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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지심도 마끝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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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는 대부분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학동 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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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 홍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풍경.
[거제=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정말 더웠다. 어쩌다 목을 만지면 손바닥이 찰싹 달라붙어 떼는데 애를 써야했다. 도심 빌딩숲 사이로 수많은 에어콘 실외기를 스치며 내려온 습한 바람은 온몸을 핥고 지난다. 겨드랑이도 사타구니도 쩍쩍 붙는다. 이럴 땐 답이 하나다. 어디론가 도망쳐야 한다. 찾아나선 곳은 남쪽바다 거제도. 부산행 아닌 거제행이다. 청명한 옥빛을 분명히 내고 있는 바다와 몽돌해변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서둘러야 한다.국내에서 두번 째로 큰 섬, 거제도로 떠난 한여름 여행의 만족도 역시 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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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 홍포 해안도로는 경관이 좋아 꼭 한번 들러보면 좋다.
◇전망좋은길

거제에는 굳이 섬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람의 언덕과 서이말 등대 등 풍경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거제도의 가장 남단 여차홍포해안도로를 갔다. 아래는 몽돌 해변이 수두룩하다. 주먹보다 큰 몽돌이 가득한 해변. 그래서 파도가 칠 때면 도르락 도르락 돌구르는 소리가 아름답게 퍼지는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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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에서의 해수욕은 일반 모래톱 해변과는 달리 서정적이다.

이곳에서 즐기는 해수욕은 좀더 색다르다. 모래사장처럼 원반을 던지고 펄쩍펄쩍 뛰어다니지 않는다. 대부분 앉아서 파도소리를 즐긴다. 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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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해변을 앞에 두고 언덕을 따라 생겨난 마을, 유럽 지중해 풍이다.

전망이 좋대서 이름붙은 망산(397m)으로 오르는 이 3.5㎞ 해안도로에선 마치 소년이 잠수를 하고 있는 듯 둥글둥글 궁둥이같은 섬이 동동 떠있는 바다가 보인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통영 매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은 일부러 포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고맙다. 그저 씽씽 달리는 도로에서 보이는 풍경이라면 뭔가 잘 만들어진 패스트푸드 같을텐데. 비포장길이 이어지다 군데군데 포장이 된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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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 홍포 해안도로는 한적해서 데이트나 산책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코너마다 전망대가 나온다. 뭐 올라가서 보는 건 아니고 나무가 가리지 않는 탁트인 데크다. 총 3군데의 전망데크에선 각각 다른 풍경이 동시상영되고 있다. 지중해에서나 볼 법한 홍포 마을도, 한려수도가 시작되는 울퉁불퉁한 바다도 바라본다. 운이 좋다면 물속으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만날 수도 있다. 치이익~하고 굉음을 내며 바닷물을 부글부글 끓이며 쏙 빠질 것같은 그 둥근 불덩어리 말이다.

해저물 무렵 바다는 평원의 도시, 조업을 마친 어선이며 낚싯배가 섬 사이를 바삐 지난다. 여명을 좀더 보고싶었지만, 성수기라 횟집에 생선회가 떨어질까 단호하게 돌아섰다.

◇섬에서 떠나는 섬여행

거제도를 간다면 누구나 꼭 권하는 몇군데의 명승이 있다. 안가도 그만이지만 빠뜨리면 왠지 섭섭한 곳이다. 지심도와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바람의언덕, 지세포 등인데 모두 돌아도 하루 이틀새 둘러볼 수 있어 좋다.

외도는 섬 하나를 통째로 정원으로 가꿔놓은 곳이다. 많은 이들이 찾는다. 토피어리와 화초, 수목 터널 등 조경도 빼어나지만 무엇보다 전망이 좋다. 우거진 숲길과 계단을 따라 섬 정상에 올라가면 거제 내도와 해금강이 펼쳐지는 바다를 눈과 CMOS(디지털카메라 촬상소자)에 담을 수 있다.

이름과 상관없이 외도에는 커플이 많다. 섬의 어느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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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입구 인어상에 모인 젊은 20대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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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구실을 하는 지심도 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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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에서 유일한 평지에 설치된 ‘러브’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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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오래된 지심도 동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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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 바다는 거제도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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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이 펼쳐진 거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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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이 바다에 뚝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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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승2호인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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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십자동굴로 들어가는 유럼선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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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는 커플여행의 성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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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의 정원 외도 보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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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에서 바라본 거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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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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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푸른 바다가 보고싶다면 거제도도 좋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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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는 봄이면 붉은 카페트가 깔리는 동백터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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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선착장.

