사이이 10% 포인트 가량 담보 비율이 높아졌다.

한화그룹은 담보주식 비율은 63.4%로 현재 5335억원의 담보를 금융권에 제공했다. 단 담보 비율 상위 4개 그룹 중 유일하게 담보 비율이 지난해보다 3.1% 감소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부장은 금융권에 담보·질권 등을 설정한 주식가치는 438억원으로, 각각 보유한 주식가치와 동일한 규모였다.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의 100%를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54.0%였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담보주식가치는 1693억원으로 2015년 616억원보다 174.6% 급증했다. 담보 비율도 36.2% 증가했다. 단 지난해 주식담보를 하지 않았던 조양호 회장이 올해 보유주식 가치 2206억 중 52.7%에 해당하는 1163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한 자금확보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조 회장의 자녀들은 모두 담보 제공 비율이 감소했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과도한 담보 설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기 주식을 담보로 쉬운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만약 주가가 폭락할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로 소액주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한 관계자는 “각 그룹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권 안정과 오너들이 지분 확보로 책임 경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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