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심상치 않은 승부조작, 수면 아래 빙산 걷어내라!
    • 입력2016-07-26 06:31
    • 수정2016-07-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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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2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이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 KIA 유창식이 구단에 “한화 소속이던 2014년 4월 1일 대전 홈 개막전에서 1회초 삼성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줘 승부조작을 한 차례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5일 오전 경기북부경찰청에 자진출두 해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을 때에는 “4월 두 경기(1일 삼성전, 19일 대전 LG전)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고의로 볼넷을 던져 3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최초 진술한 ‘딱 한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날 오전 유창식에게 참가활동 제재 처분을 내렸다.

유창식이 가담한 승부조작은 NC 이태양과 넥센 문우람(현 상무)이 가담한 승부조작과 다른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승부조작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에 오가는 판돈이 천문학적인데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이 대부분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가담자와 피해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수사기관의 중론이다.

사행산업 규제개선 컨퍼런스
불법도박 근절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사행산업 규제개선 컨퍼런스가 14일 열렸다. (스포츠서울 DB)

◇불법 스포츠도박 약 22조 원 규모
지난 2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해외 도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 등 1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약 6개월 간 1900억 원 상당의 판돈이 오간 것으로 학인됐다. 도박에 가담한 사람들은 적게는 수 천만 원에서 5억 원까지 입금해 판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자들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서버를 임대해 활용하고 운영 사무실과 콜센터 등은 중국, 베트남 등에 차려 국내 사이버 수사대의 레이더망을 피해갔다. 경찰측도 “해외 서버를 원천 차단키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단속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하더라도 도메인만 바꿔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천 차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한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스포츠도박 규모가 21조 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원회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사설 스포츠도박의 총규모가 2차 실태조사(2012년)때보다 186.6% 증가했다. 하루 평균 입금액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운영단 수가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체(경륜, 경마, 카지노 등) 불법 도박 규모(83조 8000억 원)의 약 26%가 스포츠도박으로 이뤄졌다. 바카라나 블랙잭 같은 불법 온라인 도박 전체 규모가 29.9% 수준이라 불법 스포츠도박이 주류 도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S포토]2회말 우르르 무너진 NC 선발투수 이태양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2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NC 선발투수 이태양이 두산 허경민에게 3타점 3루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돌변하는 아는형님, 근간 흔든다
도박 사이트에 거액의 판돈을 거는 이른바 ‘전주’들은 고액 배당을 받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 선수들과 친한 ‘아는 형님’들이 브로커 역할을 자행한다. 이들은 표적이 되는 선수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먼저 제공하기 때문에 덫에 걸려들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NC 이태양은 승부조작에 실패한 뒤 해당 조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협박을 받기도 했다. 한국체육학회지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프로스포츠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조사에는 4대 프로 스포츠 선수 중 5.5% 가량이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승부조작 방법을 동료 선수에게서 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항목에도 상당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불법 스포츠도박에 베팅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도박은 하다보면 잃을 수밖에 없어 자연히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심리가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하는 행위로 번지면 공정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프로 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특히 야구는 기록 자체가 갖는 의미가 절대적인 스포츠다. 이 때문에 승부조작은 야구 자체와 선수 본인의 역사를 송두리째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박현준
프로야구 경기조작과 관련 2일 검찰에 소환된 LG 박현준이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실에 들어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승부조작, 수면 아래 빙산을 걷어내라
도박은 2013년 개정된 세계 공용 정신과 진단체계(DSM-5)에서 ‘행위 중독’으로는 유일하게 알코올, 마약 등 물질중독과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충동 조절 장애로 여겨졌던 도박이 심각한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번에 불거진 승부조작 사건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단순가담자뿐만 아니라 베팅에 연루된 이들까지 송두리째 솎아내야 한다.

야구팬들은 1918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소속 선수 8명이 신시내티와 월드시리즈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해 전원 영구제명 된 사실을 알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과 샌프란시스코의 ‘기둥’ 윌리 메이스도 카지노 홍보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영구 제명된 뒤 1985년 복권됐다. 빅리그 통산 4256안타를 때려낸 ‘전설’ 피트 로즈도 신시내티 감독 시절인 1989년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추문으로 영구제명됐다. 로즈는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지만 의혹을 받은 것만으로도 철퇴를 맞았다. 일본프로야구도 1971년과 지난해 일부 선수들의 도박에 가담한 혐의로 영구퇴출됐고 대만프로야구는 역시 1996년 이후 13년 동안 6차례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해 리그 존폐 위협을 받았다.

KBO리그를 포함한 국내 프로스포츠계는 승부조작 파문이 일 때마다 빨리 덮기에 급급했다. 2008년 온라인 도박 사건이 터졌을 때 연루된 26명 선수 중 단 한 명이 징계를 받았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은 미봉책이 지금의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빙산의 일각을 제거하는 것보다 수면 아래에 있는 뿌리를 뽑아야 할 시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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