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손연재가 올 초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및 국제대회 파견대표 선발전’에 앞서 리본연기를 점검하고 있다. 2016. 1. 20. 태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러시아 선수들과 관련한 도핑 파문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우리와는 상관없는 다른 나라, 다른 선수들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4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2016 리우 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 정부 기관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한 도핑 파문을 지적하면서 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에 대한 강한 의사표현을 한데 따른 조치였다. 이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고 지난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효력을 인정해 러시아 육상선수들이 이번 대회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다. 육상 외에 국제역도연맹(IWF)도 지난 6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에 1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리우 올림픽에도 나올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IOC는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종목별 국제경기단체의 결정에 맡기기로 하면서 슬쩍 발을 뺐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에서 줄곧 훈련해온 손연재도 도핑 파문의 여파로 좋지 않은 상황을 맞았다. 손연재는 러시아의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러시아 대표팀과 훈련해왔다. 연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러시아에서 보내면서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함께 훈련해왔다. 손연재는 당초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하순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동해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걱정되기는 해도 함께 훈련해온 코치 및 선수들과 미리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 현지로 건너가 시차및 기후 생활환경 등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달 19일(한국시간) 경기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브라질에서 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핑 파문에 이어 러시아의 올림픽 참가여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의 브라질행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대회 개회를 열흘 남짓 남겨둔 25일 국제체조연맹(FIG)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과 관련한 IOC의 결정을 준수할 것이며, 최대한 빠르게 올림픽에 출전할 러시아 선수들의 명단을 확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대표팀의 상파울루 입성 시점은 미정이다. 손연재측 관계자는 “당초 7월 말 브라질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현재로서는 언제 브라질로 가게 될지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 현지에서 훈련을 하다가 다음달 15일께 리우의 선수촌에 들어간다는 계획만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에게는 큰 문제인지라 러시아 현지에서도 훈련장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협회 차원에서 국내훈련을 거쳐 브라질로 가는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선수들 전체에 대한 올림픽 출전 불허 방침이 내려질 경우 올림픽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세계랭킹 5위로 도전자 입장인 손연재는 이번 대회 메달 획득에 목표를 두고 있다. 러시아 최강자들이 빠지게 되면 손연재가 메달의 색을 달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손연재측 관계자는 “손연재는 러시아 선수들과 오래 훈련해온 사이다. 심정적으로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선수 본인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다른 선수들을 신경쓰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해야할 것에 집중해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여부로 인한 심리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FIG가 개별 종목의 국제단체에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여부를 일임한 IOC의 결정을 따르기로 하면서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은 문제없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전망이다. FIG는 그간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에 찬성하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브루노 그랜디 FIG 회장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젊은 시절을 희생하며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가장 큰 목표다. 출전자격을 얻었고 도핑과 관련한 문제가 없는 선수라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 기계체조 국가대표 출신이자 FIG 선수협의회장인 자니 탄스카넨도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환영하며 도핑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는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의 쌍두마차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의 대회 출전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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