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인지도, 정신력, 용기 그리고 저작권료’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3’의 파이널트랙 우승자는 자이언트 핑크이지만 준우승자 나다는 프로그램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대중에게 여전히 생소한 걸그룹인 4년차 7인조 ‘와썹’의 멤버인 나다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 정신력, 용기, 저작권료 등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첫 방송 당시 나다는 자기소개 싸이퍼 미션에서 가사를 틀리고 프리스타일 랩 배틀에서 민망한 가사를 선보이는 등 부진해 함께 출연한 막내 전소연에게 “언니, 왜 이렇게 못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나다가 ‘언프리티 랩스타’ 전 시즌 통틀어 총 4개, 최다 트랙 보유자로 올라섰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반지 여제’가 된 것이다.

프로그램 종영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나다가 우승한 트랙들을 살펴보며 그의 ‘인간 승리 드라마’를. 나다의 목소리로 되짚어 보았다.

◇트랙1 ‘쉬즈 커밍’(단체곡)

“최근 2년간 소속 그룹 와썹 활동이 거의 없었다. 그 기간 동안 랩 연습을 많이 했다. 첫 촬영 자기소개 싸이퍼에서 쓴지 얼마 안된 가사를 선보이다가 그만 가사를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아차’ 싶었다. TV에서 보던 민망한 장면을 내가 연출하고 있었다. 전소연이 프리스타일로 나를 공격할 때, 나도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냥 있으면 바보가 될 것 같아서 그 앞에서 프리스타일을 했다. 그게 그만 프로그램 1회의 명장면이 되고 말았다. 프로그램 내내 그 장면이 열번도 넘게 나온 것 같다. 창피하고, 내 자신에게 실망도 했지만 트라우마 되면 안되니까 금방 잊으려고 노력했다.

첫 미션을 수행하고, 단체곡을 준비하며 프로그램 흐름을 파악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참가자마다 목표가 다르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등의 목표가 있는데 나는 그룹 활동을 많이 못해서 팀, 개인을 위해서 ‘인지도’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그냥저냥 중간에 있는게 좋은게 아니더라.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이고, 레코딩된 트랙이 아닌 무대를 통해 승패를 가리는 경연 프로그램이니 랩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퍼포먼스, 무대 장악력이 중요하다. 각 트랙별로 다른 프로듀서, 다른 장르의 트랙이 배치되니 프로듀서의 개인 취향에 대한 파악, 곡 해석 능력도 필수였다. 결국 머리싸움이 중요했다. 자기 소개 싸이퍼에서 나는 ‘한방’ 제대로 먹었기 때문에 첫트랙 ‘쉬즈 커밍’때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자고 생각했다. 첫곡은 참가자별로 랩을 하는 마디수가 4마디로 짧은데, 훅 바로 전에 랩을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맨 앞이나 맨뒤에 랩을 하지 못할 바에야 훅 전에 랩을 해야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트랙3 ‘무서워’(나다, 전소연 공동 우승/ 프로듀서 쿠시)

나다는 일대일 디스배틀에서 우승후보 자이언트핑크를 누르고 처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로듀서 쿠시는 나다를 우승자로 꼽으며 “중의적인 표현을 활용해 랩을 한 것이 재미있다. 프로듀서로서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무서워’ 트랙을 따기 전,언프리티 랩스타의 ‘꽃’이라 불리는 디스배틀에서 나는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자이언트 핑크를 상대로 골랐다. 내가 피해봤자 언젠가 만날 거고, 지더라도 잘한다는 재평가는 받자는 생각이었다. 쉽게 쉽게 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게 더 중요했다. 남들이 봤을 때는 겁없는 도전이었다.

