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점검하는 슈틸리케, 취재진을 향한 눈빛[SS포토]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중국과의 첫경기(9월1일)를 앞두고 소집된 슈틸리케호 대표선수들이 3일째인 31일 파주NFC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이 훈련 시작에 앞서 그라운드를 점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20분에 이어 이날은 15분만 훈련을 공개했다.파주NFC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62) 감독과 중국 대표팀 사령탑인 가오홍보(50) 감독은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다. 현역시절 포지션도 최후방과 최전방으로 책임졌고 축구 인생의 황금기도 각기 다른 시점에 찾아왔다. 반면 공통점도 제법 있다. 두 감독은 양국 축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7년만에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사령탑이고 가오홍보 감독은 5년만에 다시 대표팀 수장에 복귀한 국내파 사령탑이다. 살아온 길과 지도 철학이 서로 다른 두 사령탑은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지략대결을 펼친다.

◇슈틸리케와 가오홍보 ‘축구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

가오홍보 감독은 1992년 독일 출신의 클라우스 슬라프너 감독이 외국인으로서 첫 중국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유일하게 2차례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다. 그만큼 지도력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현역 시절보다 지도자로서 많은 성공을 이뤘다. 선수 시절 대표팀에서 A매치 19경기(7골)를 소화하는데 그치며 스타 반열에 오르지 못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14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몸담은 팀마다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냈다. 1997년 현역 은퇴 뒤 지도자로 변신해 코치로 활동한 광저우 송리는 2년만에 구단 창단 후 첫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맛봤고 첫 풀타임 감독직을 맡았던 샤먼 홍시(2004~2006년)에서도 2부리그 우승을 통해 승격을 이뤘다. 2007년에는 창춘 야타이를 이끌고 슈퍼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는 클럽에서의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9년 비교적 이른 나이인 43세에 중국 대표팀의 첫 지휘봉을 잡았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던 현역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한 레전드다. 그는 현역은퇴 직후인 1989년 스위스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야심차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20년이 넘는 사령탑 기간동안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선수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회, 유럽축구연맹(UEFA)컵과 유러피언컵 2회 등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무수히 많은 우승을 맛봤지만 지도자 생활동안 들어올린 우승컵은 2012년 알 사일리야 사령탑시절 달성한 카타르 2부리그 우승이 전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SS포토] 가오홍보 중국감독 \'이쪽으로 더 옮겨\'
가오홍보 중국 축구 감독이 3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선수들이 골대를 옮길 때 위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기록 제조기’와 ‘기록 파괴자’의 격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짧은 시간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쏟아내면서 ‘기록 제조기’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가오홍보 감독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축구의 숙원이었던 ‘공한증’을 32년만에 깬 ‘기록 파괴자’로 많은 명성을 얻었다. 두 사령탑의 지도 철학이나 경기 운영 방식은 현역시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오홍보 감독은 공격수 출신답게 지도자로 활동하면서도 소극적인 전술보다는 상대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스타일로 팀을 이끌어왔다. 6년 전 월드컵 본선을 앞둔 한국을 상대로 공격 중심적인 경기 운영으로 깜짝 완승을 따냈고 지난 2월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뒤에도 2차예선 2경기에서 6골을 쏟아내면서 최종예선행을 확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역시절 명수비수답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여러 기록들을 양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대표팀 수장에 올라 채 2년도 감독직을 채우지 않았지만 기념비적인 기록을 쏟아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3월 열린 태국과의 A매치 친선전(1-0승) 승리로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다 연속 무실점 경기(10경기)와 최다 무실점 승리(9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5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연간 A매치 최다 무실점 경기(16경기) 기록을 경신했고 A매치 경기당 0.2실점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09개국 가운데 최소 실점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 사령탑 모두 지도자로서 첫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서는 만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축구는 기록이 아니라 누가 더 나은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 스스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가오홍보 감독은 “우리는 강팀이 아니지만 한국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감독으로서 승리를 물론 원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