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연애주의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공효진 분)는 3년 동안 짝사랑해온 이화신(조정석 분) 기자와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고정원(고경표 분) 대표 ‘둘 모두를 사랑한다’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 걸까. 생각해보면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손예진 분) 역시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해 양쪽 모두와 결혼했다. 조금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다수의 사람을 사랑해 그들과 연애하는 현상, 혹은 사람들을 우리는 ‘폴리아모리(Polyamory)’라고 부른다.

폴리는 ‘많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며 아모르는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다. 따라서 폴리아모리는 말 그대로 ‘다자연애주의’다. 연인이나 부부가 서로의 양해 아래 각자 원하는 이성친구를 사귀는 행위를 일컫는다. 폴리아모리의 전제는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기에, 바람(외도)과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 성관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기에 ‘스와핑’과도 다른 의미다. 폴리아모리 모임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50여개국 3만8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자연애를 추구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너와 영화 보고 밥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너랑‘만’ 연애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이성을 만나본 적 있는가.

폴리아모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개인도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우위나 독점을 주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성과 맞지 않는 근대적 기획의 산물이며, 사유재산의 탄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한 해 10만쌍이 넘는 부부가 이혼하는 현실, 섹스리스 부부가 30% 이상인 현실, 즉 안팎으로 파괴돼가는 가정의 대안으로 폴리아모리의 삶을 제안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가 얽혀 결국 제도와 껍데기로만 남는 결혼 제도가 아닌, 사랑이라는 본능 아래 솔직한 형태의 다자연애가 이상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폴리아모리도 삶의 방식 중 하나이기에 도덕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단 자신의 태도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폴리아모리로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면 이런 것 아닐까. 첫째, 상대방에게 자신의 사상과 입장에 대해 사전에 자세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것. 둘째, 다자연애에 임하는 사람들끼리의 규칙을 세울 것. 예를 들어, 스킨십의 범위, 기념일과 공휴일의 데이트 상대, 연락 빈도 등에 대한 규칙. 마지막, 나의 또다른 사랑으로 인해 상대에게 육체적 신체적 피해를 주지 말 것. 즉 관계 시에는 콘돔을 철저히 착용하고, 상대가 다자연애로 혼란스럽거나 고통을 겪을 때 모른 척 하지 말 것.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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