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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한중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방문을 예정한 중국 치우미 응원단.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색깔이 붉다고 해서 같은 붉은색이 아니다. 태극전사들을 향한 붉은 함성이 메아리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중국 축구 팬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는 오성홍기를 앞세운 ‘치우미’(球迷·중국 대표팀 서포터스의 별칭)의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수의 중국 팬들이 이번 한·중전을 위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은 국내외 여행사의 사전 티켓 구매 문의가 대한축구협회에 빗발치면서 시작됐다. 그만큼 중국 팬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였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도 중국 팬들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한국 원정응원에 나서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선례로 인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중국 축구 팬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축구협회는 정해진 기간 온라인을 통해 예매하도록 하고 있어 직접 여행사로 전해진 티켓은 없다. 하지만 여행사가 1인당 4매까지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티켓 예매분을 확보해 중국 팬들에게 제공하는 방식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중국축구협회는 이미 원정석 1,2층 1만5000석의 티켓을 통째로 사갔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29일 현재까지 중국협회가 가져간 분량에 온라인을 통한 예매분을 포함해 4만 5000여장의 티켓이 나갔다. 협회 관계자는 “예매된 3만 여장의 티켓 가운데 중국 팬들이 구매한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축구협회가 가져간 분량을 고려할 때 2만명에서 2만5000명 정도의 중국 팬들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발표한 총 좌석 수는 6만6706석. 이 가운데 축구협회가 판매할 수 있는 좌석 수는 6만4527석이니 이미 70%의 좌석이 예매됐다. 경기 당일 현장 판매분을 포함하면 5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상황을 고려할 때 40% 이상의 관중이 중국 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서울을 기준으로 평일 오후 열리는 A매치에 3만명 이상의 관중이 모일 경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의 관중기록을 뒤져보면 이번 한·중전에 쏠린 열기를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서울에서 열린 A매치는 지난 2015년 10월 13일(화) 열린 자메이카와 친선경기로 2만8105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보다 앞서는 2015년 3월 31일(화) 뉴질랜드와 친선경기 3만3514명, 2014년 10월 14일(화)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 3만9210명 등을 기록했다. 최근 4만명을 넘긴 경기로는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이었던 2014년 5월 28일(수) 튀니지와 친선경기(5만7112명), 2013년 10월 12일(토) 네이마르가 출전한 브라질과 치른 친선경기(6만5308명)가 있었다. 가장 최근 국내에서 중국과 치른 경기는 지난 2013년 7월 24일(수) 동아시안컵이었는데 당시 화성종합스포츠타운에 2만3675명이 모였다. 기록에서도 드러나듯이 4만5000여장의 티켓이 예매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팬들의 응원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비단 티켓뿐만이 아니다. 중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가오홍보 감독은 지난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0-3 완패를 안겼던 인물이다. 역대 중국과 경기에서 30전 17승12무1패의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에 유일한 1패를 안긴 감독인 만큼 중국의 기대가 크다. 중국 슈퍼리그는 대표팀을 위해 리그 일정을 조정했고 중국축구협회는 대표팀에 전세기를 제공하는 등 이번 경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6000만 위안(약 100억원)의 포상금과 300만 위안(약 5억원)의 경기당 승리 수당까지 책정했다. 이런 열기와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번 한·중전을 위해 입국하는 중국측 기자단의 수효만 해도 100명에 달한다. 중국 대표팀은 전세기를 타고 29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30일 서울월드컵 보조경기장,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면서 한국과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중국 측 취재진이 대거 몰리는 탓에 국가대표팀 ‘슈틸리케호’는 29일 팬 공개 행사 외의 훈련은 일부만 공개할 예정이다.

역대 국내에서 열린 A매치에 가장 많은 원정팬이 몰린 경기로는 지난 1997년 11월 1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이 꼽힌다. 당시 총 관중은 7만2000명 가량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일본 원정팬이 14% 가량인 1만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이번 한·중전의 원정 팬이 역대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국축구의 심장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국내 팬들의 응원함성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허투루 넘겨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6만석 규모 경기장이 가득찼다고 할 때,그 가운데 1만5000명만 중국 팬이라고 해도 25%를 차지한다. 우리 대표팀이 해외에서 경기를 할 때 국내 팬들은 이런 규모의 원정응원을 할 수 있을까. 안방마저 원정 팬들의 응원함성에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암벌을 지켜라’가 축구팬들에게 떨어진 지상과제가 됐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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