외도는 보통 해금강과 세트로 묶어 유람선 투어를 하게 된다. 입담좋은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해금강을 샅샅이 둘러보는 일정이 즐거움을 더한다.

파도가 잔잔하니 좋을 때는 십자동굴도 들어가보는 등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을 뺑뺑 돌며 살펴보는 재미가 좋다. 사자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암괴석을 두른 늠름한 산이 물속에서 솟아난 느낌. 십자동굴에 들어서서 고개를 들면 열십자의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해안절벽에 와서 부딪히는 낭랑한 파도소리가 귓속에 스미는 몽환적인 느낌, 과연 해금강(海金剛)이다.

전날엔 지심도를 갔다. 멀미는 원래 안했지만 햇볕이 따가워 선실에만 있었다. 장승포항에서 출발한지 불과 20~30분도 안돼 지심도에 닿았다.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을 닮았대서 지심도다. 선착장에 내려보니 섬이 아니라 산이다. 지심산. 선창 앞 인어상에서부터 계속 올라간다. 정상 부근에 펼쳐진 옛 비행장을 제외하고는 평평한 곳이 거의 없다.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런데 계속 걸어올랐다. 전망대 구실을 하는 마끝에 갔다. 청량한 바람과 함께 눈시린 풍경이 펼쳐지고 땀이 흘렀다. 아직 때묻지 않은 섬은 천연 온대림이 오롯이 보존되어 있다. 봄날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숲으로 유명하다. 이때도 땀은 흘렀다.

옛 일본군 포대와 기이한 형태로 펼쳐지는 동백숲을 땀흘리며 지나며 섬을 한바퀴 돌았다. 배 시간에 맞춰 (땀을 뚝뚝 흘리며)걷던 중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청포도 에이드를 파는 카페, 바다가 보이는 작은 가정집을 카페로 꾸몄는데 제법 운치있다. 심지어 시원한 탄산수도 있다. 수분을 모두 배출해버려 푸석한 몸에 까끌한 입으로 마시는 아이스커피의 향은 정말이지 향기로왔다. 그게 얼마였던 간에 나는 샀을 것이다. 나중에 안 내용이지만 지심도에는 물이 없다. 자신이 마실 물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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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장승포로 돌아오는 배안, 여름날의 섬 트레킹이 몸과 마음에 촉촉한 자극을 줬는지 떠나오기 전보다 건강해진 느낌이다. 한바탕 땀과 기름을 흘리고 그 빈 자리에 신선한 공기와 청량한 수목의 향을 채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짧은 휴가가 긴 인생에 주는 선물이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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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황우외식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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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횟집 활어회.

여행정보

●먹거리=황우 외식본가는 간장꽃게장과 갓지어낸 돌솥밥, 떡갈비 등 갖은 반찬을 한상 그득 차리는 집이다. 지세포에 있는 어부횟집은 싱싱한 횟감 생선을 튀김, 매운탕과 함께 코스로 내는 집. 정갈한 솜씨와 친절한 응대로 관광객이나 현지인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천년송횟집은 해금강 호텔 입구에 위치해 오가며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회정식이 대표메뉴.

●숙소=와현해수욕장에 있는 리베라 호텔은 바다와 계단으로 연결되는 등 입지가 좋다. 깔끔한 객실과 수려한 전망, 편리한 교통 등으로 거제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055)730-5000.

지세포에 위치한 대명 거제 마리나 리조트는 516개 객실 모두가 바다를 바라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름처럼 요트계류시설을 포함한 ‘마리나베이’를 운영한다. 38톤급 요트 ‘로즈마리’, 28톤급 요트 ‘라즈베리’ , 제트크루저 등을 보유했다. 마리나베이에서는 피싱투어, 썬셋투어, 요트투어 등이 가능하며 단독요트 대여 및 마리나 파티도 열 수 있다.

화산섬을 테마로 한 워터파크 ‘오션베이’도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지하2층, 지상3층 총 1만3526㎡ 면적에 동시수용 인원이 3800명에 달하는 대형 워터파크다. 주요 어트랙션으로 야외 파도풀, 익스트림 리버, 워터플렉스, 부메랑고, 바디슬라이드, 트위스터슬라이드, 웨이브 슬라이드, 야외스파 등이 있다. (055)733-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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