와썹 중국 행사가 잡혀서 준비할 시간이 적었는데, 그래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기고 싶었다. 자이언트 핑크가 키가 크니, 와썹 멤버 중 키 큰 멤버를 앞에 세우고 디스하는 연습을 했다. 기싸움에서 안 지려고, 사람 눈을 쳐다보며 랩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댄서 오빠들을 앞에 세우고도 하고, 매니저, 회사 사람들 등 보이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랩을 했다. 멤버들이 내 앞에 서서 무표정으로 있기도 하고, 막 웃기도 하는 등 여러 상황에도 대비했다. 실제 디스배틀을 할 때 자이언트 핑크가 중간에 가사를 잊어버려 아쉬웠다. 오고가야 재미있는데 상대 실수로 어부지리로 이긴 것 처럼 보이는건 싫었다. 자이언트 핑크도 끝난 뒤 미안하다 하더라. 다행히 프로듀서 쿠시가 나를 호평해줘 위안이 됐다.”

나다의 랩 가사에는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그에 대해 팬들의 평가가 엇갈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나다의 생각은 명료했다.

“와썹 데뷔 때부터 트월킹(골반과 다리의 빠른 움직임이 특징인 춤) 등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솔직히 내가 전형적인 여자 아이돌 이미지는 아니지 않나. ‘부담스럽다’, ‘쟤 왜저래’하는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욕먹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내가 원래 그런사람이고 예쁜척 해봤자 수지, 설현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얼굴을 고친다고 그렇게 절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안다. 내 예명 ‘나다’는 ‘나는 나다’라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인데, 이름처럼 그렇게 산다.”

이전까지 ‘탈락 후보’로 손꼽혔던 나다는 이 트랙을 준비하며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솔직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 짧은 기간에 실력이 어떻게 갑자기 늘겠나. 이전 활동 안하는 2년간 연구, 공부하고 연습한 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무렵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트랙4 ‘스티키’(나다의 첫 단독 우승, 프로듀서 산이)

이 트랙 우승을 차지할 때 나다는 산이에게 “다 좋았다. 랩 가사도 잘 쓰고, 무대도 자연스럽고, 퍼포먼스도 좋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프로듀서 산이가 이 곡의 콘셉트로 제시한 ‘끈적끈적한 섹시함’을 잘 표현해 호평 받았다.

“모든 사람이 ‘이 트랙은 나다에게 잘 어울린다’고 할 때 부담이 됐다. 그러면서도 ‘이건 내 노래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이 곡 가사는 30분만에 빨리 나왔다. 가사를 쓸 때 프로듀서 산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의 스타일도 떠올렸다. 산이는 랩을 할 때 중간에 잠깐씩 쉬는 부분을 넣는 특징이 있다. 나도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그게 주효했다.

방송의 흐름상 가사를 쓸 때 퍼포먼스까지 미리 생각해야 하는데, 과하지 않게 절제된 섹시함을 보이자는 생각을 했다. 실제 무대에서 내 트월킹 춤이 화제가 됐는데 최종 리허설 때 갑자기 떠올라서 넣은 동작이었다.”

이 트랙 우승을 차지하며 나다는 ‘걸어다니는 종로3가’가 된다. “트랙을 차지하면 주는 반지 벌써 세 개 모았다. 금은방 해도 되겠다. 조금만 더 모으면 가게 하나 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반지는 어머니가 보관하신다. 아쉽게도 진짜 금은 아니더라. 그러면 더 좋을 뻔했다(웃음) 몇번 트랙을 따다 보니, 사람 욕심이 끝이 없더라. 초반에 잘했어도, 다음에 실망시킬 수 있지 않나. 프로그램 끝날 때까지 잠도 못자고,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힘들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설 무대가 아예 없을 때보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서야 하는 상황이 훨씬 행복하니까.”

