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테라피스트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수년 전 성(性) 전문가로 알려진 K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섹스 테라피스트(Sex Therapist)’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섹스 테라피스트는 불감증, 성적 트라우마 등으로 성적인 치유(Sex Therapy)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섹스 테라피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강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재벌가 안방마님을 비롯해 결혼한 지 오래된 주부 등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불감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강연 등 외부활동을 보고 직접 찾아와 강의를 부탁한다고.

K원장은 일주일에 몇 차례 영화보기, 산책하기, 음악듣기 등 과제를 내주고 일대일 강의 시에는 손으로 상대의 성감대를 찾아주는 등 노력을 통해 불감증을 치유한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가 하는 행위는 ‘테라피’라기보다 직접적인 ‘삽입’만 빼놓은 애무에 가까워보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요구를 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부연설명이 이어졌지만 차마 글로 담을 수 없는 내용이라 생략한다. ‘성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외로운 유부녀들의 몸과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심지어 쏠쏠한 수입까지 챙기는 K원장이 세상에 알려지면 어떤 파장을 겪게 될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섹스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어디까지가 ‘테라피’인 것인지 명확한 정의가 없을 뿐더러 몇몇 사설업체를 통해 관련 과정을 이수한 후 암암리에 자칫 ‘성매매’로 불릴 수 있는 행위를 펼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공인된 협회와 공인 자격증이 있는데, 자격 취득 대상자 자체가 의사와 심리학자로 제한돼있는 상태다. 물론 미국 내에도 다수의 불법 섹스 테라피스트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부 업체는 회당 50만원 이상의 돈을 받고 성기 마사지를 전문으로 해주는 등의 행위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진정한 의미의 테라피, 즉 치유는 자신에게 닥친 몸과 마음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돌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테라피스트는 환자가 그 과정을 스스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상담하는 역할을 맡을 뿐이다. 여리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전문가라는 탈을 쓰고 또 다른 이름의 성폭행을 저지르는 일은 없어야겠다. 환자 자신도 그럴싸한 이름에 넘어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두 번 상처 입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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