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민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나경민이 야무지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016.7.23. 사직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롯데의 단점은 뚜렷했다. 베스트 라인업은 여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지만, 주전이 빠지면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확연한 실력 차가 늘 발목을 잡았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다가도 갑작스럽게 추락하는 것을 반복한 이유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다르다. 주전이 빠져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백업요원이 대기 중이다. 전반기를 통해 백업시스템을 다졌기에 후반기 초반 분위기 전환도 가능했다.

롯데의 주전은 KBO 수준급이다. 타 팀도 인정한다. 하지만 주전 모두가 부상과 슬럼프없이 144경기 전 경기를 뛰기란 쉽지 않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롯데는 최근 몇 년간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올시즌 내·외야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다.

이대호(시애틀) 이후 롯데의 주전 1루수는 박종윤(34)이지만 시즌 초반 그의 부진 때 젊은 김상호(27)를 1군으로 불러 계속 기회를 줬다. 김상호는 25일까지 타율 0.302, 4홈런, 36타점으로 박종윤과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주전 2루수 정훈(29)도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였지만 노련한 이여상(32)이 지난 5월부터 1군에 올라와 백업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3루수 황재균의 백업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승택의 초반 부상 이탈로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문규현의 뒤는 이여상과 김대륙 등이 맡고 있다. 오승택까지 다음달 복귀할 예정이고 지난 23일 트레이드로 두산의 내야수 김동한(28)을 영입해 내야 선수층은 더 두꺼워진다.

김주찬(KIA)의 이적 후 늘 고민하던 외야 한 자리뿐 아니라 백업요원까지 발굴했다. ‘천재타자’ 김문호(29)가 서른 즈음에 비로소 각성하며 좌익수 고민을 털어냈다. 김문호는 한 때 4할 타율에 도전할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고 현재 타율 0.349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신예 나경민(25)까지 등장해 무더위 체력저하로 고전하던 김문호의 부담을 덜어줬다. 나경민은 타율 0.313, 출루율 0.436를 기록 중이다. 나경민 덕분에 김문호는 체력안배를 통해 다시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손아섭과 외국인 선수 저스틴 맥스웰, 김문호 외에 나경민과 수비좋은 이우민과 주루센스를 갖춘 김민하 등이 든든하게 뒤에 서있다.

포수 역시 강민호 뒤에 어린 좌타자 김준태(22)가 대기 중이다. 김준태는 타율 0.289, 출루율 0.404를 기록 중이다. 강민호의 백업역할을 할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좌타 대타로 투입되고 있다. 당초 안중열이 강민호의 백업포수로 주목받았지만 김준태가 좋은 모습을 보이며 백업포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훌륭한 9개의 바퀴를 가진 ‘거인군단’은 잘 굴러갈 때면 엄청난 속도를 과시했다. 하지만 대체할 바퀴가 마땅치 않아 문제가 생기면 굴러가기도 쉽지 않았다. 노심초사하던 롯데는 단단히 마음먹고 여분의 바퀴를 준비했고 이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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