나다3

◇트랙7 ‘나씽’ (프로듀서 스윙스)

나다는 2013년 엠넷 ‘쇼미더머니3’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트월킹 래퍼’라는 불명예 타이틀만 안은 채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스윙스는 나다에게 “래퍼면 랩부터 잘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3년만에 스윙스를 만난 나다. 스윙스에게 “나다의 랩이 진중함이 있었고 감정이 잘 묻어났다. 저렇게 비상한 것이 대견스럽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전까지 강렬한 퍼포먼스, 재미있고 유쾌한 참가자로 인식됐지만 이 트랙 비트를 처음 들었을 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심신이 힘든 웃픈 상황에서, 무명이었다가 올라와 뒤돌아 보는 느낌의 곡을 쓰고 싶었다. 원래 매일 일기를 쓰는데, 혼자 일기를 쓰듯 가사를 써내려갔다. 2분 넘게 훅 없이 랩만 해야 하는 미션이었는데, 내가 그 가사를 짧은 시간내에 다 외운 게 신기하다. 승패를 떠나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은게 경연 당시의 목표였다.

스윙스를 워낙 존경하고 좋아한다. 만나니까 무섭더라. 이번엔 뭔가 보여주고 싶고, 스윙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나서, 내 자신을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나씽’ 트랙 우승을 차지한 날, 스윙스 앞에서 인정받고, 후회 없이 잘해냈다는 점에 스스로 감격하고 감사해 눈물이 났다. 어쩌면 내 최악의 순간을 지켜본 사람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인 것 아닌가. 그날 하루 종일 울었다.”

◇1차 공연 탈락→패자부활전→세미파이널 1라운드 ‘킹핀’

나다는 파이널을 향한 1차 공연에서 ‘내스티(Nasty)’를 선보인다. 박미경의 피처링과 와썹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더해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지만 무대 위에서 가사를 잊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애쉬비에게 밀려 탈락한다. 하지만 패자부활전에서 미료, 육지담을 제치고 살아난 뒤 세미파이널 1차전에서 ‘겁없는 막내’ 전소연와 맞붙어, 친한 동료들인 쿤타 던밀스와 함께 카리스마 넘치는 ‘킹 핀(King pin)’ 무대를 선보이며 결승에 오른다.

“‘내스티’ 무대에 섰을 때 3일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 3일을 밤새니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녹화 첫날 자기 소개 때 이후 처음 가사를 틀렸다. 컨디션 조절도 실력인데, 이날 내 실력이 부족한 거였다. 상대 애쉬비의 ‘그녀’ 무대를 보니 질 거 같더라. 엄마에 대한 노래였는데, 내가 들어도 눈물이 났다. 엄마를 어떻게 이기나. 좋은 콘셉트였다. 애쉬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패자부활전에서 육지담, 미료 언니를 제치고 부활했는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너무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래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세미파이널 1차 경연 ‘킹핀’은 음원용이 아니라 무대에서 서기 위한 경연용 음악이었다. 그 무대는 내가 좋아하고, 친한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기분으로 임했다.”

◇파이널 트랙 ‘미인’ 준우승(자이언트 핑크 우승, 프로듀서 도끼)

“준우승을 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눈물도 안나고 기쁘다.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경쟁해준 래퍼들 고맙다. 준우승이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 매번 최선 다했다. 실수도 했지만 실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단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도끼의 엄청난 팬인데, 파이널 경연에서 준우승에 그쳐 함께 곡을 못하는 점이지만 곡 자체가 나보다 자이언트 핑크에게 더 어울린다. 자이언트 핑크, 고생했고, 박수쳐주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건 경험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한마디로 정신력이 강해졌다. 저작권료도 소중한 수확이다. 용기도 얻었다. 언프리티랩스타에 나온 궁극적인 목표는 인지도였다. 처음 생각에 다른 건 다 필요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와썹’, 그리고 ‘나다’를 인식시킨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데뷔할 때부터 ‘부담스럽다’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내 자신을 그대로 보이고 싶었다. 억지로 다른 콘셉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진정성 있는 솔직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그게 뿌듯하다. 앞으로도 억지로 바뀌진 않지만 변화무쌍한, 새로운 충격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정성 있는 리얼한 래퍼가 되고 싶다.

곧 싱글로 음원을 낼 계획이다. 지난 2월 래퍼로 첫 믹스테이프를 냈는데,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내가 속한 그룹 ‘와썹’도 활동을 준비 중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제공 | 마피아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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