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 신인 드래프트의 얼굴들, 우리가 한국 야구의 미
‘2017 KBO 신인 드래프트’가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1-2차 지명을 받은 신인 선수들이 단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다른 길을 찾아봐야죠. 육성선수나 해외 독립리그도 알아보고.”

2017 KBO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24일 한 대학 선수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3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를 목표로 쉼없이 달렸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야구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데 그나마도 프로에서는 고졸을 선호하더라.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에 가서 열심히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대학 선수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2차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100명 중 대졸 예정자는 23명에 불과하다. 대학생 지원자 233명 중 23명만 꿈을 이뤄 취업률이 9.8%에 불과하다.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특히 대학 4년생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대졸 신인은 병역문제 등을 고려하면 1, 2년 안에 1군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대부분 3, 4년 이상 육성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4년 이상 육성해야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린 고졸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때 기량이 대학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도 있었다. 스카우트들은 “교육제도 전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드래프트장 분위기도 애매했다. 각 팀 스카우트들에게 이름이 호명된 선수들은 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다시 앉았다. 이날 드래프트장에는 전체 참가자 938명 중 55명이 참석했다. 다행스러운점은 이들 중 한 명을 제외한 54명이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수들의 허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다 참석하도록 독려한다. 고교에서는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되기 때문에 프로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10개구단 스카우트들에게 익명을 전제로 선발 후보들을 꼽아달라고 한다. 복수의 구단에서 이름이 나온 선수들을 행사장에 부른다”고 설명했다.

[SS포토] 2017 KBO 신인 드래프트, 10구단의 깊은 고민의 순간...
‘2017 KBO 신인 드래프트’가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프로야구 각 구단의 담장자들이 신인 선수들의 정보를 살피며 고심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tsseoul.com

이유 있는 배려다. KBO리그 드래프트장은 선수들이 객석에 앉아 있다가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으면 별도로 마련된 자리로 옮길 수 없는 구조다. 바로 옆 자리에 앉은 동료가 지명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지명된 선수들에게는 가시방석과 다름없다. 꿈을 이뤘지만 마음껏 웃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 드래프트가 마치 고문처럼 다가온다. 과거에는 드래프트장에 참석했다가 끝끝내 지명을 받지 못해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뽑힌 이나 탈락한 이나 서로 불편한 행사였다.

고졸 예정자들이 각광받는 트렌드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졸 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인정받은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프로에 진출해 경력을 쌓아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겠다는 확고한 꿈을 갖고 문을 두드린다. 대학을 선택하기보다 육성선수로라도 프로에 입단하겠다는 선수들도 눈에 띈다. 우수한 고교 선수들이 대거 프로를 선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학리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로구단이 중심이 돼 대학과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선수를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육성선수 선발을 대학출신으로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드래프트로 뽑은 고졸 선수들 중 육성이 필요할 경우 대학에 위탁교육을 시키고, 대학에서도 2학년을 마친 뒤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선수 순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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