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2003년 7월2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안양 LG 원정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고향팀’ 포항에 돌아온 최순호(54) 감독이 “내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게 아니었구나’란 생각을 갖게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최 감독은 내달 2일 오후 2시 성남과 원정 경기를 통해 사령탑 복귀전을 치른다. 지난 2004년 포항을 K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뒤 사임했던 그가 11년 9개월 만에 다시 포항 벤치에 앉는 셈이다. 그는 “올시즌 6경기에선 확실한 결과를 낼 것”이라며 “내년부턴 새 판을 짜겠다. 18~19살 선수들도 뛸 수 있도록 육성에도 초점을 두겠다”고 했다.

-12년 만에 포항 클럽하우스 와서 훈련해보니 어떤가.

이틀 남짓 훈련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클럽하우스 왔는데 내가 처음 포항 감독을 할 때 생긴 거고,내가 설계했고,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손때 묻은 곳에 다시 오니 기쁘고 한편으론 책임감 역시 느껴지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오고 그렇다.

-포항이 위기인데 훈련하면서 느낀 것은.

구단이 전체적으로 위축이 되다보니 선수들까지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더라. (모기업)포스코도 어려우니까 지원하는 사람도 마음이 좋지 않다. 구단은 어려운 살림을 해야하고 그게 선수단 쪽에 연결될 수밖에 없다. 내가 선수단도 다독여야 하고 새로운 분위기도 내야하고 그렇다. 우선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두 번째론 올해 6경기 잘 마친 다음 전체적인 틀을 내년에 다시 잡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옛날 포항이나 강원 때 재미있는 축구를 했지만 결과가 필요할 땐 ‘결과 추구형 축구’로 변신도 잘 했는데.

선수단 분위기라는 것이 이렇게 침체가 되면 흔히 얘기하는 ‘멘붕’ 상태가 올 수 있다. 지금 그런 상태까지 온 것 같다. 최진철 감독이 코치 시작을 나랑 (강원에서)같이 했고 그래서 아는데 워낙 잘한다. 잘 하는 지도자인데 경험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거다. 팀이 평균적으로 좋을 땐 아무 문제가 없다. 조금 안 좋을 때도 문제가 없는데 아주 안 좋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는가가 중요한 거다. 훈련의 변화, 훈련 방법의 변화로 선수들 몸과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기존 틀에서 필요한 만큼만 선수들에게 요청하면 팀이 빨리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하는데 심플한 훈련을 해야지. 그러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SS포토] 최순호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2013년 12월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방송인 박은지씨와 함께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일 성남전 이후엔 하위리그(스플릿 라운드 그룹B) 5경기를 결승전처럼 해야 하는데.

(스플릿 라운드 이전)33경기를 해서 이렇게 됐으니 (하위리그 팀들 실력은)비슷하다고 보는 거지. 우리가 있고 수원FC와 인천 수원삼성이 (하위리그에)왔고 성남 상주 광주 중에도 나올 텐데 다 비슷하다고 본다. 지금은 어떤 팀도 경기 내용 갖고 말할 순 없어. 결과를 내야지.

-올해를 넘기면 내년부턴 새 판을 짤 수 있는데요. 과거 포항 감독 때 유명 선수들보다 박원재 황진성 황지수 등 어린 선수들 얘기를 더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것에 대해선 자신이 있고 서울에서도 그런 시스템을 만든 적이 있다. 다만 시간을 많이 못 가져 (서울에서)결실을 못 맺었지만 저비용 고효율을 볼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가능하다면 실현해 나가야지. 알다시피 다들 아무 것도 안 할 때 내가 프로 유스 시스템을 포항에 도입한 건데, 그걸 더 강화하면서 18살,19살 때 프로에서 완벽하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프로에 어린 선수들이 적은데 그건 이유가 있긴 있다. 과거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선수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렇다보니 어린 선수들이 파고 들어갈 틈이 좁아졌다. 그래도 계속 노력을 하면 성과가 나올 것이다.

-어쨌든 이번 부임은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 나도 그 동안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순 없었으니까. 뭐, 일부에선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그렇지만 그 동안 경험했던 것을 이번에 잘 만들어봐서 (부정적인 시각의)사람들이 ‘아,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그 때 내 생각이 아니었구나’란 것을 증명해봐야지.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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