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뿔난 LG 팬들, 양상문 아웃! 현수막 기습 시위!
LG 트윈스의 팬들이 22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14로 뒤진 8회 양상문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다가 관리요원들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2016.07.22.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LG가 후반기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자 팬심이 들끓고 있다. 몇몇 팬들은 잠실구장 외야에서 ‘트윈스를 좀먹는 양상문 아웃’ ‘양 감독, 더이상 팀을 망치지 말고 떠나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기습적으로 들었다. 팀의 수장인 양상문 감독이 책임지고 물러날 것으로 요구했다.

그럴만도 한게, LG는 시즌 조반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6월 이후 패가 빠르게 쌓였다. 그러나 야구는 9회말 2사부터 아닌가. 아직 시즌 종료까지 60경기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팬들의 성토와는 별개로 팀 리빌딩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는게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해 보인다.

양 감독은 지난 2014시즌 초반 LG 사령탑으로 부임해 최하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키며 각본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순위가 9위로 떨어졌고 올해도 후반기 하위권으로 내려앉으며 원성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팀 리빌딩은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 야수조에서 채은성, 이천웅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투수조에서는 임정우, 이준형 등이 주요 전력으로 부상했다.

원래 리빌딩은 팀 성적이 되는 상황에서 매년 1~2명씩 배출되는게 정석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둥 선수들이 팀의 성적을 받쳐주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유망주는 승패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하며 경험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상위권 팀의 리빌딩이 하위권 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유다.

FA선수 영입은 딱 필요한 포지션에 즉시 전력감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팀이 오랜기간 순항하기 위해서는 자체 팜시스템으로 젊은 선수를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LG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궤도를 수정했고 올해 확실하게 방향타를 돌렸다. 뱃머리의 방향이 바뀌며 이진영 등 주축 선수가 떠났고 이병규는 2군으로 내려갔다. 베테랑이 떠난 자리에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은 실전에서 실책을 남발하며 팀의 승리 확률을 낮췄다. 하지만 LG벤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아웃이 되어도 좋으니 과감하게 달릴 것을 주문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면 ‘사즉생’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양상문감독\'넥센에밀리면안되지!\'[SS포토]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시즌 첫 맞대결 3연전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작됐다. LG 양상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6.04.22. 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양상문 감독은 뚝심있게 리빌딩을 몰아붙였다. 팀 성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 그 기조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인내의 결실은 나타나고 있다. 유망주들이 조금씩 주전 선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한지붕 라이벌 두산과 달리 “인재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반응과, 주전급이 대거 이탈한 넥센처럼 “빠른 리빌딩이 되지 않는다”는 혹평은 여전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LG는 그동안 한 방향으로 너무 많이 나아갔다. 그 배를 다시 원하는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수정된 궤도에 LG라는 거함이 이제서야 올라탔다는게 맞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돌아보면 LG는 지난 10년간 하지 않은게 없다. 프런트를 대거 물갈이 했고 감독도 수시로 바꿨다. 선수도 꽤 많이 사고 팔았다. 이는 선수단 전체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성공 보다 실패가 많았다. 그러면서 LG는 감독과 선수를 장기판의 말처럼 사용하면 안된다는 귀중한 경험을 축적했다. 대신 책임자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고 그에 대한 잘못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방향타를 돌린 LG는 시설투자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이천 챔피언스 파크는 토지 매입비를 포함해 12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팀성적은 여전히 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성난 팬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의 가을잔치가 특별한 결과이고 지금 성적이 원래 LG의 모습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갖은 투자를 다한 LG 구단 입장에서도 탄식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LG가 딱 하나 투자 하지 않은게 있다. 바로 ‘시간’이다. ‘신은 사람을 채찍으로 다스리지 않고 시간으로 다스린다’라는 격언처럼, 조급증으로 감독만 바꾼다고 해서 LG가 달라지는 건 없다.

이천 챔피언스 파크가 준공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육성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단과 벤치도 잡음없이 미래를 바라보며 인내하고 있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 팬들은 마음껏 감독을 지탄해도 된다. 또한 감독을 갈아치우고 코칭 스태프를 내치면 단기간에 효과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져야 LG는 비로소 제대로 된 리빌딩에 도달할 것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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