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대한 사죄를 위해 고개숙인 정준영, 짧은 입장만 발표[SS포토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전 여자친구와 ‘성행위 몰카파문’으로 주말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정준영이 직접 사건 진화에 나섰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23일 오후 11시께 단독보도한 ‘가수 정준영, 성범죄 혐의로 여성에게 피소 충격’ 기사로 42시간 동안의 ‘반전드라마’가 시작됐다. 정준영의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상 여론을 ‘호도’하기 시작하며 사건을 해프닝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이후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화살은 정준영에게 돌아갔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하차를 원하는 항의글이 이어졌다. 또 계속된 비난여론에 정준영은 25일 오후 5시, 서울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호텔에 모습을 드러내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초췌한 얼굴로 단상 위에 올랐다. 전날까지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불렀던 그는 여느때처럼 마이크를 들었지만 이번엔 노래를 부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손에 든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성범죄 피소’를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드라마같은 상황의 주인공이 된 그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기자회견장에는 200여 취재진이 모여들어, 그와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는 기자회견 직전까지 ‘대외비’였다.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 대표, 변호사 등 극소수의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밝힐 내용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준영은 회견 30여분 전 기자회견장 근처에 도착해 생각을 정리했고, 약 7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퇴장했다.

◇정준영이 밝힌 사건 경위 “몰래카메라 아니었다. 여성분이 두려움 호소”

지난 5월 부터 최근까지 연예인들의 성추문 관련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성폭행 혹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지만 기자회견을 연 건 정준영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준영은 “현재 알려진 내용중엔 사실 다르거나 개인적인 영역이 포함돼 있다. 나는 물론 상대 여성이 의도치 않게 큰 고통 겪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더이상 피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성분과 의논 끝에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여자친구인 A씨는 정준영이 성관계 중 휴대전화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했다며 지난달 6일 경찰에 고소했다가 며칠 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정준영은 “고소했던 A는 전 여자친구다. 현재 연인은 아니지만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불러온 영상은 올초 교제하던 시기에 상호 인지하에 장난삼아 짧게 찍고, 바로 삭제했다. 몰래카메라는 아니었고, 다만 바쁜 스케줄로 여성분과 소홀해지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발적으로 여성 분이 촬영사실을 근거로 신고했다”며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나 역시 촬영 사실을 인정했기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여성분은 경찰 조사 이후 고소를 취하하며 강제 촬영이 아니었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경찰 조사 이후 검찰도 이 내용을 확인했다. 여성분이 신속한 무혐의를 청하는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기에 사건은 두사람 일로 조용히 마무리될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방 해결 앞둔 개인적인 일들이 몰카라는 단어로 세간에 회자되면서 여성분이 커다란 두려움을 겪었다. 오늘 오전에도 상대 여성분은 탄원서 추가 제출하는 등 상황 조속한 종료를 희망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에 익숙치 않은 분이다. 커다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전 여자친구와 합의하에 촬영한 것[SS포토]

◇정준영 측 안일한 대처 ‘42시간 반전 드라마’ 키웠다

첫 보도 당시 “해프닝”이라며 그 누구보다 당당했던 정준영과 소속사측은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소속사측의 일방적인 보도자료는 곧 “아무런 일도 아닌데, 괜히 사건을 키우는 것 아니냐”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뻔 했지만, 이후에 밝혀진 진실에 ‘거짓말 논란’으로 까지 번지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사건의 유·무를 떠나 ‘연예인의 거짓말’ 논란은 앞으로의 연예계 활동에 큰 제동이 걸리는 사안이다.

첫 대응을 가볍게 여긴 상황에 정준영은 “상황이 확대된 데 대해 깊이 후회 한다. 모든 상황 제공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나만 떳떳하면 넘어갈 거라 섣불리 생각한게 너무 큰 잘못이다. 그 친구에게 고통 겪게한 미숙한 행동을 깊이 뉘우친다. 대중 앞에 밝은 모습 보여야 할 연예인으로 경솔한 모습이었다. 지켜야 할 선 넘은 점 깊은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정준영은 “지금 상황에서 지금 출연하는 프로그램, 동료들에게 폐 끼쳐 죄송하다.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된 일체 결정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처분 따르겠다. 이번 언론 보도로 인해 수사기관에서 추가 수사 요청해 오면 모든 과정 성실히 응할 것이다. 사실 관계에 대한 내 말이 진실인 점 밝히겠다. 경솔한 행동으로 팬, 가족, 관계자, 나를 생각한 모든 분들에게 피해 실망 안겨서 사죄 말씀 드린다”고 했다. 정준영이 출연 중인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은 25일 아침 재방송과 오후 본방송이 정상 방송됐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준영 측은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았는데 ‘추후 검찰 조사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입장 표명 외에 별도의 질의응답은 없을 예정’이라는 이유를 댔다. 24일 새벽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검찰에서도 정준영에 대한 추가 조사에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 무혐의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과 상충되는 부분이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정준영이 25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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